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만들어진 ‘클래식 911’ - 싱어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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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만들어진 ‘클래식 911’ - 싱어 911
  • 박병하
  • 승인 2019.07.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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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제품은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제아무리 매력적인 제품이라도 이를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팔아 넘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을 남에게 팔기 위해서는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 경제성, 수익성 등, 지극히현실적인 측면들을 고려한, 일종의 ‘최적화’를 가한다. 따라서 하나의 제품이 ‘상품’으로서 완성되는 데에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 뿐만 아니라, 이생면부지인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드는 현실적인 가격 책정, 그리고 이에 맞춰 단가를 조정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해할 수 있는 일들이 반드시 선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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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은 누군가에게 판매해야 하는 상품이라면, 대부분 예외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는 고가의 내구재인 자동차에도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히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는 양산차라면 예외가 있을 수 없다. 1963년 초대 모델이 출시된 이래, 반세기를 넘도록 전세계인의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카, 포르쉐 911도 마찬가지다.

포르쉐 911은반 세기가 넘는 역사를 거쳐 오면서 끝없이 변화를 반복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가운데에는 시장의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개선’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차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요소들까지 건드렸다. 특히, 1999년 출시된 코드네임 996은 포르쉐 911의 아이덴티티였던 공랭식 엔진을 버리고 사상 최초의 수랭식 엔진을 채용하고 헤드램프의 형상도 새롭게 바꾸는등, 그야말로 ‘대격변’이일어났으며, 현재의 코드네임 991과 같은 경우에는 사상최초의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초의 수랭식 엔진을 채용한 코드네임 996은 포르쉐 911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으며, 이후의 911들은 전통과 변혁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가며새로운 고객을 끊임없이 유치하는 등, 포르쉐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변화는911의 명맥을 지금까지도 이어오며 지금도 수많은 이들을 911 앞으로다가오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으니, 성공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하지만 이른 바 포르쉐파일(Porschephile)이라고도 불리는 열혈팬, 혹은 골수 마니아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그들은 위와 같은 변화로인해 911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며,현대로 넘어올수록 더욱 ‘상품화’되어가고 있는911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상품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상업성’이라는 요소가 수반되어야 한다. 상업성이 결여된 채 이른바 ‘덕후감성’에만 치중해서는 냉혹한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포르쉐에게 아무리 요구해도 그들이 원하는 911, 즉공랭식 엔진에 클래식 911의 외양, 그리고 고유한 감성을지닌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온전하게 보존된 911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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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이 원하고 사랑하는 것들만 골라 꾹꾹 눌러담은 911이 미국의 한 신생 소규모 제작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싱어비히클 디자인(Singer Vehicle Design, 이하 싱어)’에서만들어지고 있는 911들이 바로 그것이다. 싱어는 포르쉐911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영국 출신의 가수 롭 디킨슨(Rob Dickinson)이 미국에 세운 소규모 제작사다. 회사의이름이 ‘싱어’인 이유도 가수 출신인 그의 이력과 동시에 911의 공랭식 6기통 박서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과 엔진음을일종의 ‘음악’으로 여기는 그의 시선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남들이 ‘소음’으로여기는 것들을 ‘음악’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그가 포르쉐 911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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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회사를 세우게 된 계기는 그가 자신만의 911을 갖기 위해 스스로 964를 복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가 직접 하나하나 공들여 복원한 964는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그들 중에서도 구입을 희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자신만의 911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싱어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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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의 911은기본적으로 89년도부터 93년도까지 생산된 코드네임 964의 섀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964는 현대에 등장했던 911들 중에서 클래식 911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모델인데서기인한다. 따라서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 싱어의 911은새롭게 생산하는 모델이 아닌, 복원(Restore) 내지는튜닝카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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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의 911 한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 중 가장 필요한 재료는 다름아닌 포르쉐 964의 섀시다. 따라서 싱어의911을 원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직접 오리지널 포르쉐 964를 가져와야 한다. 이 차량이 있어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를 구해올수 없다면 하다못해 964의 섀시라도 구해 와야 한다. 물론, 싱어에서 직접 차량 혹은 섀시를 구해다 줄 수 도 있지만 이 경우, 섀시내지는 종고차량에 대한 비용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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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준비되면, 먼저차량을 완전히 분해한 후 섀시에 대한 대대적인 방청작업을 실시한다. 생산된지 오래된 차종인만큼, 해묵은 때와 녹을 몽땅 벗겨내고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 섀시의보수가 완료되면 보디 패널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한다. 싱어 911의보디패널은 모두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964에서 무려 280kg에 달하는 무게를 덜어 낸다. 그리고 싱어 911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클래식 911터보의 빵빵한 쿼터패널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외관의 디테일은 클래식한 외양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내부는 최신 기술로 이루어진 제품들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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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와 섀시 작업이 끝나면 엔진을 얹을 차례다. 당연하게도 엔진은 오리지널 911의 공랭식 6기통 박서엔진을 사용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엔진들은 포르쉐가 아닌, 영국의 고성능 엔진제조사이자 튜너이기도한 코즈워스(Cosworth)에서 공급한다. 엔진은 3.8리터 사양과 4.0리터 사양이 존재한다. 4.0리터 사양의 엔진은 자연흡기로 39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발휘한다. 변속기는 게트락(Getrag)에서 공급하는 5단, 혹은 6단 수동변속기를사용한다. 4.0리터 엔진을 탑재한 싱어 911은 0-100km/h 가속을 불과 3.3초에 끝낼 수 있는 순발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여기에 공랭식 박서 엔진만의 감성충만한 배기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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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기존 964의레이아웃을 그대로 따르되, 구매자가 원하는 색상, 원하는질감의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 철저하게 개인을 위해 만들어지는 차량인 만큼, 실내에는 가능한 대부분의 사항을 원하는 대로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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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싱어의 911은 모두 오너 개인의 취향이 100% 반영되어 있는 결과물들이지만, 어떤 차량이건, 보는 순간부터 그야말로 60~70년대의 911을 연상케 하는 외양으로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80~90년대에 생산된 964로 60~70년대의감성을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크게 강조된 쿼터패널은 싱어 911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이며, 엔진 리드의 경우, 가변식 스포일러나 고정식 스포일러를 선택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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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클래식 911, 싱어 911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최소 개조비용으로만 무려35만 달러(한화 약 4억1,303만원) 이상의 비용을 요구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베이스 차량(섀시)구매 비용을 제외한 최소한도의 가격이며,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싱어는 현재 마지막 공랭식 911이라 일컬어지는 코드네임 993을 기반으로 한 차량을 제작할예정이라고 전해지며, 현재 자사 911의 디자인에서 영감을얻은 오토매틱 시계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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