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로 거듭난 캐딜락의 최고급 SUV,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미국식 풀사이즈 SUV 기반의 초대형 럭셔리 SUV로, 거대한 덩치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존재감과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에스컬레이드는 미국의 자동차들 가운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모델이기도 하다. 5세대로 거듭난 신세대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알아본다. 이번에 시승한 에스컬레이드는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1억 5,500만원.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외관부터 선대와 완전히 다른 감각이 돋보인다. 에스칼라 컨셉트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빚어진 에스컬레이드의 외관은 버티컬 헤드램프를 버리고 수평형의 헤드램프와 더욱 크기를 키운 펜타곤 그릴, 그리고 기존 대비 더욱 단순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차체 형상을 지녀, 선대에 비해 더욱 거대하고 웅장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에 시승하게 된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의 경우는 스포츠 메쉬 라디에이터 그릴을 시작으로 범퍼 몰딩과 측면 장식, 루프랙 등, 대부분의 장식들에 하이글로스 블랙 페인팅을 적용해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블랙 외장 색상이 적용된 시승차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묻히는 느낌이 있다.
측면에서는 총연장 5,380mm에 달하는 길이를 체감할 수 있다. 이전에 시승했었던 4세대 에스컬레이드에 비해 200mm나 연장되었다. 휠베이스는 3,071mm에 달해, 4세대 대비 125mm 길어졌다. 높이는 45mm 높아지고 폭까지 15mm 더 커진 2,060mm로 늘어나는 바람에 더더욱 커졌다는 느낌을 준다. 가장 큰 경쟁자인 링컨 내비게이터에 비하면 45mm 더 길고, 15mm 좁고 5mm 더 높다. 이렇게 거대해진 차체에 더욱 단단한 볼륨감을 강조한 디자인 덕분에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압도적인 크기와 존재감을 자랑한다. 휠 사이즈는 무려 22인치에 달하는데, 워낙에 덩치가 커서 체감이 잘 오지 않을 정도다. 또한 국내에 정식 시판되는 에스컬레이드에는 높은 지상고를 가진 차량이기에, 도어 개폐시 자동으로 전개되는 전동식 사이드 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다대한 변화를 맞은 전면부와 달리, 뒷모습에서는 에스컬레이드의 전통적인 모습들을 잘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D필러 끝까지 뻗어 있는 버티컬 테일램프는 클리어타입에 스모크드 글라스를 적용해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굵직한 크롬 바와 하단의 매립형 사각 테일파이프로 뒷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신형의 에스컬레이드는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Air Ride Suspension)으로 명명된 전용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주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고속주행이나 주차시에는 최대한 차체를 낮추고, 오프로드 주행시에는 차고를 높여서 험로 주파력을 높일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압도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에스칼라 컨셉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100%에 가깝게 반영하면서도 독일이나 영국계 고급 브랜드에 비견할 만한 마감품질로 완성된 에스컬레이드의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극단적인 수평향을 띈 대시보드를 비롯하여 업계 최대에 해당하는 총 38인치(약 965.2mm) 크기의 LG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그동안의 SUV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 디스플레이는크게 3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좌/우측은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부분이며,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좌측에 위치한 작은 크기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계기판에 해당하는 영역을 제어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통해 에스컬레이드의 계기판을 기본 미터셋에서부터 내비게이션 화면, 전방 카메라 화면, 그리고 캐딜락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는 나이트비전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 외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중앙의 계기판에 해당하는 거대한 영역에는 고해상도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시인성 높게 제공한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는 영역은 일반적인 자동차의 중앙 디스플레이를 담당한다. 화면의 형태를 따라 완만한 곡률을 이루는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높은 시인성을 제공하면서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한다. 다만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 시에는 디스플레이의 형상으로 인해, 일부 영역이 비활성화된다는 점이 아쉽다. 센터페시아에는 공조장치 조작부가 내장되ㅗ어 있는데, 조작은 버튼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의 모델에는 터치패드가 적용되어 있었으나, 버튼식으로 회귀하면서 조작성이 역으로 개선되었다.
기어셀렉터는 전자식을 사용하며, 그 뒤편으로는 여전히 고전적인 다이얼식 컨트롤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캐딜락 차량들 특유의 위에서 아래로 꽂아넣는 방식의 무선 충전기가 마련되어 있다. 그 우측으로는 사각형의 드링크 홀더와 대형의 컵홀더 2개가 마련되어 있어, 커피 전문점 등의 벤티 사이즈 용기도 문제 없이 수납 가능하다. 또한 플로어 콘솔 내부는 냉장고 기능이 적용되어 있어, 운행 중 음료 등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다.
세미 아닐린 가죽으로 마무리된 앞좌석은 유럽계 럭셔리 모델들과 비견할 만한, 탄탄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시트의 착촤감은 역대 캐딜락 모델들 중 최상이며, 장시간 착석하고 잇는 경우에도 쉬이 피로해지지 않는다. 앞좌석은 16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더불어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까지 제공한다.
앞좌석과 동일한 세미 아닐린 가죽으로 마무리된 독립식 2열 좌석은 앞좌석만큼이나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좌석은 수동 레버를 이용해 등받이 각도와 전후 슬라이딩 기능, 그리고 조절식 팔걸이를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2열 좌석에는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내부 공간은 선대에 비해 한층 더 확대되어 탑승자의 체격에 관계 없이 쾌적해진 공간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에스컬레이드의 2열 좌석에는 1열 좌석의 등받이에 설치되는 형태의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이 디스플레이는 HDMI 포트와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해 사용이 가능하다.
3열 좌석 역시 크게 변화했다. 선대 에스컬레이드의 3열 좌석은 차가 가진 덩치에 비해 작은 크기와 부족한 공간이 아쉬움을 남간 반면, 새로운 에스컬레이드의 3열 좌석은 한층 늘어난 크기와 휠베이스에 힘입어 한층 넉넉해진 사이즈와 공간을 제공해 성인에게도 충분한 수준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전동식으로 동작함에도 등받이 각도와 착좌부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SUV의 3열 좌석으로서 충실한 공간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용량만 무려 722리터에, 3열 좌석을 접은 경우 2,064리터로 뛰어 오른다. 여기에 2열좌석까지 모두 접으면 3,427리터까지 확장돼, 미니밴 이상의 적재공간을 자랑한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은 거대한 적재공간을 제공하는 에스컬레이드는 다양한 레저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2열 좌석은 등받이만 접는 것이 아니라, 더블폴딩까지 가능해,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좌석은 뒤쪽에 마련된 스위치 패널을 이용해 전동식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트 조작 장치들은 대형의 차체를 가진 에스컬레이드에게 아주 유용하다.
이 뿐만 아니라 에스컬레이드에는 최근의 SUV 모델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플립업 글라스가 적용되어 있다. 플립업 글라스는 대형의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가지고 있는 에스컬레이드에게 필요한 장치로, 상대적으로 작은 물건을 트렁크에 실어야 할 때 유리하다.
아울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선대와 마찬가지로 트레일러, 카라반 등, 각종 피견인형 레저장비들을 운용할 수 있는 견인장치(트레일링 히치)를 제공한다. 뒷범퍼의 패널을 분리하면 숨어 있던 견인장치가 드러난다. 견인장치는 견인 볼 연결부와 트레일러에 사용되는 등화 및 브레이크 시스템과 연결하기 위한 커넥터 연결부가 마련되어 있다. 커넥터 규격은 미국식 7핀이 적용되어 있으며, 유럽식 커넥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커넥터를 교체하거나, 별도의 변환 커넥터를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파워트레인은 선대에 비해 개선이 이루어진 6.2리터 V8 OHV 엔진이 적용된다. 직분사 기구가 적용된 이 엔진은 426마력/5,600rpm의 최고출력과 63.6kg.m/1,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GM 하이드라매틱 자동 10단 변속기, 그리고 구동계는 GM 오토트랙(Autotrac™) 액티브 4x4(사륜구동)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시동을 건 순간부터 기존 에스컬레이드에 비해 완전히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V8의 우렁찬 시동음은 여전하지만, 훨씬 정숙해진 차체 덕분에 차내로 유입되는 모든 소음과 진동이 한층 고도의 필터링을 거친다는 느낌이다. 냉간중에도 한층 정숙하며, 냉간이 지나자 차내는 그야말로 고요해진다. 주행을 시작하면, 향상된 정숙성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신세대 에스컬레이드의 정숙성은 순수 아메리칸 SUV의 영역을 넘어, 유럽 태생의 최고급 SUV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 없는 수준이다.
승차감 역시 선대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한층 개선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 MRC)에 더해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Air Ride Suspension), 그리고 신설계 독립식 후륜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또한 한층 강건해진 차체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차체구조와 서스펜션이 적용된 캐딜락의 신세대 에스컬레이드는 노면에서 들어오는 충격을 받아내고 처리하는 방식 하나하나가 선대와 전혀 다르다.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차체구조의 영향인지, 굉장히 묵직하면서도 단단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즉, 선대 에스컬레이드에 남아 있었던 순수 미국 태생 SUV들의 투박한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동력성능은 여전히 준수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신세대 에스컬레이드에 남아 있는 진정으로 미국적인 풍모 중 하나다. 6.2리터의 대배기량에 고전적인 OHV 방식을 사용한 정통 미국식 V8 엔진이 뿜어내는 힘과 박력은 여전히 이 차가 미국의 혈통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들어 준다. 엔진을 있는 대로 쥐어짜는 감각과는 다른, 여유로움 속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는 OHV 엔진 특유의 박력과 감각은 맛 볼 때마다 각별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강력한 엔진은 공차중량만 무려 2,795kg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순발력 있게 밀어붙이는 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조종성능의 경우에는 또 다시 정통파 미국식에서 다소 벗어난 느낌으로 돌아온다. 차량의 중량은 선대에 비해 100kg 이상 늘어났기에 움직임이 대단히 무겁기는 하지만 더욱 강건해진 차체구조와 한층 고도화된 MRC의 활약으로, 서너대에 비해 운전자의 의도를 훨씬 정확하게 반영하는 움직임을 선보인다. 강력한 성능을 탄탄하게 뒷받침해주는 하드웨어 덕분에 에스컬레이드는 주행질감 면에서 완전히 미국식의 그것을 벗어난 느낌을 준다. 신세대 에스컬레이드의 성능과 주행질감은 미국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SUv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엔진과 더불어 미국 태생의 SUV들에서 나타나는 이점이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견인'주행과 관련된 하드웨어들이다. 이는 자타공인 '레저의 천국'인 미국 태생의 SUV다운 부분이다. 특히 기본적으로 견인장치 모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원활하면서도 안전한 견인운행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무거운 트레일러를 체결했을 때, 변속기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주는 견인 전용의 주행모드를 시작으로 사륜구동 시스템 또한 견인주행을 위한 로직을 적용한다. 캐딜락이 처음으로 시도한 전자식 룸미러 역시 대형의 트레일러 견인시 차체 뒤쪽의 상황을 더욱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배려이며, 후진시에는 후방카메라에 견인봉의 위치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가 표시되며, 트레일러 후진 모드도 제공해 더욱 편리하다.
여기에 신세대 에스컬레이드는 선대 에스컬레이드 대비 더욱 향상된 성능의 능동안전장비들을 제공한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성능은 확실히 더 정밀해졌으며, 더욱 향상된 충돌경고 시스템이 적용되어 전방 보행자 긴급 제동, 후방 보행자 경고, 후방 교행감지 등이 적용되어 더욱 안전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시트에 직접 진동을 넣어서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햅틱 안전 경고 시트는 동승자들을 놀라지 않게 하면서 운전자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상황을 알려준다.
다만, 연비의 경우에는 여전히 아주 좋지는 못하다. 물론 연비 저하를 막기 위해 고효율의 직분사 시스템을 사용하고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8개의 기통 중 4개의 기통을 능동적으로 비활성화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까지 적용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심주행시 4km/l대의 평균연비를, 고속도로 정속 주행시에는 9km/l대의 연비가 나온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선대와는 여러모로 차별화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글로벌 럭셔리 SUV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세련된 스타일과 주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미국식 SUV들만의 풍미와 강점은 그대로 살아 있다. 바로 이전 세대의 에스컬레이드만 해도, 순수한 미국 출신 모델만의 투박한 느낌들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단순히 미국식 SUV의 범주를 넘어서,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고급 럭셔리 SUV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