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모터쇼 취재가 확정되자 기자는 기대감을 품었다. 평소에 작은 차 선호도가 높았던지라 경차의 천국에서 개최되는 모터쇼의 면면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작은 차의 천국이다. 그것이 국민들의 자의든, 국가 제도로 인한 타의든 간에 작은 차들이 일본 도로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국 시장을 위해 경소형차 전문 브랜드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경소형차는 판매량 측면에서 절대적 지위를 지닌 채 국민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제로 활동 범위가 좁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번 2017 도쿄 모터쇼에서 이 작은 자동차들을 ‘월드 프리미어’라고 외치며 출품했다.
가령 다이하츠는 생산 효율성을 높인 D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빚은 DN 패밀리를 공개하며 일본 경차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운전의 재미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겸비하여 멋을 사랑하는 운전자에게 어필하고, 마트에서의 쇼핑과 아이들 등하교에 신경 쓰는 바쁜 어머니들에게는 승차 공간이 극대화된 경차를 제시했다. 그야말로 다양한 삶을 사는 1억 2천만 일본인들을 향한 여러가지 제안이었다.
아울러 다이하츠 만큼이나 경차에 포커스를 집중시킨 브랜드는 스즈키였다. 스즈키는 ‘e-서바이버’라 이름 붙인 프레임 경형 SUV를 선보였다. 접두사 ‘e’는 다름 아닌 EV 구동계를 갖췄음을 이야기하고, 생존력이 월등할 듯한 이름은 프레임 SUV 특유의 강력한 험로 주파력을 암시한다. 프레임 구조 차체와 사륜구동의 조합은 흡사 마이크로 `지프 랭글러`를 꿈꾸는 듯한 모습. 여기에 전기 파워트레인까지 갖춘 모습은 여전히 경차라는 카테고리에서 재미를 찾고자 하면서도 다분히 미래를 고려한 모습이었다.
이는 스즈키가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이야기한 것들과 제법 잘 맞아떨어지는 개념이다. 스즈키는 이번 45회 도쿄 모터쇼에서 ‘두근거림을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라는 슬로건 하에, e 서바이버를 포함한 새로운 경차 라인업들을 소개했다.
이는 접근성이 가장 높은 경차들에 다양한 즐거움을 주입한 신 모델들을 개발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자동차가 전해줄 수 있는 두근거림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허슬러의 후광을 받아 베리에이션 모델과 같이 탄생한 XBEE(크로스비)도 이러한 두근거림을 전하는 새로운 경차였다. 크로스비의 모습은 언뜻 허슬러에 터프한 감각을 때려 넣은 모습이었다. 지상고를 조금 더 올리고, 앞 뒤 범퍼나 차체 패널 일부의 볼륨을 더욱 키워 근력 운동을 제법 열심히 한 허슬러 같았다.
실내에는 허슬러 부품들을 대부분 사용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고급형’ 모델임을 알리듯 새로운 인테리어 구성을 보여 놀라움을 전했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조장치 컨트롤러의 디자인이 크게 상이하며, 스티어링 휠도 새로운 디자인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테마만 비슷하지, 사실상 신차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의 폭이 컸다. 한마디로 제법 정성을 들였다는 소리다.
또한 ‘신 모델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전했던 로드스터 경차들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다이하츠가 내놓은 경형 로드스터, 코펜은 1세대 모델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CERO` 트림을 구비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동글동글한 차체로 귀여움을 자아내는 터라 여성 기자들이 많은 관심을 표했다.
그럼에도 속에는 레카로 스포츠 시트를 품고, 수동 모드를 포함한 CVT에 모모 스티어링 휠, 마지막으로 빌스타인 댐퍼까지 합세하여 제대로 된 `스포츠카`임을 이야기한다.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반가운 혼다 S660은 경차로 상상했던 모든 것들을 실현시킨 꿈의 작은 결정체 같다. S660은 NSX를 축소시킨 듯한 얼굴에 뒷바퀴를 굴리는 통에, 심지어 엔진도 NSX처럼 캐빈 뒤에 심은 미드십 로드스터다.
금번 혼다가 출품한 S660은 ‘komorebi’(こもれび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에디션 모델로, 해바라기 아이보리 펄 페인트와 브라운 컬러의 루프 톱을 적용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이다.
일본 체급 기준으론 경차가 아니지만, 유럽 기준으론 가장 작은 A세그먼급 모델로 작은 크기로 즐거움을 전하는 유럽 출신 자동차들도 있었다. 르노는 스마트와 합작하여 제작한 트윙고의 200대 한정 모델 트윙고 GT를 출품했다.
트윙고와 스마트는 작은 차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엔진을 꽁무니에 마련한 RR 레이아웃을 지녔다. 작은 엔진을 탑재하였기에 트렁크 공간 손해도 덜하고, 도통 사용하지 않는 레이아웃으로 인해 생기는 독특한 운전 감각으로 유럽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트윙고 GT는 르노의 F1 참가 4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한정 모델로, 1리터 터보 엔진을 뒷차축에 얹는다. 110마력에 17.5kgm의 힘을 지닌 엔진과 RR 레이아웃의 시너지로 르노 스포트가 이야기하는 다이내믹한 주행감각을 A세그먼트 미니카로도 즐길 수 있는 재미 넘치는 자동차다.
사실 일본의 법률과 제도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서민들은 경차를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정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지 않는가? 차체가 작아도 엔진을 가운데에 집어넣고 지붕을 깎아내면 미드십 로드스터다. 일본 제조사들은 경차 기준이라는 `한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