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는 자동차가 가져야 할 '운송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문자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상용차는 다수의 인원이나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세그먼트 분류도 승용차 못지 않게 세분화되어 있다. 특히 육상 운송의 9할을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물류체계 상, 대형 상용차들은 그야말로 '대동맥'의 역할을 수행하고, 소형급의 상용차들은 '모세혈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산업의 중흥기였던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소형 상용차들은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삶의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1톤 이하 급의 소형 상용차들을 모았다.
기아마스타 삼륜차
1963년부터 대한민국의 도로에 나타나기 시작한 기아마스타의 삼륜차는 6~70년대 소상공인의 생계를 책임진 견실한 일꾼들이다. 이 차는 일본 토요공업(東洋工業, 現 마쯔다)의 K 시리즈 삼륜 트럭을 라이센스 생산한 것으로, 생활의 현장에 필요한 각종 화물을 시가지의 비좁은 골목 구석구석으로 실어 날랐다. 1960년대 후반에는 서울시에서 비좁은 변두리 골목의 쓰레기 수거를 위해 50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아산업은 초기에 소형인 K360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보다 큰 차체와 넉넉한 적재량을 갖춘 토요공업의 T1500도 함께 도입, 대한민국 소형 상용차 시장을 장악하다시피했다.
기아자동차 봉고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승용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된 기아자동차를 위기에서 건져 낸 봉고는 오늘날에도 소형승합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마쯔다 봉고의 2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태어난 기아 봉고는 출시 되자마자 전국의 자영업자들과 농/축/수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소규모 제조업 회사 등, ‘생계형 자동차’를 원했던 소비자들에게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비록 그 후손들이라 할 수 있는 베스타(Besta)와 프레지오는 뒤이어 나타난 현대 그레이스에게 맥을 못 추었지만, 트럭 모델만큼은 독자모델화에 성공하고 난 이래로 현대자동차 포터와 쭉 경쟁체제를 이어 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터
현대자동차 최초의 고유모델 소형 상용차, ‘HD1000’으로부터 시작한 포터의 역사는 대한민국 1톤 소형화물차의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진짜 원조인 HD1000은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빛을 데뷔 3년 만에 퇴장해야 했지만, 그 뒤를 이은, 미쓰비시 델리카 트럭 기반의 2세대 포터부터는 기아 봉고 트럭을 빠르게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J엔진의 신뢰도 문제로 곤혹을 치러야 했던 봉고 시리즈와는 달리, 포터는 미쓰비시 싸이클론 엔진의 높은 신뢰도로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그리고 포터는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발'로서 삶의 현장을 누비고 있다.
대우국민차 다마스/라보
'경차 왕국' 일본에서 유래된 경형 상용차는 9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도 대우국민차에서 생산한 다마스(승합)와 라보(화물)를 통해 소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스즈키의 2세대 에브리(Every)/9세대 캐리(Carry)를 바탕으로 개발된 다마스와 라보는 출시 때부터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작은 몸집으로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다마스와 라보는 소규모/단거리 수송이 주를 이루는 각종 생업의 현장에서 대환영을 받았다. 다마스와 라보는 현재도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근본적인 설계 혁신이 없어 취약한 안전문제와 배출가스 문제 등으로 여러차례 단종의 위기를 맞았으나, 결국 유예 기간이 추가되어 2021년 말까지 생산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 이스타나
'이스타나'는 1991년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LCV(Light Commercial Vehicle, 경상용차)' 프로젝트 명으로 4년여에 걸쳐 총 2,500억원을 투자해 개발 되었다. 쌍용 이스타나는 90년대 승합차의 일반적인 1박스형 차체로 만들어졌지만, 전륜구동계를 채용하고 세미보닛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는 등, 독특한 구석이 많았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의 부조화로 주행감이 나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튼튼한 엔진과 낮은 바닥 높이로 인해 승합차의 용도에 안성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