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XC(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은 크로스오버 SUV를 표방하는 모델군으로서 2000년대부터 자동차 시장에 몰아 친 크로스오버의 바람을 타고 태어났다. 기존의 튼튼하고 실용적인 볼보 왜건에 SUV의 옷을 덧씌우는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이 모델군은 향후 완성될 볼보의 SUV라인업의 토대가 된다.
XC70의 탄생은 19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에 데뷔한 1세대 V70의 가지치기 모델로서 등장한 ‘V70 XC’로 처음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XC70’이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CUV/SUV 시장에 발을 들였다. V70 XC 시절에 없었던 각종 설계 변경에 의해 한층 높은 지상고와 AWD시스템 등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XC70은 볼보 XC라인업의 시작을 알리게 된 모델로서, XC 라인업의 기본개념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기도 하다. 왜건 모델인 V70에 SUV로서 필요한 장비와 의장품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XC70의 기본 설계 개념은 3세대에 해당하는 현재의 모델까지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소소한 변화를 거친 익스테리어
지난 해 하반기에는 볼보 대부분의 모델군에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가 가해졌다. XC70은 이 가운데서 가장 적은 양의 변화를 가졌다. XC60이 기존에 입고 있었던 등산복을 버리고 산뜻한 블레이저로 갈아 입은 것에 비하면 XC70은 여전히 종전의 등산복 차림 그대로다.
가장 적은 변화를 거친 XC70의 익스테리어에서 굳이 변경된 점을 찾으려 들게 되면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장식은 은은한 무광 메탈에서 번쩍이는 크롬 장식으로 변경됨과 동시에 선이 한층 가늘어졌다. 그릴의 패턴도 기존의 격자무늬 대신, 허니컴 패턴의 굵직굵직한 매쉬타입으로 바뀌었다. 범퍼 하단의 안개등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메탈 장식은 ‘ㄱ’자 형태로 변했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선굵은 스타일링 요소를 다소 덜어 내고 세련된 이미지로 개선하고자 한 듯하다.
측면은 이렇다 할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은은한 볼륨과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볼보 왜건의 전통인 직각에 가까운 D필러과 테일게이트 부근까지 그대로다. 무광 블랙 컬러의 보디패널은 SUV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요소다.
후면은 약간의 변경점이 있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구성이 면발광형 LED로 변경되었고 더 세련된 느낌으로 손질되었다. 테일램프 사이에 굵직한 크롬 장식이 추가되었다. 범퍼 하단의 리플렉터를 둘러싼 메탈 장식도 ‘ㄱ’자 형태로 변경됐다.
세단과 같은 구성의 운전석 주변
XC70의 운전석 도어를 열고 XC70에 올랐을 때 눈 앞에 펼쳐진 인테리어는 세단형인 S80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XC70의 기반은 V70에서 왔고, V70의 원형이 되는 세단은 S80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S80과 다른 점이 없는 인테리어 구성은 운전자가 SUV가 아닌, ‘세단’에 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2004년에 출시했던 S40부터 채용되어 볼보 인테리어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센터스택의 디자인 역시 S80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광 메탈과 은은한 무광 우드 패널로 마무리되어 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S80 D5의 것과 다른 구성이 있다면, 섀시 매니지먼트 시스템인 Four-C 버튼이 빠진 대신 경사로 주행 제어(Hill Descent Control)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 오디오는 12개의 하이-파이 스피커와 별도의 서브우퍼까지 마련된 총 650W의 볼보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저음이 강한 편이다.
스티어링 휠은 대부분의 볼보 모델들이 공유하고 있는 형태다. 따라서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과 조작감은 물론, 구성 또한 같다. 가죽과 반광 메탈로 마무리 되어 있고 뒤편에는 패들 시프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2014년부터 볼보 전 라인업에 걸쳐 적용되는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다른 모델들과 같다. 도로 표지 정보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인디케이터 등이 마련되어 있고 그 외 각종 정보를 중앙에 표시해 준다. 엘레강스, 에코, 퍼포먼스의 세 가지 테마를 제공하는 점 또한 같다.
프론트 시트는 S80 D5 모델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컴포트 시트 사양이다. 소프트하고 안락한 착석감이 일품인 컴포트 가죽 시트는 3단계의 열선 기능 및 전동조절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장거리 운행에서 피로감이 적은 점이 장점이다. 요추받침은 수동 다이얼로 조절된다. 운전석에는 3개의 메모리 기능 또한 포함된다.
기능성은 물론, 어린이의 안전까지 배려한 뒷좌석
XC70의 리어 시트는 S80의 리어 시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소프트하고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은 일반적인 세단 내지는 왜건으로서도, SUV로서도 합격점을 줄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열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볼보의 리어 시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어린이의 안전’까지 배려한 점이다. XC70의 리어 시트에는 체격이 작은 유/소아들의 앉은 키에 맞출 수 있는 부스터 시트가 장비되어 있다. 시트고를 조절하여 안전 벨트를 올바른 위치에 착용하게 함으로써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작동은 시트 하단의 릴리즈 레버를 당긴 후, 착좌부를 밑에서 위로 당겨 올리는 식으로 작동한다. 2단계는 버튼을 누른 뒤, 착좌부를 한번 더 잡아 올려주면 된다. 부스터 시트의 작동 범위는 신장 115cm 이상 체중 22~36kg의 어린이들을 위한 1단계, 그리고 96cm~120cm에 15~25kg의 어린이들을 위한 2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볼보는 ‘안전의 명가’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왜건의 명가’이기도 하다. 볼보의 왜건들은 그 공간 활용성으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는다. XC70은 또한 예외는 아니다. XC70의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열면 기본적으로 575리터의 용량을 가진 트렁크 공간이 나타난다. 트렁크의 선반을 제거하면 용량은 840리터로 증가하며, 리어 시트를 모두 폴딩하고 안전 그릴까지 수납하면 종합적인 짐 공간은 총 1600리터에 달하게 된다.
XC70의 4 : 2 : 4 비율로 폴딩되는 리어 시트는 XC70의 이 넉넉한 공간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운데의 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어지간한 스키쓰루 기능보다 훨씬 유용한 공간이 나온다. 하단의 사진 상에서는 2세트 밖에 수납하지 않았지만 성인용 스키 세트를 수납해보니, 2세트씩 쌓아서 총 6세트를 수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양 옆으로 부츠 6세트를 큰 무리 없이 수납이 가능하다. XC70의 이러한 공간 활용성은 스키 등의 겨울 레포츠 활동에도 좋지만, 캠핑이나 다른 레저활동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왜건 모델들은 짐이 좌석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XC70도 일반적인 그물망이 준비가 되어 있다. 이 그물망은 분리하여 트렁크룸 바닥재 아래에 꼭 맞게 수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철제 안전 그릴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 철제 그릴은 원터치로 작동하기 때문에 설치에 의외로 손이 가는 그물망보다 훨씬 간편하다.
트렁크 바닥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그물망이나 응급처치 키트, 비상 삼각대 등의 부속품들을 수납 가능한 공간이 나오고, 그 아래로 템포러리 스페어타이어와 OV
S80 D5와 같은 파워트레인
XC70의 파워트레인은 볼보의 2.4리터 직렬5기통 D5 디젤 엔진과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의 구성이다. 다른 D5엔진 탑재 모델들과 모두 공유하고 있는 파워트레인으로, 최고출력은 21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44.9kg.m/1500~3000rpm이다.
플래그십 세단인 S80의 특성을 그대로 묻어나는 정숙성과 승차감
XC70 D5의 정숙성은 같은 섀시와 엔진을 공유하는 S80 D5와 큰 차이가 없다. 엔진에서 오는 소음을 억제하는 능력은 준수한 수준을 보이며 외부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의 양도 적은 편이다. 주행 중에도 종합적인 N.V.H 제어 능력은 수준급.
승차감은 S80보다 더 소프트한 편이다. 지상고가 높아진 만큼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도 한층 더 길어진 데 기인한 듯하다. XC70의 전반적인 승차감은 통상적인 SUV들이 보이는 둔중하고 출렁이는 감각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반적인 승용 세단의 감각이라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SUV의 특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승용 세단에 한 발 더 가까운 승차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특성은 안락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한국 시장의 요구에도 충분히 부합하리라 보여진다.
토크감 좋은 엔진과 든든한 섀시
가속감은 준수한 수준이다. 팔팔한 토크감을 가진 D5엔진은 공차중량만 1940kg에 달하는 XC70을 힘차게 밀어준다. 0-100km/h 가속을 8.3~5초 사이에 해치우고, 고속 영역까지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XC70은 SUV로서 충분한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5기통 엔진의 사운드도 매력적이다.
볼보의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는 고회전 영역에서 다소 주춤하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D5엔진의 출력과 토크를 제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고속에서도 의외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인다. 노면을 잘 붙들고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높은 지상고와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 때문에 다소 출렁거리는 감이 있다. 코너링에서의 안정성과 노면 추종력은 세단과는 몇 보 거리가 있다.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SUV보다 한 등급 더 기민한 운동 능력을 보여주지만 세단과는 한 등급 아래의 실력이다.
XC70의 브레이크는 S80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브레이크의 답력은 적당하고 제동력의 상승 곡선도 꾸준히 올라가는 타입이다. 과격한 운전에서도 그럭저럭 안정감 있게 차를 세워주기는 하지만 2톤에 육박하는 중량을 감안하면 한 등급 더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AWD시스템과 연비
XC70의 AWD 시스템은 할덱스(Haldex) 방식의 4륜 구동 시스템과 전자제어 프로그램 ‘인스턴트 트랙션’으로 구성된다. 이 AWD 시스템은 눈길이나 비포장도로 등지에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인다. 후륜의 개입 시점도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저속 기어가 없는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이다. 타이어도 포장 도로용의 로드타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진창길이나 계곡 같은 험악한 지형을 본격적으로 주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승용 왜건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기본적인 접근각과 이탈각도 다소 작은 편이다. 올-터레인(All-Terrain)등급 정도의 타이어를 준비해 두면 오프로드 성능을 좀 더 끌어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XC70의 복합모드 기준 공인 연비는 11.1km/l이다. 고속도로 연비는 12.4km/l이고 도심 연비는 10.2km/l로 올라와 있다. XC70을 시승하며 실제로 측정해 본 결과, 막히는 구간이 많은 시내에서는 9km/l대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 연비는 평균 16.8km/l을 기록했다.
안전/편의 사양, 그리고 가격
XC70에는 안전의 명가인 볼보가 자랑하는 다양한 안전 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사각 보조 시스템인 BLIS는 차선변경이 많은 시내 주행에서 요긴하다. XC70에 적용되어 있는 시티 세이프티 II 시스템은 저속 추돌 경고 및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보행자 감지 기능과 자전거 이용자 감지 시스템과도 연동된다.
이 외에도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졸음 운전 경고 시스템, 내부의 오래된 공기를 외부로 자동 배출시키는 클린존 인테리어 패키지(CZIP: Clean Zone Interior Package), 차량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모니터링 하여 유해 물질의 차내 유입을 막는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IAQS: Interior Air Quality System) 등의 편의 사양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 볼보는 전 XC 라인업에 리어 서스펜션의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하여 주행 안정성 확보를 돕는 ‘니보매트 오토매틱 레벨링 시스템(Nivomat automatic leveling system)’을 적용한 모델들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트림에는 트레일러의 주행안정성을 제어하는 ‘트레일러 스태빌라이저’ 기능 또한 추가된다.
가격은 VAT를 포함하여 D5 모델이 6,080만원, D5 니보매트 모델이 6,23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볼보는 겨울 시즌 동안 진행 중인 ‘윈터패키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외부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열선 스티어링 휠 및 열선시트를 작동시켜주는 윈터패키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일상과 여가를 가리지 않는 팔방미인
XC70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차다. 볼보 왜건 특유의 뛰어난 공간 활용성, 팔팔한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즐거운 주행감, 눈길 등의 환경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AWD 시스템, 그리고 디젤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연비가 그것이다. 이러한 장점들은 여가와 일상을 가리지 않고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요소이다.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의 상반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뭐든 잘 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의미고 나머지 하나는 ‘딱히 특출나게 잘 하는 건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다. XC70은 이 중에서도 긍정적인 의미의 팔방미인이라 할 만하다. 특히 차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로 인한 만족감이 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의 기저에 ´안전´이라는 가치가 전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XC70은 안전하고 즐거운 여가와 일상을 위해 고려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