11년간 내려놓았던 로터리 엔진을 다시 손에 든 마쓰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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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내려놓았던 로터리 엔진을 다시 손에 든 마쓰다, 그 이유는?
  • 박병하
  • 승인 2023.08.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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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켈식 로터리 엔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동차 제조사가 있다. 바로 일본 히로시마에 위치한 자동차 기업 마쓰다주식회사(이하 마쓰다)다. 마쓰다는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낼 수 있으면서도 왕복 엔진 대비 현저히 가벼운 무게를 갖는 반켈식 로터리 엔진을 상업적으로도 흥행시키는 데 성공해, 오늘날까지도 로터리 엔진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그 마쓰다가 지난 2012년 2월,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마지막 로터리엔진 스포츠카인 RX-8의 생산을 종료하면서 로터리 엔진은 더 이상 자동차 업계에서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마쓰다는 올해 초, 새로운 준중형급 크로스오버형 양산차 MX-30에 로터리 엔진을 적용한다는 것을 밝히면서 로터리 엔진을 다시금 꺼내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로터리 엔진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 및 유지보수 상의 한계로 인해 사장되었는데,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로터리 엔진, 작지만 강하다!
반켈식 로터리 엔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같은 배기량의 왕복엔진 대비 고성능을 내기 수월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같은 배기량의 왕복 엔진 대비 크기가 매우 작고, 그에 따라 현저히 가벼운 무게도 갖게 된다. 이는 반켈식 로터리 엔진의 독특한 작동방식에서 기인한다.

반켈식 로터리 엔진은 특유의 누에고치 형상 연소실을 갖춘 하우징, 그리고 그 내부에서 회전하는 로터(Rotor)로 구성된다. 연소실의 내부에서 회전하는 로터는 세 변이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정삼각형의 형태를 띈다. 로터 내측은 특수하게 설계된 기어와 라이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로터의 세 변이 누에고치 형상의 연소실 내부를 돌면서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을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이 때문에 반켈식 로터리 엔진은 로터가 1회 회전하는 동안 약 3회의 행정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피스톤 왕복 2회에 1행정이 이루어지는 오토사이클 4행정 왕복엔진에 비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행정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는 로터리 엔진이 같은 배기량의 왕복엔진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낼 수 있는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로터리엔진의 특성은 10년 넘게 로터리 엔진의 명맥이 끊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도 작용했다. 먼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연비'였다. 통상의 왕복엔진 대비 더 많은 행정이 짧은 시간에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같은 배기량의 왕복엔진 대비 연료 소모가 극심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더 많은 배출가스가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구조 상 왕복 엔진 대비 연소실의 기밀 유지가 어려워 왕복 엔진 대비 현저히 짧다는 점 또한 치명적이었다.

뜻밖의 반전, 전기차 시대의 도래
이렇게 짧은 수명과 극심한 연료소모, 그리고 최종적으로 배출가스 문제로 인해 퇴출되어야만 했던 로터리 엔진이 다시금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에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상기한 로터리 엔진의 장점인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 배기량 대비 높은 성능이라는 세 가지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로터리 엔진이 다시금 장점을 살릴 수 있었던 분야는 다름아닌,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Range Extender)의 발전기로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는 다른 배터리 전기차들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구동은 모두 전기모터가 담당하지만, 발전기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을 탑재해 부족한 주행거리를 보완한 형태의 자동차로, 철도나 중장비, 선박 등에서 사용하는 직렬형 하이브리드 방식과 유사하다. 쉐보레 볼트(Volt)나 닛산의 e-POWER 파워트레인이 그 예다.

마쓰다의 반켈식 로터리 엔진이 이러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발전기로 최적인 점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장점 덕분이다.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의 발전기는 필요한 만큼의 전기만 생산하면 그만이고, 그 때문에 자동차를 직접 구동하는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훨씬 낮은 성능으로도 필요한 성능을 충족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성능을 낮게 잡을수록 배출가스의 양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종래의 왕복엔진 발전기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와 중량으로 알맞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장점은 패키징과 최적화의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내부의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덕분에 동력원을 배치하는 데에도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차종에 대응할 수 있어, 차량의 개발에 있어 더욱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특히 과거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로도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고, 차량의 구동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는 덕분에 회전수도 더욱 유연하게 제어해 연료소비와 배출가스 저감도 가능해진다. 

마쓰다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으로
이렇게 소형/경량/고성능의 로터리 엔진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발전기로 활용한 마쓰다의 파워트레인은 'e-스카이액티브 R-EV(e-SKYACTIV R-EV)'로 불린다. 마쓰다의 e-스카이액티브 R-EV는 오랫동안 로터리 엔진의 경험을 쌓아 올린 마쓰다만의 전략 파워트레인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준중형급 크로스오버 차종인 MX-30에 이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있다. 마쓰다는 MX-30을 시작으로 새로운 시대의 로터리 엔진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2050년도에 최종적으로 자사 공급망 전체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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