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60은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XC) 계열의 모델이다.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은 크로스오버 SUV를 표방하는 모델 군이다. 2000년대부터 자동차 시장에 몰아 친 크로스오버의 바람을 타고 기존의 튼실한 볼보 왜건에 SUV의 옷을 입혔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자동차가 XC70이었다. 처음부터 정통 SUV로 만들어졌던 XC90은 예외지만, XC70은 전술한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볼보 XC60은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에 새로 영입된 모델이다. 기초로 하고 있는 모델은 튼실한 중형 왜건인 V60. 볼보는 여기에 SUV의 지상고와 스키드 플레이트 같은 SUV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들을 덧씌웠다. 거기에 볼보의 차체만큼이나 튼실한 디젤엔진까지 얹어 주었다. XC60은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의 막내로서 볼보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 볼보는 전 모델에 대해 페이스 리프트 및 사양의 조정까지 감행했다. 볼보의 크로스오버 SUV, XC60을 만나보았다.
Exterior
V60을 아는 사람에게는 지상고만 조금 높인 V60으로 보일 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인 차체부터 다르다. 승용 왜건인 V60의 전장X전폭X전고는 4,635X1,865X1,485지만, SUV인 XC60의 전장X전폭X전고는 4,645X1,890X1,715이다. 분위기가 비숫할 수는 있어도, 차체와 도어패널까지 다른 차다.
XC70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XC70의 경우에는 무광 블랙의 플라스틱 범퍼를 둘러 SUV다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 물론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했던 XC60도 그런 방법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XC60은 그런 것을 깔끔히 털어냈다. 그리하여 XC60의 외관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섬세한 도심형 SUV에 한층 가까워졌다.
전면부의 세련되고 날렵한 인상은 XC60을 SUV라고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볼보는 최근 라인업 전체에 걸쳐 페이스 리프트를 단행했다.XC60또한 예외는 아니어서동사의 다른 모델들과 맥을 같이하는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2014년형으로 변경되면서 2개로 나뉘어져 있던 헤드램프 유닛이 하나로 합쳐져 훨씬 정돈된 인상을 준다. 단순하면서도 날렵한 면 구성의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 스키드 플레이트 등이 도심에 어울리는 세련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 준다.
데뷔 때도 그랬지만, 옛 볼보 왜건의 스타일을 미련 없이 벗어 던진 유연한 라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볼보의 왜건은 항상 수직으로 떨어지는 D필러 라인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었다. 짐을 하나라도 더 싣기 위한 배려에서 출발한 발상이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특히 왜건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한국 시장에서 그런 스타일링은 ‘짐차’ 이미지만 더욱 실어 줄뿐이다. 그래서 신형 볼보 왜건들의 측면 디자인이 반갑다. 지상고는 SUV라 하기에는 다소 낮은 감이 있지만, 도심형 SUV로써 사용하기에는 이 셋팅이 더 어울린다. 타이어와 휠의 규격은 235/60 R18 사이즈가 적용되어 있다.
후면부를 바라봤을 때, 90년대 후반부터 볼보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피터 홀버리’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터 홀버리는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로서, 박스 형태에만 머물러있었던 볼보의 스타일링 기법을 근본부터 쇄신했다. 그의 대표적 기법 중 하나였던 툭 튀어나온 어깨 선은 볼보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우람하고 듬직한 인상을 주는 후면 디자인은, XC60을 정통 SUV의 느낌이 들게 한다. 리어 윈도우를 따라 세로로 배치된 테일램프는 LED가 적용되어 한층 더 세련된 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Interior
XC60의 인테리어는 페이스 리프트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여전히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에 충실한 모습이다. 선과 면을 허투루 쓰지 않았고, 필요한 곳에 간결한 형태로 자리잡은 디테일이 이런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일목요연한 구성은 ‘볼보의 인테리어는 노인용’이라고 하는 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유의 센터스택은 여전히 건재하다. XC60 D4모델의 센터스택에 적용된 우드그레인은 V형으로 만나도록 만들어져 있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의 형상을 가진 4스포크 타입으로, 간결하고 모던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림이 충분히 두텁고 가죽의 질감이 부드러워 좋은 그립감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의 왼쪽 스포크에는 크루즈 컨트롤러가 위치해 있고, 오른쪽 스포크에는 오디오 리모컨이 자리를 잡았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대단히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다. 중앙에 위치한 원형 계기반과 그 주변부로 구성되어 있다. 볼보는 이를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라고 하는데, 테마에 따라 달라지는 패널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XC60은 에코, 엘레강스, 퍼포먼스의 세 가지 주행 테마를 제공하는데, 테마에 따라서 계기반의 컬러와 구성이 달라진다. 특히, 퍼포먼스 테마는 마치 스포츠 바이크의 계기반을 보는 듯한 역동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센터 스택에 마련된 버튼들은 큼직한 사이즈로 조작이 편하고 폰트 사이즈도 적정한 수준이다. 그리고 볼보 특유의 에어컨 컨트롤러도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 놓은 덕분에, 시인성과 조작성이 우수하다. 오디오는 8개의 스피커를 갖춘 하이퍼포먼스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오디오의 성능은 무난한 수준이다.
시트는 전형적인 볼보의 시트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XC60의 컴포트 시트는 쿠션감이 풍부하고 몸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느낌을 전해준다. 시트의 안락함에 대한 부분은 볼보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안락함은 운전석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동승석과 뒷좌석도 운전석과 비슷한 수준의 안락함을 보장한다.
XC60의 뒷좌석 시트는 안락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과 배려를 담고 있다. 4 : 2 : 4비율로 폴딩이 가능하고, 전 좌석에 헤드레스트가 마련되어있다. 뒷좌석에 타게 될 어린이를 감안하여 시트의 착좌부 높이를 총 2단계로 조절 가능한 부스터 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안전벨트를 어린이의 신장과 맞게 착용시켜주기 위한 기능이다. 그 동안 안전 부문에서 성인에 비해 등한시 되어왔던 어린이 안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은 안전의 대명사, 볼보다운 배려다.
Powertrain
시승차인 XC60 D4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XC60라인업의 엔트리 모델로서, 2.0리터의 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 엔진은 163마력/3500rpm의 최고출력을 가지고 있고 최대토크는 40.8kg.m/1500~2750rpm이다. 변속기는 볼보의 6단 기어트로닉 자동 변속기가 사용된다. 구동계는 전륜 구동이다. AWD 시스템은 윗급인 D5와 T6 R-Design모델에만 적용된다.
Road Impression
스마트키 버튼을 눌러, XC60의 시동을 걸어보았다. 나지막한 음색의 엔진 소음이 살짝 유입됐지만, 그 이후로는 정숙하다. 아이들링 소음이 잘 억제된 편이라 엑셀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엔진 소음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XC60의 정숙성은 대체로 무난한 수준.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퍼포먼스 테마로 전환을 시킨 후 주행을 시작했다. 스포츠 바이크의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클러스터가 퍼포먼스 모드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1차적으로 인지시켜 주고, 스로틀의 반응이 좀 더 빨라지는 감각이 전해진다. XC60의 막강한 토크는 공차중량만 1870kg이나 나가는 차를 힘차게 밀어준다. 이 토크가 워낙 강렬하게 다가와서 순간 2.5리터 급의 엔진으로 착각했을 정도이다.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었던 기어트로닉의 반응성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자동변속기로서 충분한 수준의 변속 능력을 보여준다. 섀시는 그야말로 ‘튼튼하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 튼튼한 섀시는 차를 안정감 있게 만들어 준다. 서스펜션은 다소 소프트한 편이지만 제법 근성이 있어서 코너에서도 차체를 악착같이 받쳐준다. 분명히 SUV를 타고 있지만, 여타의 SUV와는 확실히 다른 감각이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맛이 의외로 쏠쏠하다. 확실히 승용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Equipment, Price
2014년형 XC60 라인업은 D4, D5, T6 R-Design의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VAT를 포함한 가격은 D4가 5,630만원, D5가 6,740만원, T6 R-Design이 7,17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시승차인 D4에는 볼보가 야심 차게 개발한 도심지 안전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 기능과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SIPS), 그리고 사각 정보 시스템(BLIS) 등의 각종 안전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BLIS의 기능이 인상적인데, 사이드 미러에 달린 카메라로 측후방의 차량을 감지해 낸다. 주행 중 차선 변경을 할 때 매우 유용하다. 그 외에도 전동식 테일 게이트, 앞좌석 8방향 전동시트, 눈부심 방지 룸미러, 크루즈 컨트롤 등의 편의사양이 제공된다.
볼보의 XC60은 동사의 튼실한 중형 왜건, V60을 기반으로 SUV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우람하고 듬직하면서도 최근 볼보의 경향에 맞춘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왜건의 명가 볼보다운 뛰어난 공간 활용성이 강점이다.
편안한 승차감과 주행감은한국 시장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거기다 어린이들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세심한 부분은 XC60의 패밀리 카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대목이다. 가끔 기분을 내며 달리고 싶을 때에도 적당히 응수해 주는 센스 또한 품고 있다. 젊은 가장의 자동차로서, XC60은 손색없는 기능성과 편의성, 그리고 성능까지 갖추었다. 그래서 XC60은 한국의 아빠들에게 사랑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글 박병하 기자/사진 표영도 기자, 편집 모토야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