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 신진자동차 마이크로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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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 신진자동차 마이크로버스
  • 모토야
  • 승인 2022.12.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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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대한민국은 6.25 전쟁이 남긴 상흔을 딛고 산업화를 통해 국가의 재건을 이뤄나가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당시 자동차 산업의 수준은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하나로 부상한 오늘날과 비교하면 정말 초라하고 원시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 대라도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들어 보급하고자 했던 많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어 주었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간 '1세대' 자동차 기업들로는 '시-발' 자동차로 유명한 '국제차량제작'과 대한민국 최초의 버스를 제작해낸 '하동환자동차제작소', 그리고 국내 최초의 세단형 승용차 '신성호'를 생산해 낸 '신진자동차공업'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신진자동차공업은 새나라자동차가 특혜 의혹으로 인해 무너진 뒤에 새나라자동차의 부평공장을 사들이고 토요타자동차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현대화를 꾀한 바 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고자 하는 차는 신진자동차공업의 '마이크로버스'다. 신진 마이크로버스는 신진자동차에서 제작했던 미니버스 모델로, 하동환버스와 함께, 도심지역의 여객운송을 책임졌던 주요 차종 중 하나다. 

신진자동차공업은 1955년도에 부산에서 김제원-김창원 형제가 부산 전포동에 설립한 '신진공업사'를 모태로 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주로 폐차된 GMC CCKW 군용트럭 섀시를 미군으로부터 불하받아 이를 재생한 버스를 제작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당시 버스는 전후 복구가 한창이던 195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유형의 자동차였다. 다수의 인원을 태우고 이동할 수 있는 버스는 대한민국의 도심 지역에서 그 수요가 매우 높았다. 신진공업사는 하동환자동차제작소와 더불어, 국내 버스 생산의 중심이었다. 서울에 하동환버스가 있다면, 부산에는 신진공업사가 있었던 셈이다.

신진공업사는 초기에는 하동환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폐차된 군용트럭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 버스를 주로 만들어왔다. 그러다가 1958년, 유엔 한국부흥기관(UNKRA) 계획에 따라 20만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이 국내에 투입되면서 신진공업은 버스 생산의 현대화와 규격화를 꾀하기 위해 보다 현대화된 버스 공장을 건설, 1960년에 신진공업 부산공장을 완공하고 더욱 완성도 높은 버스를 대중에 선보이게 된다. 이 부산공장의 완공과 동시에 개발하기 시작한 버스 모델이 바로  마이크로버스(라이트뻐쓰, 신진스타)였다.

신진공업이 제작한 마이크로버스는 폐차처리된 닷지 WC 3/4톤 중형 트럭 섀시를 바탕으로 여기에 공통화된 부품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부품 하나하나까지 전량 수제작으로 생산했던 기존의 버스에 비해 더욱 높은 생산성을 가질 수 있었다. 차량의 디자인은 김창원 사장이 부산시내에서 미군 가족들이 타고 다니던 폭스바겐의 1957년형 트랜스포터 T1의 디자인을 참고했다고 한다. 당시 김창원 사장은 차주를 만나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해당 차량을 직접 구매했고, 그 디자인을 본떠서 차체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신진공업은 1962년 봄, 덕수궁에서 열린 산업박람회에 새롭게 개발한 마이크로버스를 출품했다. 이 차는 뜻밖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해 상공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규격화와 표준화 개념을 도입한 신진공업의 25인승 마이크로버스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특히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여객운수업계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진마이크로버스가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열악했던 당시 국내의 도로 사정 및 운수업계의 사정에서 기인한다. 좁은 골목길이 많았던 국내 도로 환경에서는 덩치 큰 대형버스보다 소형버스가 훨씬 유리했고, 여기에 규격화 덕분에 납품도 빠르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는 점도 인기몰이의 비결이었다. 신진공업의 마이크로버스는 1966년도까지 무려 2,600대가 넘게 만들어졌으며, 부산, 경상도 지역은 물론, 서울에서도 많은 숫자가 운행되었다.

이 당시 신진공업의 마이크로버스는 노란색 도장으로 출고되는 경우가 많아서 '노랑버스', 내지는 '마이클'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고 전해진다. 신진공업의 마이크로버스는 후일 신진공업이 '신진자동차'라는 이름의 대형 제조사로 거듭나게 되는 기틀을 닦았다. 그리고 신진공업의 버스 생산기지는 신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을 거쳐 오늘날 자일대우버스의 모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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