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그릇에 담긴 렉서스의 '맛' - 렉서스 RZ450e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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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그릇에 담긴 렉서스의 '맛' - 렉서스 RZ450e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3.07.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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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 선을 보인 신세대 렉서스 RX,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이하 전기차) 전용 모델인 RZ가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렉서스코리아는 신형의 RX와 RZ의 출시를 기해,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본 기사에서는 지난 기사에서 다루었던 RX500h F스포트 퍼포먼스에 이어, 렉서스 브랜드 역사 상 두 번째로 출시한 전기차 모델이자, 렉서스 브랜드 최초로 전기차로만 생산되는 모델, 렉서스 RZ의 시승 경험을 다룬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렉서스 RZ는 RZ450e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8,480~9,250만원.

렉서스 RZ의 외관은 2021년 공개한 전기차 컨셉트카, LF-Z 일렉트리파이드(LF-Z Electrified)의 디자인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컨셉트카의 십자 패턴은 모두 사라지고, 보다 보다 매끈한 표면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는 4,805mm, 폭은 1,895mm, 높이는 1,635mm이며, 휠베이스는 2,850mm로, 같은 날 출시된 준대형급 SUV인 RX에 비해 약간 작고,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에 비해 더 크다.

전면부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전기차에 렉서스의 상징과도 같은 모래시계 형상을 적용하기 위해 아예 차체 자체를 모래시계 형상으로 빚은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렉서스에서는 이를 '스핀들 바디'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디자인 기조는 먼저 다루었던 RX에도 적용되어 있는 사항이다. 이와 더불어 헤드램프에는 화살촉 내지는 작살의 형상으로 디자인된 특유의 주간상시등을 적용하고 있으며, 램프 역시 LED를 사용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LF-Z 일렉트리파이드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낸, 역동적인 형상이 인상적이다. SUV다운 박력과 현대적인 전기차다운 세련미를 양립한 차체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프론트 펜더에서 시작하는 과감한 조형 또한 눈에 띈다. 여기에 C필러는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으로 마감해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한다. 국내 수입되는 렉서스 RZ는 모두 18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되며, 타이어 규격은 전륜에 235/60/R18, 후륜에 255/55/R18 규격을 사용한다.

후면부에서는 LF-Z 일렉트리파이드의 것을 충실히 반영한, 수평기조와 입체적인 조형이 잘 드러난다. 뒷유리와 테일게이트 패널이 만나는 지점은 도드라지게 접어올려 스포일러의 역할을 하게 만들었으며, 테일램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일체형 디자인을 적용하고, 그 위에 렉서스 레터링을 붙였다. 그리고 상단에는 공기역학적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뒷유리 양 끝단에 귀처럼 돌출되어 있는 구조물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는 화려함을 강조해왔던 지금까지의 렉서스 양산차들과는 다르게, 극도로 간결한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론을 통해 한층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특이한 것은 디스플레이가 돌출형이 아닌,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화면을 최대한 전방으로 배치하는 한 편, 일목요연한 센터페시아 구성으로 조작 편의성을 높인 점은 다분히 렉서스 다운 모습이다. 또한, 렉서스 RZ는 첫 공개 당시, 요크(Yoke, 항공기 조종간) 형태의 스티어링 휠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으나 다행히도(?) 국내 수입분에는 일반적인 원형의 스티어링 휠을 적용한다. 변속장치는 조그셔틀 방식을 사용한다. 

앞좌석 역시 다른 렉서스 차량들과 같이 편안하면서도 든든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우수한 착좌감을 지닌 앞좌석은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여기에 전동조절 기능과 전동식 요추받침, 그리고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이 적용된다. 뒷좌석은 성인에게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시트포지션이 의외로 높은 편이지만, 헤드룸과 레그룸이 모두 넉넉하게 배려되어 있어, 성인 남성에게도 준수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트렁크 공간 또한 상당한 용량을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렉서스 RZ450e는 71.4kWh 용량의 배터리팩이 적용되며, 전륜에 150kW(약 203.9마력), 후륜에 80kW(약 108.7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모터를 적용해, 사륜구동을 구현한다. '다이렉트4(Direct4)'라고 명명된 이 사륜구동 시스템은 '대칭형 AWD'로 유명한 스바루(SUBARU)와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새롭게 개발된 차체구조는 낮은 무게중심과 고강성/경량화 설계사상을 바탕으로 개발되어 뛰어난 승차감과 조종성을 구현한다.

전기차는 차내 소음 및 진동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내연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통념 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들에 비해 정숙성이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든 전기차가 반드시 내연기관차 대비 정숙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내연기관의 소음과 진동에 묻혀 있었던 다른 소음과 진동 유발 요소들 때문이다. 하부에서 올라오는 타이어의 마찰소음이나 노면 요철에 의한 충격음,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들이 그 예다. 따라서 전기차가 진정으로 정숙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N.V.H 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렉서스 RZ는 이 수동적인 N.V.H 대책이 손꼽히는 수준으로 충실하게 이루어져 있다. 모터 구동음은 단지 모터가 동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만 하는 수준에서 충실하게 억제되어 있고, 하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충실하게 막아내고 있다. 체감 상으로는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럭셔리 세단인 LS500h에 상응하거나 더 뛰어난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일상적인 운행에서 차내는 항시 고요함을 유지하는 모습은 가히 렉서스의 이름에 어울리는 정숙성이라고 생각된다.

승차감 또한 렉서스의 일원임을 상기시킨다. BEV 특유의 묵직한 감각과 더불어, 서스펜션을 지나치게 딱딱하게 설정하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여유를 주고 있어, 편안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는 렉서스 양산차 최초로 도입한 주파수 감응형 댐퍼의 공이 꽤 크다고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제동시에 차량이 고개를 숙이게 되는 노즈 다이브(Nose Dive)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후륜의 브레이크 유압을 선제적으로 가동시키는 시스템을 적용해 더욱 쾌적한 운행환경을 이루고 있다.

렉서스 RZ450e 312마력의 최고출력에 44.4kg.m에 이르는 최대토크, 그리고 전기차로서는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하는 2,090kg의 건조중량이 맞물려, 준수한 가속성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감각적인 부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속과 유사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전용의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도 주행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이 덕분에 전기차를 처음 접하거나, 여타의 전기차에서 위화감을 크게 느끼는 운전자들에게도 제법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험은 렉서스의 첫 전기차 모델인 UX300e에서도 나타났던 부분이기도 하다.

코너링에서는 승차감에 이어, e-TNGA의 역량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TNGA의 '저중심(낮은 무게중심)', '경량화', '높은 기본성능'을 추구하는 설계사상을 BEV용 플랫폼에 그대로 적용한 e-TNGA를 기반으로 하는 RZ450e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상고를 갖는 크로스오버형 차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동사의 세단에 못지 않은 안정감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이를 무기로 인제 일대의 구불구불한 산악도로를 능숙한 솜씨로 돌파해 나간다. EPS(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의 조종감각도 상당히 부드럽고 직관적이며, 운전자의 의도를 적시에 반영해준다.

탄탄한 기골과 낮은 무게중심, 정교한 제어가 돋보이는 다이렉트4 사륜구동 시스템, 그리고 비슷한 체급의 전기차 대비 가벼운 몸무게를 지닌 덕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까운, 자연스러운 주행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연스러운 감각'은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Lexus Driving Signature)'를 구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렉서스 RZ450e는 능동안전장비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exus Safety System+)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어,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장거리 운행의 피로감을 덜고, 더욱 안전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렉서스 RZ450e는 오늘날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항속거리와 충전 시간, 내부 공간 등의 요소들을 갖추면서도, 다른 제조사와는 확실하게 다른 렉서스만의 '맛'이 잘 드러나는 주행의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먼저 출시되었던 첫 전기차인 UX300e에 이어, 그 어떤 전기차보다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가장 가까운 주행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특성은 전기차에 주행경험에 위화감을 느끼는 운전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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