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르노 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인 로렌스 반 덴 애커가 2013 서울모터쇼를 찾았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다녀간 지 8개월만이다. 르노 그룹의 고위층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 이유는 자회사 르노삼성자동차 때문. 최근 판매 저조로 입지가 약해진 르노삼성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날 그는 QM3의 디자인과 르노 그룹과 르노삼성의 관계, 그리고 르노삼성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렌스 반 덴 애커 부회장은 아우디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포드 수석 디자이너, 마쯔다 디자인 총괄직 등을 역임한 베테랑 디자이너다. 르노․삼성이 이번 서울모터쇼에 내세운 QM3(르노 캡쳐)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르노삼성의 서울모터쇼 프레스 컨퍼런스에 올라 QM3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QM3 신개념 크로스오버 모델입니다. SUV의 스포티함과 해치백의 편리함, 세단의 승차감을 한데 묶었죠. 체구 역시 기존 SUV보다 작습니다. 때문에 더욱 실용적입니다. 스타일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 노력했습니다. 패셔너블하면서 감성적이고, 유려하면서 강인한 디자인이죠. 실내에는 가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담았습니다.”
그의 설명처럼, QM3는 소형 SUV다. QM5보다 한 급 아래에 자리할 예정이다. 크기는 최근 데뷔한 쉐보레 트렉스와 비슷하다. 둥글둥글한 차체에 반듯하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그릴 등을 더해 뚜렷한 존재감을 뽐낸다. 실내는 프랑스 차답게 현란하게 비튼 선과 면으로 완성했다. 국내엔 올 하반기에 데뷔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 덴 애커 부회장은 “앞으로 르노 디자인의 방향은 이동수단이나 기술적인 면을 넘은 삶의 애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기자들이 던진 핵심 질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째는 르노삼성의 디자인 권한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앞으로 르노삼성의 권한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르노삼성의 전문성은 본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국내시장 입지에 대해서는 “경쟁 업체(현대기아차)를 쫓는데 급급하지 않고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라고 일축했다.
마지막은 “QM3(르노 캡쳐)의 성공을 자신하는가?”였다. 그는 “QM3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합니다. 소형 SUV 시장 역시 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 중이죠. 따라서 성공도 자신합니다. 유럽시장에서의 반응도 매우 뜨겁구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한국시장에 QM3가 데뷔하면 제 자신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글 류민 |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류민
로렌스 반 덴 애커와 기자간의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Q: 최근 SM 시리즈와 QM5의 디자인 개발을 한국에서 주도했다고 한다. 개발시 르노삼성이 갖는 디자인 권한의 정도는?
A: 2009년부터 르노에서 일했는데, 그때부터 르노삼성의 디자인 권한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1단계로 르노 그룹은 르노삼성에 기존 모델의 디자인을 위임하기로 했다. 최근 출시한 SM5 플래티넘이 좋은 예다. 이 모델은 반응이 좋다. 르노삼성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도한 것이다. 이러한 권한 위임은 르노 그룹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르노 디자인에는 5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5개국에 운영하고 있는데 파리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다음으로 서울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두 번째로 크다.
Q: 르노의 디자인 전략과 르노삼성의 디자인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역할별로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가?
A: QM3를 보면 앞으로의 방향을 알 수 있다. 감성적인 디자인에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더 할 것이다. 앞으로 르노삼성과 르노의 디자인 전략은 융합 될 것이다. 한국의 역량과 전문성은 르노 프로젝트에도 기여할 것이며, 이것은 곧 우리 모두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다.
Q: QM3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하는가? 그리고 제네바에서 캡처가 첫 선을 보였는데, 프랑스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A: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 잔이 반 정도 찼다면 이는 곧 다 채워진 것이나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QM3는 이러한 의미에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르노삼성이 더욱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이상 경쟁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고 혁신적인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한국 시장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태리 기자단이 QM3를 두 번째로 흥미로운 모델로 선정했다. 수퍼카인 ‘라페라리’ 다음이다. 그만큼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QM3는 유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자랑하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투톤 컬러가 아주 스타일리시하다. QM3는 한국시장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유럽에서도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반응은 좋다. 광고도 시작하지 않았고, 전시장에 전시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800대 이상 사전 계약되기도 했다.
Q: 세계적으로 보면 소형 SUV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소형 SUV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경쟁 모델 대비 QM3의 장점은?
A: 소형 SUV는 아주 흥미로운 시장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이유도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소형 SUV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도시에서 운전하기 좋다. 시야도 높직하다. 하지만 넉넉한 실내 덕분에 야외로 나갈 때도 좋다. 또한 스타일도 좋고 색상이나 인테리어를 개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즉, 소형 SUV를 사는 이유는 ‘멋진 스타일링’,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 ‘적당한 사이즈’ 등으로 다양하다. QM3는 패셔너블하고 모던한 차다. 이 같은 가치를 모두 품었다. 한국말로 ‘멋지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다.
Q: QM3를 디자인하며 특별히 벤치마킹한 차가 있는가? 한국을 위해 변경된 부분은 어디인가?
A: 일반적으로 차를 디자인할 때 벤치마킹을 하는데, QM3의 경우는 쉽지 않았다. 이 세그먼트에서 우리는 거의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백지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력적인 외장을 위해 노력했고, 인테리어에는 혁신적인 부분을 많이 담았다. 아직은 인테리어에 대해 많은 부분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국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한국 고객은 자동차를 많이 알고 있으며 신기술과 트렌드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경쟁사도 벤치마킹했다. IT 기술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한국 제조업체와 HMI기술도 협력했다. 우리는 트렌드를 만들어가길 원한다. 더 이상 수비수의 역할이 아닌 공격수의 역할을 하고 싶다. 다양한 색상도 장점이다. 한국에는 단조로운 컬러의 차들이 많다. QM3처럼 좀 더 화사한 오렌지색이나 보다 컬러풀한 차가 더 많이 보이기를 기대한다.
Q: 글로벌 디자인의 추세와 이에 따른 르노의 디자인 전략은?
A: 디자인에서는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로서의 개성이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여러 나라의 고객들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Q: 르노 그룹 본사는 구조조정 중이라고 알고 있다. 디자인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비용 절감 부분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A: 디자인 부분에서는 구조조정이 없다. 디자인 측면에서의 불황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2015, 2016년을 바라보며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에서도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정하고 있고, 디자인을 통해 미래를 창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비용절감을 추구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투자하고 있다.
르노는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잘 해나가고 있고, 앞으로 좋은 신차를 출시하여 끊임없이 성장해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측면에서 비용 절감의 가장 좋은 방법은 아름답고 인텔리전트하면서도 컨텐츠가 풍부해서 잘 팔리는 차를 디자인 하는 것이다. 디자인만 제대로 된다면 플랫폼을 공유하고 경쟁력 있는 곳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르노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은 아시아 시장을 위한 허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매력적인 가격에 매력적인 모델을 디자인해 주길 바란다.
Q: 쉐보레 트랙스가 QM3와 같은 세그먼트로 간주되고 있다. 트랙스와 QM3의 디자인적 차이점은? QM3의 강점은?
A: 오늘 아침에 트랙스를 잠깐 봤다. 같은 세그먼트인 것은 맞다. 하지만 디자인은 아주 다르다. 트랙스는 기능적인 면이 강하다. 반면 QM3는 좀 더 감성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반기에 QM3가 출시되면 QM3와 트랙스의 차이가 뭔지 더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차 모두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
Q: 자동차 디자인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를 계승하는 것과 계승하면서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르노는 어떤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가?
A: 3년 전 르노 그룹에 입사했을 때,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새로운 장(챕터)을 여는 것이었다. 과거를 존중하면서 르노의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해석을 해달라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르노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통이라는 기반 자체는 아주 좋았지만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이처럼 기반이 확고한 전통에 자동차를 위한 가치, 혁신, 트렌드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안전성과 친환경적 요소도 반드시 고려하고 있다. 르노의 전기차는 이처럼 과거를 이해하면서도 미래를 반영하는 아주 좋은 예라고 본다.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재도약한다는 의미이다.
Q: QM3 디자인이 젊고 역동적인 것 같다. 요즘 한국 소비자들은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데, BMW 미니처럼 다양한 악세서리를 출시할 계획이 있나?
A: 생각지 못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다. 내일 한국의 디자인 팀을 만나면 이 부분을 꼭 이야기하겠다.
Q: 유럽 시장에는 메간, 클리오 등 성공 모델이 많다. 한국에도 이런 모델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다. 한국에 출시할 계획은 없나?
A: 이제는 르노와 르노삼성의 디자인 전략이 융합이 되고 있어 가능하다고도 본다. 우선은 새로운 전략의 QM3가 성공하는데 집중하겠다. 그 이후 다른 기회도 고려하겠다. 한국 시장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그 만큼 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