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모터스포츠 전담반이자 고성능 서브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M' 브랜드, 그리고 이 M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른 바 ‘BMW M카’들은 BMW 퍼포먼스의 정수로 일컬어진다. BMW가 설계 기반을 제공하고 M의 손길로 완성되는 M카들은 M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 이외에도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바로 공통된 작명법이다. BMW M카들은 알파벳 M과 시리즈 숫자로 이루어진 작명법을 따른다(예: M3, M5 등). SUV/크로스오버 모델인 X패밀리의 경우에는 X+숫자+M로 이름 지어진다.
그런데 BMW M카의 일원이면서도 이름이 반대로 지어진 경우가 하나 존재한다. 2011년에 등장한 고성능 소형 쿠페, ‘BMW 1M’이 그 주인공이다. BMW 1M은 1시리즈 쿠페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M카로, 소형의 후륜구동 차체에 340마력을 상회하는 강력한 엔진과 뛰어난 섀시 설계로 고성능 자동차의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차였다.
BMW 1M은 BMW M카의 작명법 상으로는 분명히 ‘M1’이라고 이름지어져야 했다. 그렇지만 실제 차명은 1M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지금까지 1M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왜 BMW 1M은 ‘M1’이 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M1’이라는 이름을 이미 다른 차가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BMW M1’은 퍼포먼스를 지향하지만 정작 순수 스포츠카 모델은 드문 BMW 내에서 가장 순수한 스포츠카이자, 종마의 혈통에 가장 가까운 차라고 할 수 있는 차로 손꼽힌다. 그리고 오늘날 BMW M카들의 지향점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BMW M1의 탄생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MW 모터스포츠는 그룹5(Group 5) 레이싱에서 경쟁업체인 포르쉐와 대등하게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했다. M1은 태생부터가 이 막강한 상대와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스포츠카였던 것이다.
M1의 디자인을 담당한 사람은 당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맡았다. 전면에는 BMW 전통의 키드니 그릴과 팝업식 헤드라이트가 위치했다. 1.14미터에 불과하는 낮은 차체와 후면 창문의 검은색 슬레이트 지붕과 측면 흡기구는 매혹적인 뒷모습을 간직했다. 무게중심이 낮은 차체는 코너링에서 최대의 속도를 얻기 위해 설계된 특징이다. M1은 외형에서부터 순수한 경주용 자동차의 혈통이 흐르고 있는 느낄 수 있다.
가운데에 위치한 3.5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3.6kg.m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65km/h까지 나왔고 BMW M1은 당시 독일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로 알려졌다. 공차중량은 1,300kg으로 미드십 방식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통해 뛰어난 핸들링 특성을 이끌어냈다. M1에 사용된 M88엔진은 이후 BMW M635i와 M5엔진의 토대가 됐다.
1979년부터 열리며 1980년까지 개최된 단일 차종 경주인 BMW 프로카 시리즈(Procar Series)에서 M1 경주용 차를 이용해 가장 빠른 5명의 F1 드라이버와 유망주인 레이서들까지 경주를 벌였다. 이러한 규모를 가진 대회는 오늘날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프로카 시리즈는 예상외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대회에 사용된 M1 경주용 차는 1986년까지 24시 내구레이스에도 사용됐다. 최고출력은 470마력을 발휘하며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4.5초가 걸렸다. 최고속도는 310km/h까지 낼 수 있었다. 이후 그룹5 경주에 출전할 때는 터보를 장착해 최고출력을 850~95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M1 경주용 차는 팝아트로 유명한 미국의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디자인한 예술 자동차로도 유명해졌다. 2008년 4월 BMW는 BMW M1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컨셉트카인 BMW M1 오마주(Hommage)를 발표한다. M1 오마주 컨셉트카는 2014년 출시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BMW i8의 디자인에 영향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