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미지 마케팅의 시대다. 모든 차가 나름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자동차는 어느새 속마음을 드러내는 액세서리가 되어버렸다. 차분한 디자인의 차를 타며 점잖음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우락부락하게 덩치를 부풀린 차를 타고서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차를 살 때 이성의 힘을 빌어 열심히 살펴보고 고민한다. 어느새 비교도표를 만들어서 수치와 편의사양, 트렁크 공간들을 열심히 비교한다. 가격 대 성능 비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선택은 늘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는 차를 고른다. 짐을 많이 싣고 가족 모두가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를 고를 때 대부분 SUV를 떠올린다. 하지만 과연 SUV가 답일까?
쉐보레 올란도의 스타일은 마치 낮게 엎드린 SUV 같다. RV 또는 MPV로 정의할 수 있는데, 덩치 부풀린 모습이 딱 SUV를 닮았다. 펑퍼짐한 미국식 정장 입는 태생을 숨길 순 없었는지 큼직큼직 그렸다. 세부적 요소라는 나무 하나에 집중하기보단 숲을 보는 스타일이다.
시원하게 선을 그어낸 겉모습과 다르게 실내는 멋을 부렸다. 타코미터와 속도계를 분리해놓은 계기판은 둥글린 인디언의 소뿔 장식 같다. 올란도의 실내를 보면 쉐보레 모델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센터페시아부터 Y자 모양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의 듀얼 콕핏 구조다. 유광재질로 마감해 더욱 모양이 도드라진다. 오디오를 조작하는 부분은 볼록 솟았다. 센터페시아 끝자락의 변속기는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공간 배치에는 나름 애를 썼다. 3열 좌석까지 달아 7명이 앉을 수 있다. 물론 3열 좌석의 다리 공간은 빠듯하다. 하지만 모양은 온전하다. 다리 공간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만족할만하다. 3열로 이동할 땐 조수석 쪽 2열 좌석을 잡아당긴다. 그러면 고정되어있던 아래 받침이 빠지며 통째로 머리를 숙인다. 3열 좌석이 필요 없을 땐 평평하게 접어 짐칸으로 쓸 수 있다.
올란도는 LPG와 디젤 모델로 나뉜다. 가솔린 모델은 만들지 않는다. 차급을 고려한 선택이다. LPG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어도 아직까진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가솔린 보다는 기름값이 적게 든다. 하지만 약간의 진동이나 소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디젤 모델을 택하는 것이 더 낫겠다.
배기량은 같다. 직렬 4기통 2.0L(1998cc)다. LPGi 엔진은 최고 출력 140마력에 최대 토크 18.8㎏·m을 낸다. 연비는 8.7㎞/L로 낮아 조금 아쉽다.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163마력에 최대 토크 36.7㎏·m. 연비는 14㎞/L로 LPG 모델보다는 확연히 높지만 부족한 기분이 든다. 행여나 하고 공차 중량을 확인해보니 1645(LPG)~1705(디젤)㎏로 제법 무게가 나간다.
올란도의 크기 비교를 위해 3종의 SUV를 골랐다. 기아 쏘렌토, 현대 싼타페, 쉐보레 캡티바다. 올란도의 길이는 4665㎜, 너비는 1835㎜, 휠베이스는 2760㎜이다. 길이는 쏘렌토, 싼타페보다 각각 20, 25㎜ 짧고 너비는 45, 50㎜ 좁다. 반면 휠베이스는 60㎜ 더 길다. 높이는 싼타페, 쏘렌토, 캡티바보다 45, 60, 90㎜ 낮다. 올란도는 SUV와 비슷한 크기지만 휠베이스를 더 늘려 실내 공간에 공을 들였다. 게다가 더 낮은 높이로 안정감을 더했다.
올란도는 몸집을 키우다 못해 자사의 SUV, 캡티바와 거의 같은 크기에 실용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더해 승부를 걸고 있다. SUV가 필요하지만 껑충한 감각과 가격 앞에 망설여진다면 올란도를 권하고 싶다. 남자다움을 차로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살포시 접는다면 올란도는 가격대비 많은 가치로 돌아오는 차다. 남자다움은 다른 걸로 과시하자. 예를 들면 신사의 운전 매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