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스즈카 서킷에서 열린 일본 그랑프리 경기는 새 역사를 창조하게 된다. 스카이라인이 전설로 회자되는 경기였다. 당시는 닛산에 합병되기 전인 프린스 공업사의 스카이라인으로 사쿠라이 신이치로가 만든 2리터 6기통 엔진을 얹어 경기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엔진룸이 좁아 프론트를 약 20cm 늘린 S54로 출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스카이라인에 몸을 실었던 스나코 요시카즈(Yoshikazu Sunako)는 “차체 밸런스가 나빠졌고 타이어가 통제를 벗어났다. 그래서 드리프트를 통해 코너를 공략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점은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선 잠깐의 연습 주행을 거친 후 요시카즈 스나코는 이 차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서킷에는 이미 시속 250km의 성능을 지닌 포르쉐 904 카레라 GTS가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스카이라인이 포르쉐 904 카레라 GTS를 이길리는 없었지만 인상적인 주행으로 스카이라인은 관중을 집중 시켰다. 단 한 바퀴였지만 스카이라인이 헤어핀 코너 직전에 포르쉐를 추월하며 앞서 나간 것이다.
요시카즈 스나코의 동료였던 테츠 이쿠자와는 탄성을 지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한 닛산 최고 경영 책임자였던 시가 토시유키(Toshiyuki Shiga)는 “그 당시 나는 9살이었지만 그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일본 모터스포츠가 시작된 순간이었고 닛산이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순간이다. 그것은 내 꿈이었고 닛산에서 일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며 그때 그 경기가 인생에서 방향을 결정한 계기가 됐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호시노 카즈요시(Kazuyoshi Hoshino)는 일본 모터스포츠의 방아쇠가 된 차량이자 자신이 모터스포츠에 몸담게 된 이유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우승은 포르쉐가 차지했지만 스나코 요시카즈는 2위에 랭크되어 있었고 스카이라인이 2위에서 6위까지 석권하며 임팩트는 모자라다 못해 넘쳐흘렀다. 또한 프린스 R380 시리즈를 개발하는데 크나큰 영감을 안겨주었고 스카이라인이 오늘날 13세대까지 있게 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