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형 상용차량에 탑재되는 엔진의 배기가스 배출량 및 연비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일본 히노자동차(日野自動車)가 중/소형 차종에 탑재되는 엔진들에도 성능검사결과도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또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히노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차량 중 약 60%의 차종이 출고가 막히는 이례적인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히노자동차는 일본 내 상용차 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이번 성능데이터 조작의 충격은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조작한 데이터로 국가인증까지 받아
日 NHK의 보도에 따르면, 히노자동차는 적어도 2003년부터 약 20여년에 걸쳐 조작된 성능 데이터를 국가에 제출하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日 국토교통성이 지난 3일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직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형엔진의 인증에 관계되는 배기가스 관련 측정 데이터까지 조작해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소형 엔진의 인증 취득 과정에서는 배기가스 측정 시험에 명시된 측정횟수조차 채우지 않은 채 인증 취득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새롭게 성능검사 부정이 적발된 차종은 동사의 듀트로(Dutro)라는 모델로, 적재중량 2톤급의 준중형 화물차량이다. 이 차종은 일본 내에서 택배 등 소형 물류는 물론, 쓰레기차 등 특장용도로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 지자체 수요 또한 높다. 이 차량은 지난 22일부로 출고를 중단했으며, 조작된 성능검사 데이터로 인증을 취득한 차량의 대수는 7만 6천대에 이른다.
전체 생산차종의 60%가 출고 막혀
올해 초, 대형 상용차량에 이어, 이번에는 중/소형 차종까지 출고가 막히게 되면서 히노자동차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적재중량 1~2톤 내외의 중소형 트럭은 일본의 비좁은 도로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어, 일본 도심의 물류와 쓰레기차, 소방차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듀트로의 생산 및 출고가 전면 정지되어버린 현재, 일본의 운송회사와 지자체 등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히노자동차 전체 제품군 중 60%의 생산과 출고가 막히게 되면서, 히노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 내 8천개소 이상의 납품처와 51만명 이상의 종업원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일본 내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회사인 토요타자동차에도 불똥... 토요다 아키오 사장, "매우 유감"
히노자동차는 현재 일본 최대의 자동차기업 토요타자동차의 자회사로, 현재 토요타의 엠블럼을 달고 나오는 화물차의 상당수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성능검사가 적발된 히노 듀트로는 토요타 다이나(Dyna)와 토요에이스(ToyoACE)의 형제차이며, 조작된 성능 데이터로 인증을 취득한 차량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지금까지 히노자동차의 공장에서 생산된 1만 9천여대다. 히노자동차의 모회사인 토요타자동차의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새로운 부정이 적발된 것에 대하여 "모회사로서도, 주주로서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히노자동차가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신뢰에 부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 히노자동차는 지난 30일, '신뢰회복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을 반성하고 철저한 재발방지를 추진하고자 진행되는 본 프로젝트는 조직 개편과 더불어, 직장 내에 만연해 있는 갑질(Power harassment) 문제를 청산하고, 나아가 소형엔진 부문에서는 모회사인 토요타자동차와 더욱 깊이 협력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