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싼타페(SM)
상태바
[특별했던차]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싼타페(SM)
  • 모토야
  • 승인 2022.09.05 1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0년대를 전후하여 전세계는 크로스오버의 열풍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1994년 토요타의 RAV4가 미국 시장에서 등장한 이래, 도심에서의 정숙하고 편안한 주행질감과 SUV의 기능성으로 야외활동에도 대응 가능한  크로스오버 SUV는 이제 한 시대의 유행을 넘어 경향으로, 그리고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승용차 시장을 대거 잠식하고 당당한 세그먼트로 정립되었다. 오늘날 크로스오버 SUV는 "만들 수도 있는 차"가 아닌, "반드시 만들어야만 하는 차"가 된 지 오래이며, 콧대높은 럭셔리 세단 제조사는 물론, 슈퍼카 제조사들마저 모조리 SUV 시장에 뛰어 든 상태다. 아예 대외적으로 SUV는 만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페라리마저 '프로산게(Purosangue)'라는 이름의 신형 크로스오버 SUV를 개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크로스오버 SUV는 무엇일까? 기아의 초대 스포티지(NB-VII)를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아니다. 물론, 스포티지 역시 혁신적인 SUV임에는 분명하다. 당대 SUV 대비 작은 크기와 최신형 승용세단을 연상케 하는 세련된 외관 등의 요소가 돋보여서 그렇지, 그 내실은 전통적인 바디-온-프레임 구조를 갖춘, 엄연한 '정통파 SUV'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현대적인 크로스오버 SUV로서 만들어진 첫 차는 바로 현대자동차의 초대 싼타페(SM)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빛나는 본격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역사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차는 현대자동차의 국내 연구소가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소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차량의 설계 기반은 EF쏘나타의 플랫폼을 사용하되, 도심형 SUV로서의 목적에 맞게 개량을 가한 구조를 가졌다. 이 차는 1994년 등장한 토요타 RAV4 대비 더 크고 여유로워 패밀리카로서의 사용까지 염두에 둔 중형급 크로스오버 SUV로 기획되었다. 차량의 길이는 4,500mm, 폭은 1,845mm, 높이는 루프랙 적용 유무에 따라 1,720~1,740mm다. 휠베이스는 2,630mm로,  지금의 투싼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현대자동차 캘리포니아 연구소에서 디자인된 이 차는 19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HCD-4의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HCD-4의 디자인은 당장 양산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전례 없이 파격적인 스타일링으로 당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직선적인 기조가 주류이면서도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색채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던 극초기의 크로스오버 SUV들과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을 제시한 것이었다. 과격하다고 느껴질만큼 다이내믹한 이미지와 근육질의 볼륨감을 강조한 HCD-4의 디자인은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호평을 받았다. 출시된 2000년도에 우수산업디자인(Good Design) 대통령상을 수상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HCD-4가 컨셉트카 그대로 양산화되는 데에는 상당한 난관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HCD-4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지나치게 급진적이라 받아들였던 정몽구 회장이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정몽구 회장이 끝내 HCD-4의 디자인을 거부했다면, 싼타페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볼 수 없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또 다시 부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후문도 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싼타페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정몽구 회장은 2세대 싼타페의 출시 행사에 등장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차량의 구조 또한 혁신적이었다. 중형세단 EF쏘나타의 모노코크(Monocoque) 차체구조를 활용해 만들어진 덕분에 도심 주행 시 한층 편안한 주행성과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었으며, 종래의 바디-온-프레임 방식 SUV 대비 중량 면에서도 큰 이점이 있어, 연비 면에서도 유리했다. 또한 승용차에 탑재되는 다양한 편의사양을 적용하여 상품성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엔진은 초기에는 국내 기준으로 2.7리터 델타 V6 LPG 엔진만 적용되어 있었지만, 이후 커먼레일 디젤엔진과 2.7리터 델타 V6 가솔린 엔진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었다. 차명은 싼타페(Santa Fe)로 명명되었는데, 이는 관광지로 유명한 미국 뉴멕시코 州의 도시 이름에서 가져왔다.

데뷔하자마자 인기... 국산 대표 중형 SUV로 자리매김하다
2000년도에 내수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한 싼타페는 가장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된 2.0 전륜구동 가솔린 모델도 1,586만원이었고 디젤 모델의 경우에는 1,821~2,262만원, LPG 모델은 1,770~1,885만원, 가솔린 2.7 모델은 2,531만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당시 판매되고 있었던 동사의 갤로퍼2가 1,451 ~ 2,320만원 정도의 가격대였으니, 결코 낮다고는 볼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갤로퍼2 대비 다양한 편의사양을 선택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승용차처럼 편안한 승용형 지프 차량(당시 국내는 아직 SUV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시기였다)으로 어필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국산 SUV 모델 최초로 단종될 때까지 내수/수출을 포함해 6년간 100만대를 넘게 판매한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총 1,111,988대의 판매대수 중 내수 시장 판매가 327,620대였으니 나머지 784,368대가 모두 수출된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무려 425,000대가 팔려나가며,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도심지향 소프트로더 SUV의 선두주자로 등장한 싼타페의 이름은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중형 SUV의 이름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