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직접 실시하는 자동차 충돌시험 ‘신차 안전도 평가(KNCAP: Kor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 자동차 생산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당시 국산차의 안전도가 수입차에 비해 뒤질 것이라는 편견도, 공개적인 충돌 시험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데 한 몫 했다.
KNCAP는 총 8개의 항목에 대한 안전도를 평가해 종합적인 등급을 매긴다. 항목은 다음과 같다. ▲정면충돌 ▲부분정면충돌 ▲측면충돌 ▲좌석안전 ▲보행자안전 ▲주행전복 ▲제동 ▲기둥측면충돌로 구성됐다.
충돌시험의 결과는 충돌에 쓰이는 더미(인체모형)에 가해진 충격값을 따라 상해등급을 나눠 판단한다. 머리, 흉부, 상부다리, 하부 다리, 복부, 골반 등 인체부분을 나눠 상해값을 측정하고, 감점을 받은 점수를 더해 상해 등급을 나눈다. 부상 정도가 낮을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다.
감점 기준은 각 시험마다 다르다. 조향 핸들 변형, A필러 변형, 페달 변형, 시험중 문열림, 연료누출 등의 경우를 따진다. 특히 내장재 변형의 경우 탑승객을 공격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충돌 후 문열림 용이성 또한 따져봐야 한다. 문이 쉽게 열려야 구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상해등급은 1부터 6까지 있다. 1등급은 사망률이 없는 경우, 2등급 또한 0.1~0.4로 경미하다. 이 경우 약한 의식 불명, 선형 골절, 흉부 골절 정도다. 하지만 4등급부터는 사망률이 7.9~10.6%으로 치솟으며, 5등급의 경우에는 53.1~58.4%로 늘어난다. 6~24시간 이상의 의식 불명과, 함몰 골절, 대 혈종, 대동맥 열상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다.
극단적인 예지만, 정면충돌에서 1등급을 받은 차라고 하더라도 측면 충돌에서 현저히 낮은 등급을 받는다면, 탈만한 차가 아니다. 종합 점수뿐만 아닌 세부 시험의 등급 및 점수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각 충돌시험의 세부 내역을 확인해봤다. 정면충돌은 콘크리트 벽에 시험차를 시속 56km의 속도로 충돌시킨다. 이 때 머리와 흉부, 상부 다리의 충격량을 확인한다. 중상 가능성이 높을수록 점수는 낮아진다. 예를 들어 상부다리에서 골반 골절이 일어났을 경우 상부다리에 해당하는 4점의 점수를 잃는다. 정면충돌의 총 점수는 16점이다.
부분정면충돌은 시속 64km로 시험차를 정면 40% 범위(운전자 방향)에 충돌시킨다. 이때 머리, 흉부, 상부다리 및 하부다리의 충격량을 확인한다. 차체와 내장재의 변형에 따른 감점수치가 가장 높은 시험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정면충돌과 달리 하부다리가 평가기준에 포함된다. 16점이 만점이며, 이 경우 머리와 흉부의 중상 가능성은 5% 미만, 골절은 없다.
측면충돌은 이동벽을 시험차의 옆면에 시속 55km로 충돌시킨다. 이때 머리, 흉부, 복부, 골반의 중상 가능성을 확인한다. 총점은 16점이다. 상대적으로 복부와 골반에 해당하는 점수 값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기둥측면 충돌은 시험차를 옆면으로 밀어 시속 29km의 속도로 기둥 구조물에 충돌시킨다. 이때 운전자의 머리가 받는 충격을 계산한다. 점수는 총 2점이다.
충돌시험은 위의 4가지다. 단, 후방충돌 시 뒷좌석 탑승객의 상해도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 없는 것은 유감스럽다.
좌석시험은 후방충돌 시 목의 손상을 확인한다. 머리가 뒤로 재껴졌다 앞으로 쏠리면서 목에 무리를 주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좌석과 머리지지대(헤드레스트)의 기능을 평가한다. 좌석을 따로 때어내 고정시키고 뒤에서 시속 16km로 친다. 이 때 쓰이는 모형은 목뼈 및 척추가 그대로 재현된 모델로, 척추 마디의 충격값을 진단할 수 있다. 좌석시험이 등급 평가에서 차지하는 배점은 6점이다.
위의 5가지를 합쳐 충돌분야 종합등급 평가를 내린다. 기둥측면충돌 안전성의 2점은 가점으로 분류돼 54점을 만점으로 한다. 등급은 1~5등급으로 나뉜다. 47점 이상이 최우수, 40~47점이 우수, 33~40점이 양호, 26~33점이 보통, 26점 미만이 미흡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는 충돌분야 종합등급 평가를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자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나 평균이 전체 안전성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차를 탄다해도 운전자의 머리 상해지수는 우수한 반면, 조수석 승객의 머리 상해지수는 양호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결함신고센터(www.car.go.kr)로 접속해 신차 안전도 평가를 살펴보면 된다. KNCAP 결과 항목에서 각 차의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위의 5가지 항목 외에도 보행자 안전성, 주행 전복 가능성, 제동 기록까지 제공한다.
보행자 시험의 경우 성인, 어린이 모형을 시험차에 충돌시켜 머리와 다리의 충격값을 잰다.
전복시험의 경우에는 시속 80km에서 스티어링 휠을 270도까지 급격히 꺾는다. 최대한 차가 기울어졌을 때 반대 방향으로 다시 스티어링 휠을 급격히 꺾는다. 전복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때 바퀴가 들리는 경우 바퀴들림으로 처리된다.
제동시험은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작했을 때 정지할 때까지 이동거리를 측정한다.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 두 가지 조건으로 나눠 실시된다.
현대 쏘나타와 쉐보레 말리부의 평가를 아래에 단다. 두 모델 모두 높은 안정성을 보여줬다. 두 모델 모두 충돌시험에서는 별 5개를 가뿐히 받았다. 보행자 부분에서 말리부가 별 4개를 받아 쏘나타보다 1개 앞설 뿐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항목으로 접근하면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쉐보레 말리부 충돌평가 요약>
<현대 쏘나타 충돌평가 요약>
두 모델의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신형 모델인 말리부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좌석과 운전석 부분 충돌, 측면 충돌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자동차 안전도 결과에 대한 소비자의 주목이 필요하다. 안전이 주된 이슈가 될 때, 제조사가 더욱 안전한 차를 만들게 된다. 또한, 국토교통부 또한 조금 더 강화된 충돌테스트 규정을 신설하기를 바란다.
최근 자동차는 이전 모델들에 비해 출력이 높다. 그만큼 평균적인 가속 능력, 주행 속도가 높아졌다. 기존 적용 속도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후방 충돌 테스트도 필요하다. 후방 충돌로 C필러까지 뭉개지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전체적으로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선진 법규와 책임있는 제조사의 의식 또한 따라줄 필요가 있다.
[글 모토야 편지부|사진 국토해양부, EURO NCAP, AN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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