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LED 터널등을 설치한 터널이 늘어나면서 그 비중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터널 내부가 주황색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터널 내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평상 시 터널 내부는 한마디로 열악 그 자체다. 도로 위 먼지와 수많은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 터널 내부를 가득 채운다. 당연히 터널용 조명을 선별하는 데는 `먼지나 매연을 얼마나 잘 투과할 수 있느냐`가 포함된다. 교통사고를 유발할 소지가 있는 눈부신 조명이어도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주황빛을 띤 `나트륨 등(Sodium Vapor lamp)`은 터널 내부를 비추는 임무 수행에 매우 적합하다.
학창 시절, 과학에 관심이 없어서 쫓기듯 문과로 진학한 문과생도 `나트륨(소디움)`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나트륨을 전구에 넣고 전기 에너지를 가하면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나트륨이 증발하면서 전구가 주황빛(정확하게는 황백색)을 발하게 된다. 나트륨 등은 나트륨 증기압이 얼마나 포함됐느냐에 따라 저압 나트륨 등과 고압 나트륨 등으로 나뉜다.
터널등으로 사용되는 나트륨 등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다.
우선 매연이 심한 상황에도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주황색은 가시광선 중에서도 파장이 긴 축에 속해 산란이 적고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색이다. 단색광이기 때문에 물체를 인식하는데도 유리하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매연이 자욱한 상황에서도 앞차나 옆차의 움직임을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주황색은 인간이 가장 잘 인식하는 색 중에 하나이다. 인간의 시각은 녹색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반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갈수록 인지하는 양이 줄어든다. 이처럼 사람의 시각체계는 같은 양의 빛이 들어오더라도 색깔에 따라 받아들이는 양이 다르다. 나트륨 등이 내는 주황색은 녹색에 가까워 인간의 눈이 편안하게 인지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터널 진입에 적합하다.
터널 내부에 나방이나 파리 등의 벌레가 적은 것도 나트륨 등 덕이다. 뉴질랜드의 임업 연구소인 사이온(SCION) 연구팀은 수 차례의 실험을 거친 끝에 `벌레들이 나트륨 등보다 LED 등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LED 등이 나트륨 등에 비해 약 48% 더 많은 수의 벌레를 끌어들인다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지닌 나트륨 등에게도 단점은 있다.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주황빛에 노출될 경우 시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피로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들어 나트륨 등을 LED 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오래된 터널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저압 나트륨 등을 고압 나트륨 등이나 LED 등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LED 등은 터널 내부의 색상 보완을 통해 올바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수명이 긴 데다 소비 전력량이 적어 새로운 터널등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