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올-뉴 랭글러(이하 신형 랭글러)는 선대 모델의 투박한 기색이 상당히 옅어졌다. 특히나 이러한 단점들을 지우기 위해 섀시에도 특별한 개선이 이루어져 관심을 모았다.
코드네임 JL로 개발된 신형 랭글러는 11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에 걸맞게 모델 헤리티지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진보를 이뤄냈다. 가령, 과급기 엔진이 추가되며 한결 여유로운 퍼포먼스를 자랑하며, 골조에는 알루미늄을 대폭 함유시켜 선대 모델 대비 100kg 가량의 체중 감량을 이뤄 온로드 주행성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FCA는 전작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던 누수 및 소음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탑과 하드탑 구조도 새로이 다듬었다. 이와 함께 FCA 산하 브랜드 '모파(Mopar)사가 손수 제작한 헤드라이너도 기본 장착하여 풍절음을 감소시키고 누수도 방지시키는 효과를 더했다. 참고로 선대 모델 시판 당시에는 이 추가 비용을 내고 모파제 헤드라이너를 장착해야했다.
아울러 지프가 명확한 약점이었던 이 N.V.H 부문에서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 스티어링 시스템 역시 특별한 방식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FCA코리아 측은 신형 랭글러에 대해 설명하면서 볼 스크류(Ball Screw) 방식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들은 대부분은 랙 앤 피니언(Rack & Pinion) 방식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품는다. 이 랙 앤 피니언 방식은 구조가 간단한데다 제조 단가도 저렴하여 가장 대중적인 조향장치로 거듭나고 있다. 무게와 연비는 물론, ADAS 기술 적용을 위한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과 랙 앤 피니언 방식의 조합은 현대 자동차 세계에서 명확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리서큘레이팅 볼(Recirculating Ball)'이라고도 불리는 이 볼 스크류 방식의 경우, 샤프트와 실린더 홈에 들어간 볼이 움직이며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복잡한 구조를 지닌다. 따라서 랙 앤 피니언 방식에 비해 제작 단가가 높은 편이나, 조작감이 한결 고급스럽다는 것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랭글러가 험로를 주 무대로 삼는 퓨어 오프로더임을 감안하면, 랙 앤 피니언 방식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구조적 한계상 운전자에게 많은 피로를 전해줄 수 밖에 없다. 흔히 이야기하는 '킥 백'(Kick Back) 현상으로 차체 하부에서 발생한 충격이 채 걸러지지 못하고 운전자의 손바닥에 전달되기 때문.
반면 노면에서 발생한 충격 전달량이 적은 볼스크류 타입 스티어링은 보다 대중적인 선택지로 거듭나려는 랭글러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지였다. 여기에 지프는 전동 유압식 스티어링을 전 트림에 적용하여 연료효율성은 물론, 조작감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실제로 신형 랭글러를 타고 불규칙한 노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달렸음에도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스트레스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전반적으로 거칠었던 섀시는 드디어 세련미를 품었고, 험로 주파력에만 올인하고 나머지는 모두 포기한 듯한 빈곤한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는 온데 간데 없었다. 매니악하기 그지없던 미국제 퓨어 오프로더는 오프로드 주파 능력은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접근하고자 뼈를 깎는 진화를 거듭했다.
한편, FCA코리아는 사실상 지프 단일 브랜드로 개편한 이후 체로키 - 컴패스 - 랭글러로 이어지는 숨가쁜 신차러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특히 브랜드의 정수로 꼽히는 랭글러의 환골탈태는 수입차 시장에도 제법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고정 수요층이 꾸준히 존재하던 모델의 상품성 진보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