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선을 보인 신세대 렉서스 RX,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전기차 전용 모델인 RZ가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렉서스코리아는 신형의 RX와 RZ의 출시를 기해,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본 기사에서는 풀체인지를 통해 5세대로 거듭난 렉서스 RX의 매력을 짚어 본다. 시승한 렉서스 RX는 신개발 2.4리터 터보 엔진 기반의 신개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은 RX500h 스포트 퍼포먼스(RX500h F Sport Performance, 이하 RX500h)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1억 1,560만원.
새로운 렉서스 RX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반영된 외관 디자인이 눈에 띈다. 2021년 공개한 순수전기차 컨셉트, LF-Z 일렉트리파이드(LF-Z Electrified)를 통해 드러난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보다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느낌의 디테일과 단단한 볼륨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의 길이는 4,890mm, 폭은 1,920mm, 높이는 1,695mm이며, 휠베이스는 2,850mm다. 특히, 기존 대비 더 낮아지고 더 넓어진 차체 덕분에 한층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요소는 바로 전면부에 있다. '스핀들 그릴'이라고 불렀던 모래시계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대신, 전면부의 형상 그 자체를 모래시계형태로 빚어낸 '스핀들 바디'가 적용되어 있는 전면부가 독특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또한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임을 감안해, 상단에서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일종의 그라데이션 효과를 준 모양새로 디자인된 하단 라디에이터 그릴이 재치있는 요소로 다가온다.
측면부에서는 기존 RX의 외관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 꼽혔던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계승한 것이 눈에 띈다. D필러 일부에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을 적용해 마치 루프 뒤쪽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러한 스타일링은 여전히 감각적이며, 기존 RX 대비 더욱 간결해진 캐릭터라인으로 빚어진 은은한 볼륨감도 특징적이다.
뒷모습에서는 전반적으로 먼저 출시된 NX의 스타일을 더욱 확장한 모습이다. 테일램프는 최근의 렉서스 모델들에 두루 적용되고 있는 좌우일체형을 채용하고 있다. 램프의 조명은 중앙부는 하나의 면으로 발광하여 시인성을 높이며, 가장잘리로 갈수록 L자형의 패턴으로 그라데이션 효과를 준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엔드머플러 팁의 경우에는 모두 히든타입을 적용한다.
그리고 시승차인 RX500h F 스포츠 퍼포먼스는 전용의 범퍼와 전후방의 립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그리고 전용 알로이 휠 등이 적용되며, 하단의 색상 역시, 일반형의 무광 블랙 컬러가 아닌, 바디컬러가 적용된다.
인테리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LF-Z 일렉트리파이드 컨셉트와 신형 RZ등을 통해 현실화한 바 있는 타즈나(Tazuna) 컨셉트에 입각한 설계가 적용돼, 간결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꾸며진다. 계기반과 중앙 터치스크린 화면이 이음새 없이 이어지는 형태를 구현하는 한 편, 탑승자 모두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을 연출한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질감의 가죽과 다양한 스타일의 인테리어 장식을 적용해 렉서스만의 고급감을 더욱 강화한다. 내부 공간 또한 기존 RX 대비 더욱 넓어져, 더욱 쾌적해진 승차환경을 제공한다.
앞좌석은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하는 스포츠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등판부터 어깨까지 부드럽게 감싸주면서도 신체를 전반적으로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앞좌석은 다양한 전동조절 기능을 비롯해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시원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통풍시트가 쿨링시트와 동의어인 우리나라의 개념과는 맞지 않는다.
뒷좌석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넉넉하고 여유있는 공간과 거주성을 제공한다. 시트의 질감, 착좌감도 최상급이며, 심지어 전동식 리클라이닝 기능과 폴딩기능까지 내장되어 있다. 이전보다 더 낮아진 지붕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트의 구조를 잘 짜놓은 덕분에 머리, 어깨, 다리 등, 전방위적으로 여유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 공간 역시 준수한 편이다. 특히 기존 대비 트렁크 바닥 높이가 더 낮아져 짐을 싣고 내리기 더욱 편리해졌으며, 9.5인치 골프백 4개를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적재공간을 자랑한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308리터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이번에 시승한 5세대 렉서스 RX는 신개발 2.4리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장비된 모델이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전에 출시된 크라운 크로스오버의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기계적으로는 동일한 유닛이지만 시스템 합산 출력은 371마력에 달해, 크라운 대비 23마력 더 높다. 엔진 최고출력은 275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46.9kg.m/2,000~3,000rpm이며,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용의 다이렉트4(DIRECT4)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구동한다. 또한 여타의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달리, 별도의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고성능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품고 있는 RX500h는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가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준수한 정숙성과 승차감을 제공한다. 엔진 회전수를 3,000rpm 이상으로 높여도 소음이 귓전을 세차게 때리지도 않고, 진동도 아주 적으며, 실내는 일관되게 정숙함을 유지한다. 정숙성이 주요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은 렉서스에게 어울리는 정숙성이다.
주행 모드를 에코나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체급 이상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지방도의 거친 노면에서도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선사한다. 스포츠 지향 차종의 탄탄한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각은 확실히 렉서스 다운 모습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우수한 정숙성을 겸비한 RX500h F 스포트 퍼포먼스는 외관에서 보여지는 강인하고 스포티한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편안하고 쾌적한 운행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 세대 RX 대비 현격하게 고급스러워진 질감 역시 인상적이며, GA-K 아키텍처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차내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시작한다. 제법 강렬한 느낌의 엔진 구동음이 차내로 거세게 흘러 들어오기 시작하며, 강력한 힘으로 공차중량 2,150kg인 RX500h를 기운차게 밀어주기 시작한다. 특히 2기의 고성능 모터가 힘을 더해줄 때의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며, 디젤 SUV 못지 않은 묵직한 토크감을 경험할 수 있다. 6단 자동변속기 또한, 적절한 성능으로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잘 받쳐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렉서스(+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의 이질적인 구동특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우수한 동력성능과 더불어, 운동성능도 SUV로서 상당히 준수하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RX500h F 스포트 퍼포먼스 차종은 주행성능 강화를 위한 여러 파츠들이 적용되어 한층 기민한 운동성능을 보인다. 차를 주행하다 보면 종종 한 체급 작은 SUV로 착각할 때가 있을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여주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물론 타이트한 저속코너에서는 덩치를 실감하게 되긴 하지만 차체를 제어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따라 준다. 이러한 모습은 이전 세대의 RX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새로운 RX에는 렉서스의 예방안전기술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LSS+)가 기본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센터 에어백과 사이드 에어백류를 포함한 11개의 에어백, 안전한 하차를 보조하는 안전 하차 어시스트(SEA), 주차 보조 브레이크, 자동 주차 기능 등으로 운전 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철저히 예방해 안전 운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한 렉서스 RX500h F 스포트 퍼포먼스는 대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RX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고 보인다. 더욱 세련되게 변화한 외관은 물론, 더욱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화한 실내, 그리고 주행성능과 질감 면에서 차원이 다른 진화를 보여준 RX는 이전 세대 대비 더욱 만족스러운 차로 거듭났다. 또한 2.4리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성의 노하우를 집대성했다는 느낌을 줄 만큼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성능과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세단에 가까운 주행질감을 구현하면서도 SUV의 실용성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도 칭찬해 줄만 하다. 렉서스 RX500h F 스포트 퍼포먼스는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남긴 차라고 생각된다. 다음 기사에서는 렉서스의 전기차 전용 모델, RZ의 시승기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