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보다 더 작은, 버블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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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보다 더 작은, 버블카 이야기
  • 박병하
  • 승인 2019.07.17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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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의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큰 차를 선호해왔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는 취급이 썩 좋은 편은 못 된다. 그러나 다양한 혜택과 낮은 유지비용이라는 장점 덕분에 비중은 작지만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고정적인 수요가 거의 항상 존재해 온 덕분에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 시장과는 반대로 대접이 매우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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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계의 자동차 역사에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의경차보다 더 작은 자동차들이 존재했다. 일명 ‘마이크로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차들을 비롯하여 일본의 경차들, 그리고 이번에소개할 버블카(Bubble Car)가 있다.

버블카는 제 2차세계대전 이후인 1940년대 말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버블카는극단적으로 작은 차체에 문이 없이 캐노피까지 도입한 극단적으로 간소한 구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버블카’라는 이름은 상부의 캐노피로 인해 차가 마치 비누방울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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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카는 제조단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수를 줄이는 것에 극단적으로 매달렸다. 캐노피 구조를 채용한 것도, 도어를만들지 않기 위해서일 정도니 말 다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부품 수를 줄이는 경향은 기계구조에서도 마찬가지다. 버블카는 대체로 삼륜, 내지는 삼륜차에 가까운 사륜차의 형태를 띈차들이 많았다. 바퀴는 마치 스쿠터의 그것처럼 작은 바퀴를 사용했으며,엔진 역시 모터사이클의 것을 사용했다. 조향 기구 등도 일반적인 사륜자동차들보다는 오히려모터사이클의 구조에 더 가까웠다.

이는 전쟁 이후의 피폐해진 유럽의 경제사정과 더불어, 전쟁 이후 더 이상 군수물자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 기업들이 일종의 자구책으로서 자동차를 급조하게 되면서 나타난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블카는 전쟁 이후 공궁해진 유럽의 시민들에게 있어가장 값싸게 구할 수 있는 탈 것 중 하나였다. 버블카의 유행은 194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전유럽이 곤궁했던 시절 내내 지속되었다. 하지만 60년대 이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최소한의 장비만갖추고 있었던 버블카는 그 생명력을 잃어갔고, 오늘날에는 수집용 아이템으로 남았다. 다음은 세계 각국의 버블카들이다.

메서슈미트 KR175

메서슈미트는 나치 독일공군(Luftwaffe, 現 독일연방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Bf109를비롯해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제트 전투기, Me262 등을 만든 항공기업이다. 이들은 전쟁 이후 항공기 제작을 금지당해 더 이상 ‘본업’에 손을 댈 수 없게 되었고, 그 자구책으로서 자동차를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게 된 차가 바로 메서슈미트 KR17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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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슈미트KR175의 KR은 독일어 Kabinenroller를줄인 말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객석이 달린 스쿠터’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자동차였다. 방향 전환은 통상의 자동차와 같은 스티어링 휠이 아닌, 이륜차의핸들 바를 사용했으며, 엔진은 173cc의 모터사이클용 공랭식 2행정 엔진을 사용했다. 전장은 고작 2,820mm에, 전폭은1,220mm, 전고는 1,200mm에 불과했고 공차중량도 220kg에 불과했다.

이소 이세타

이세타는 이탈리아의 자동차회사 이소(Iso)가 제작한 초소형 자동차였다. 236cc 2행정 오토바이 엔진을사용해 최고출력 9.5마력을 발휘했다. 변속기는 4단 변속기를 사용했고 최고속도는 75km/h까지 나왔다. 이세타는 전 세계 5개국(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영국)에 라이선스 생산이 이뤄진 차종이었다. 이세타는 이탈리아 외에도 독일에서 상당한 양이 생산됐다. 이세타를라이센스 생산한 기업들 중에는 BMW도 포함되어 있으며, 독일공군의폭격기를 주로 만들었던 하인켈(Heinkel)도 ‘카비네(Kabine)’라는 이름으로 이세타를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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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타는 객석이 달린 스쿠터에 불과했던 메서슈미트KR175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이 차는 엄연히사륜자동차로 만들어진 차다. 물론, 후륜의 트레드가 전륜에비해 매우 좁기는 하지만 사륜자동차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탱릐 바리에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 이세타는승용 뿐만 아니라 뒷부분에 적재함을 설치한 오토카로(Aurocarro) 모델도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특장차량도 존재했다.

췬다프 야누스

췬다프(Zündapp)는 통일 전 서독의 모터사이클 제조사다. 췬다프는 버블카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들도 사륜자동차의 모양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 구조는 지붕을 씌운 스쿠터에 가까운 버블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내놓은 버블카는 독특함이 넘치는 버블카들 가운데서도 상당히 특이한 구조를 채용했다. 그것은 바로 앞뒤로 붙은 캐노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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췬다프의 버블카 야누스(Janus)는 차체의 앞뒤가 대칭형에 가까운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여기에 더 놀라운 점은 앞좌석과 뒷좌석이 서로를 등지고 있는 구조를 취했다는 점이다. 캐노피를 2개나 설치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독특한 컨셉트의야누스는 상당히 주목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로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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