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합리적인 전기차 - 폭스바겐 ID.4 Pro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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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합리적인 전기차 - 폭스바겐 ID.4 Pro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3.10.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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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100% 전기차 모델 ID.4는 비틀과 골프의 뒤를 이어 폭스바겐의 차세대 월드카(World Car)로 내세우고 있는 모델이다. 그리고 현재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을 중추에서 이끌고 있는 핵심 차종이기도 하다. 이 차는 지난 2022년도에 이어, 올해도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전기 SUV 부문에 선정된 바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전동화의 중심에 서 있는 전기차 모델 ID.4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지 살펴본다. 시승한 폭스바겐 ID.4는 'Pro' 트림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990만원.

폭스바겐 ID.4의 외관은 ID.버즈(ID.Buzz)로 시작된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사람의 얼굴을 연상케 하는 전면부와 더불어 보다 유기적인 곡선과 볼륨감을 강조한 차체형상, 그리고 화려해진 디테일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ID.버즈의 모습을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의 형태로 교묘하다 싶을 정도로 보기 좋게 재구성한 느낌이다.

원박스형에 가까웠던 ID.버즈의 것을 거의 그대로 녹여 낸 듯한 전면부는 전기차로서 눈에 띄게 생동감 있는 느낌을 준다. 중앙의 센터 LED 조명과 이어지는 헤드램프 외에도, 범퍼에 들어 있는 방사형 패턴 등의 요소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 새로운 최신의 라이팅 시스템 ‘IQ.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사람의 눈과 같은 모습으로 또렷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IQ라이트는 주행 상황에 맞게 개별적으로 광량과 조사량 등을 개별 제어하여 최적의 시야를 제공한다.

측면의 형태는 기존에 만들어졌던 폭스바겐의 SUV 양산차들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다른 느낌이다. 기존의 폭스바겐 SUV 양산차들이 직선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을 오랫동안 견지해온 반면, ID.4는 한층 유기적이면서 근육질의 볼륨감이 강조된 차체 형상이 돋보인다. 여기에 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지는 메탈 장식도 눈에 띄며, 도어핸들도 통상의 풀 아웃(Pull out)타입이 아닌,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플랩(Flap) 타입의 도어핸들을 적용했다. 플랩 타입 도어핸들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풀 아웃 타입에 비해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더 유리한 구조다.

뒷모습에서도 전면부와 같은 맥락의 서로 연결된 형태를 띈 LED 테일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평향의 기조가 강조되어 있는 테일램프는 차를 시각적으로 커 보이게 연출하며, 화려한 패턴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또한 클리어 타입에 가까운 구성임에도 시인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ID.버즈의 디자인 요소가 그대로 드러나면서도 SUV로서의 스타일을 잘 살려내고 있다.

인테리어는 언제나의 폭스바겐 다운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모습에 '디지털화'라는 트렌드에 충실한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볼 수 있었던 레이아웃을 따르면서도 조작부 대부분을 터치식으로 대체하여 깔끔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중앙 송풍구가 상당히 하향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덕분에 중앙 디스플레이를 조작하기 편리한 구조를 이룬다. 다만 터치 조작부에 햅틱 반응과 같은 피드백이 없다는 점은 직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다른 폭스바겐 양산차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하며,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을 지니고 있다. 계기반 역시 중앙 디스플레이와 같은 LCD 화면을 채용해 다양한 정보를 준수한 시인성으로 제공한다. 차내 중앙의 13" 고해상도 모니터는 시인성이 우수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I도 대체로 직관적인 구성을 띄고 있다. 아울러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모두 지원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플로어 콘솔에는 기어변속을 위한 일절의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여유로운 수납공간을 지니고 있다. 전방에 기본적으로 마련되는 컵홀더는 탈착식 구조를 적용해 필요 없는 경우에는 데어서 다른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그 뒤쪽에 마련된 콘솔박스는 더 큰 용량을 지니며, 완만한 U자형으로 이루어진 칸막이를 활용해 임시 컵홀더처럼 쓸 수도 있다. 차내에 설치된 USB 포트는 전부 Type-C를 적용하고 있으며,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변속 장치는 계기반의 바로 오른편에 설치되어 있다. 손에 쥐기 좋은 사이즈의 시프트 노브는 앞으로 2단계 돌렸을 때 D 레인지(전진)에, 뒤로 2단계 돌렸을 때 R 레인지(후진)에, 그리고 전/후 방향으로 1단계 정도만 돌리면 중립에 들어가고, 오른쪽 끄트머리의 버튼이 P 레인지(주차기어)로 구성되어 있다. 대시보드의 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직관성도 어느정도 고려한 느낌이지만, 적응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ID.4의 앞좌석은 최상위급 사양에 해당하는 에르고 액티브(Ergo Active)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에르고 액티브 시트는 신체를 탄탄하게 지지해주면서도 편안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으며, 착좌부 표면은 울트라 스웨이드로 마감되어 있어, 몸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더 강조된다. 운전석은 2개의 메모리 기능과 함께 8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 전동식 요추받침을 제공하며, 마사지 기능도 적용되어 있다. 마사지 기능의 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다. 또한 시트 자체의 구성으로 인해 통풍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뒷좌석은 성인에게도 부족하지 않은 착좌감과 비교적 넉넉한 내부공간을 제공한다. 내부공간은 동사의 내연기관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인 티록(T-ROC)과 비슷하거나, 천장높이가 조금 더 낮은 정도다. 또한 차량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파노라마 루프 덕분에 뒷좌석에서는 한층 뛰어난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폭스바겐 ID.4의 기본 트렁크용량은 543리터로, 일반적인 중형세단 이상의 용량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접는 경우에는 1,575리터까지 확장된다. 평탄하고 돌출부가 적은 내부 구조 덕분에 짐을 싣고 부리기에 좋은 구성이다.

폭스바겐 ID.4의 전기구동계는 폭스바겐의 PSM (Permanently excited Synchronous Motor) 기반의 구동 시스템을 적용한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의 영구자석 동기모터와 82kWh의 고전압 배터리 팩으로 구성된다. 구동용 모터는 크기에 비해 우수한 동력을 제공하며, 차량의 후륜 차축 바로 앞에 설치되어 후륜구동계(RWD)를 구성한다. 배터리 충전시간은 완속충전시 완전방전(0%)상태에서 완전충전(100%)까지 7시간 30분, 급속충전시 잔량 5%인 상태에서 80%까지 약 36분이 소요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8.5초, 최고속도는 160km/h다.

폭스바겐 ID.4는 현대적인 전기차들의 트렌트에 따라, 운전자가 키를 가진 상태에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승차 후 별도의 시동버튼 없이 시프트 노브를 돌리기만 하면 바로 동작을 시작한다. 이런 방식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별도의 시동버튼을 마련하고 있는 덕분에, 오랫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만 운전했던 사람이라도 평소 하던대로 차량을 준비시킬 수 있다.

폭스바겐 ID.4는 지금까지 시승했던 폭스바겐의 양산차들 가운데 가장 정숙한 편이다. 그동안의 폭스바겐 양산차들은 고급 차종인 투아렉 등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서만큼은 딱히 좋은 느낌을 주지 못했던 반면, ID.4 만큼은 뭔가 작정한 듯 정숙성을 높인 느낌마저 든다.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조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외에도, 주행 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이나 하부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소음과 진동을 충실하게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차감 또한 인상적이다. 전기차 특유의 무겁지만 안정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다. 차내에서 가장 무거운 구성 요소인 배터리팩이 차량의 가장 밑바닥에 깔리게 되는 오늘날 배터리 전기차(BEV)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서스펜션의 설정도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고 포용력이 있으며, 노면의 상태에 관계 없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의외로 전방 시야도 좋은 편에 속하는 덕분에, 준수한 정숙성과 맞물려 쾌적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ID.4는 전기차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이 있기는 하지만 의외로 경쾌한 느낌의 가속을 보여준다. 구동 시작부터 최대토크가 터져 나오는 특성으로 인한 전기모터 특유의 순발력이 돋보인다. 초기부터 충실한 추진력을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속 페달 응답성도 우수하다. 이러한 가속 특성 덕분에 일상적인 운행에서 순발력을 요하는 순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상당히 정교한 동력제어 덕분에 전기모터의 특성으로 인한 위화감도 거의 없다.

주행 질감의 경우에는 묵직한 몸무게로 인한 둔중함보다는 낮은 무게중심 실현에 기반한 높은 안정감이 더 두드러진다. 체급에 비해 상당히 무거운 몸무게를 지니고 있지만 조작계통의 질감이나 응답성도 우수한 편이고 낮은 무게중심을 지닌 덕분에 안정감 있게 차를 조종할 수 있다. 현대적인 전기차의 장점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주행질감을 지니고 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주행거리다. 폭스바겐 ID.4 Pro의 최대 주행거리는 421km(복합)에 달한다. 실제로 시승을 하면서는 훨씬 가혹한 조건이었는데, 주행 내내 공조장치를 작동했고 고속도로 위주의 운행을 하며 총 360km 가량의 거리를 주행했음에도, 잔여 주행거리가 80km를 웃돌 정도로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한 국내의 급속 충전 시스템에서 충전시 10여분 정도만 해도 상당한 양을 충전할 수 있다. 특히 통상 주행시에 불필요한 회생제동을 걸지 않고 최대한의 타력주행을 유도하는 코스팅(Coasting) 모드의 존재가 꽤나 인상적인데, 이 덕분에 고속도로 주행시 더욱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제동 시스템 역시 상당한 부분을 회생제동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유압식 브레이크의 사용량을 줄여 수명을 늘어나면서도 주행거리 손실을 줄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폭스바겐 ID.4는 폭스바겐의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 가 기본 적용되어 있다. IQ.드라이브는 대부분의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이탈 방지 기능, 사각지대 모니터링 기능은 기본에, 한층 발전된 긴급 제동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이머전시 어시스트(Emergency Assist)’라 명명된 이 기능은 주행 중 운전자가 일정시간 동안 반응(스티어링 휠 조작, 페달 조작 등)이 없으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이 경고에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졸음운전이나 기타 신체의 이상으로 인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로 간주해서 차량이 스스로 차량의 주행을 강제로 멈추고 비상등 및 실내등을 점등시키며, 차량의 도어잠금까지 해제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치명적인 사고 위험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폭스바겐의 ID.4는 전기차로서 상당히 경쟁력있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환경부 기준 421km의 최대주행거리를 가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실한 구성과 편의사양, 그리고 기본에 충실한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전기차 모델이다. 여기에 수입 전기차 모델로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갖추고 있으므로, 선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폭스바겐 ID.4는 기본에 충실한 전기차를 찾는 이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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