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SUV 연대기 4 - 소형 크로스오버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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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SUV 연대기 4 - 소형 크로스오버의 돌풍
  • 모토야
  • 승인 2023.12.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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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세계의 자동차 산업에서 전통적인 승용 세단을 밀어내고 대세를 넘어 상식이 된 장르가 있다. 바로 SUV다. SUV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ports Utility Vehicle)의 줄인 것으로, 여행 및 레저활동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둔 다목적 차량을 의미한다. SUV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장르로, 1930년대, 픽업트럭의 적재함에 지붕을 씌우고 좌석을 넣은 형태로 만들어진 쉐보레 서버번 캐리올(Chevrolet Suburban Carryall),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전세계를 누비며 기동력을 증명한 지프(Jeep) 등으로 출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0년대 국내 SUV 세계는 패밀리카로 사용되는 준중형~중형급부터 크로스오버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시장에서 ‘SUV’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크로스오버는 사륜구동 성능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SUV를 시장에서 대부분 몰아내고,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2013년, 한국지엠(現 GM한국사업장)에서 내놓은 '더 작은 SUV', 쉐보레 트랙스(Chevrolet Trax)의 등장으로 인해 SUV의 범위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그리고 이 차의 등장 이후로 국내 SUV 시장은 너 나할 것 없이 더 작은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 들었다. 2010년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계 이슈를 지배했던 소형 크로스오버 SUV들을 둘러본다.

쉐보레 트랙스
쉐보레 트랙스는 한국지엠이 2013년에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소형 SUV다. 더 작은 SUV를 표방하고 나선 쉐보레 트랙스는 그 획기적인 컨셉트 때문에 국내 자동차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종래의 SUV에 비해 더 작은 크기를 지니면서도 작은 크기를 유효하게 활용한 공간 설계,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에서 비롯된 경쾌한 주행 질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초기에는 소비자의 기대에 비해 높은 가격과 한국의 SUV 시장의 상식으로 통하는 디젤 모델의 부재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물론, 이는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는 과정이었기에, 소비자 기대와 생산자의 기대가 서로 엇갈린 데서 나온 진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트랙스는 단종되는 그 날까지, 선발주자의 선점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시장에서 말석을 차지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뒤늦게 등장한 경쟁자들이 가져갔다.

르노삼성자동차 QM3
그리고 트랙스가 등장할 때 즈음, 르노에서도 개발하고 있었던 더 작은 SUV(크로스오버) 모델인 캡처(Captur)가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이 차는 트랙스보다 한 발 늦은 2013년 12월, 르노삼성자동차를 통해 QM3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데뷔했다. 르노삼성 QM3는 트랙스만큼이나 높은 가격대로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르노의 탄탄한 소형차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똘똘하고 옹골찬 주행성능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 그리고 르노의 탄탄한 엔진기술력으로 완성된 당시 국내 출시 차량 중에서 단연 최강의 연비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르노삼성 QM3는  '연비대장' 칭호와 더불어 수입차종임에도 트랙스보다 더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쌍용자동차 티볼리/티볼리 에어
이렇게 앞선 두 차종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었던 무렵, 쌍용자동차(現 KG 모빌리티) 역시 프로젝트명 'X100'으로 알려진 소형급의 크로스오버 차종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차는 당시 쌍용자동차의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어떻게든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초, 프로젝트 X100은 '티볼리'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쌍용 티볼리는 트랙스와 QM3의 시장 반응을 통해 나타난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 앞서 출시된 두 차종에 비해 넉넉한 내부 공간과 풍부한 편의사양,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국내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을 단숨에 휘어잡은 것은 물론,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룡' 현대자동차그룹이 급성장한 국내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 진입하자,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한 차체 연장형 모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며 

현대자동차 코나
이렇게 선발주자들의 노력으로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이 커지자, 이를 지켜보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선진국 시장용으로 개발하고 있었던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을 연달아 내놓으며 시장 장악에 들어갔다. 그 첫 타자는 바로 2017년에 등장한 현대 코나(Kona)다. 현대 코나는 i30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로, 독특한 디자인과 우수한 주행 성능,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나가는 안전/편의사양을 대폭 적용해 국내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 2019년형 모델부터는 동급에서 최고 수준의 능동안전사양까지 적용되기도 했다. 여기에 전기차 모델인 '코나EV'까지 출시하면서 티볼리와의 격차를 벌렸다.

기아자동차 스토닉
기아의 대표 소형차 모델인 프라이드(수출명 리오)를 기반으로 개발된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로, 코나와 같은 2017년에 출시되었다. 탄탄한 섀시에서 오는 뛰어난 기본기와 더불어, 가장 저렴한 가격, 그리고 당시 소형 크로스오버 차종들 중에서는 취향을 덜 타는 단정하고 얌전한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스토닉은 먼저 출시된 코나와의 포지셔닝 간섭을 우려해 안전/편의 사양이 대폭 빠져 있었던 데다, 내부 공간도 다른 소형 크로스오버들에 비해 비좁았다. 이 때문에 스토닉은 시장에서 그리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으며, 결국 2020년 단종을 맞고 말았다.

현대자동차 베뉴
이전까지 등장했던 소형 SUV들이 유럽식 B세그먼트 기반의 모델이었다면, 현대 베뉴는 그보다 더 작은 초소형 크로스오버 모델로, 2019년 출시가 이루어졌다. 현대 베뉴는 코나보다 아래급에 위치하는 모델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 등, 젊은 층을 겨냥하고 출시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소형차를 유달리 홀대하는 국내 시장에서 베뉴는 큰 조명을 받을 수 없었고, 파워트레인 또한 체급에 비해 큰 1.6리터 MPI 엔진에, 국내에서 기피하는 무단변속기를 적용하는 등, 여러모로 국내 시장에서 흥행할 만한 차는 못 되었다. 베뉴는 현재 인도 등 신흥국 시장용으로는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출시된 바 있으나, 국내서는 여전히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초기형만 판매되고 있으며, 일반 판매보다는 운전교습용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셀토스
베뉴가 등장했던 2019년, 기아에서 '또' 새로운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을 내놓았다. 프로젝트명 'SP2'로 알려졌던 이 모델은 셀토스(Seltos)라는 이름을 달고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기아 셀토스는 스토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와 윗급인 스포티지를 넘보는 더 넉넉한 실내공간, 그리고 현대 코나 이상의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내세워, 경쟁차종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가격대였음에도 출시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하여 셀토스는 2019년 하반기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들어가며 당시 소형 크로스오버 세그먼트에서 가장 잘나갔던 쌍용 티볼리를 제치고 지금까지도 세그먼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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