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코리아가 '지프캠프 2021'을 개최했다.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개최된 지프 캠프 2021에서는 다양한 지프 모델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차종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이다.
기자는 그동안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을 강원도 산지와 도심에서 시승을 하면서 이미 이 차의 진가를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모래로 넘치는 해변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행사에서는 드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진 양양의 해안도로와 그 인근에 마련된 특설 코스에서 진행되었다. 시승 팀은 먼저, 특설코스로 향하기 위해 양양의 해안도로를 달렸다.
양양 일대의 해안도로를 랭글러 루비콘 2도어와 함께 달리다 보면, '자유'의 감각을 각별하게 느낄 수 있다. 랭글러 루비콘 특유의 탈착식 루프를 떼어낸 채로 달리다 보면, 그 느낌을 보다 각별하게 새길 수 있다. 특히 기자가 속한 시승조는 비가 갠 다음 날에 진행이 된 덕분에 한층 개운하고 화창한 날씨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주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행의 랭글러(JL)가 선대(JK)에 비해 한층 편안한 차로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스에 깨닫게 된다. 선대의 경우에는, 차량이 가진 고유의 특성에 따라 '편안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감안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랭글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록-투-록이 3회전에 가까운 스티어링 기어비와 일반 승용차와는 전혀 다른, 굉장히 느지막한 스로틀 응답성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한층 정교하게 조율된 서스펜션과 허리케인 2.0리터 터보 엔진이 가진 정숙성 덕분에 과거의 랭글러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덕분에 온로드에서의 주행질감도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랭글러 루비콘에 탑재되는 허리케인 엔진은 직분사 기구를 사용하는 직렬 4기통 DOHC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272마력/5,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3,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FCA의 고급 브랜드 알파 로메오의 스포츠 세단 줄리아(Giulia)와 크로스오버 SUV 스텔비오(Stelvio) 등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계열의 엔진이다. 기존 랭글러의 펜타스타 V6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은 약간 낮지만 최대토크는 더욱 강력하며, 변속기는 ZF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해 변속질감도 우수하다.
온로드 주행을 마치고, 특설 코스에 들어서자, 미끄러운 모래와 진흙이 뒤섞인 필드가 시승팀을 맞았다. 오프로드 시승코스는 경사면 주행, 등판 및 내리막 주행, 시소 코스, 그리고 지프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단 오르내리기 코스 등, 일반적인 승용차나 크로스오버에게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랭글러 루비콘, 그 중에서도 2도어 모델에게 이 정도의 코스는 그저 프로 운동 선수들의 일상적인 훈련 내용에 불과했다. 그러한 이유는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2도어 모델의 경우, 4도어 모델 대비 휠베이스가 짧다. 일반적인 승용차에서 휠베이스가 짧다는 것은 실내공간의 축소와 직진 안정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비춰질테지만, 적어도 험난한 오프로드에서는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정통파 오프로더를 표방하는 SUV에서 중요시되는 제원이 있다. 바로 접근각과 이탈각, 그리고 램프각(Ramp Breakover Angle)이다. 그 중에서도 램프각은 장애물을 돌파해야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만약 이 각이 부족한 경우에는 둔덕 등에서 이른 바 '배가 걸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램프각이 큰 차는 이런 일을 겪을 일이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램프각은 동일한 지상고에서 휠베이스가 짧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짧은 휠베이스를 갖는 랭글러 2도어 모델이 4도어 모델 대비 험로 돌파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이 덕분에 랭글러 2도어 모델은 4도어 모델들도 수월하게 통과한 특설 오프로드 코스를 아주 손쉽게 돌파해냈다. 경사면 주행에서는 일부러 거의 끝까지 각을 줘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통과해냈고, 오르막길 등판 역시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내리막 주행에서는 랭글러 루비콘 모델에만 적용되는 저속 트랜스퍼케이스를 활용해, 함께 적용된 내리막 주행 보조장치(Hill Descent Control)의 도움 없이도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이번 오프로드 특설 코스에서 만나게 된 시소 코스는 차량의 하체게 지대한 부담을 주는 코스다. 차량의 무게로 인해 시소가 내려왔을 때 큰 충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층 정교하고 강건하게 조율된 랭글러의 섀시는 이러한 충격을 큰 부담 없이 잘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단 오르기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계단을 오르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을 잘 걸러내는 헤비듀티 서스펜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양양 해변가의 모래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곳은 자동차에게는 진창길과 더불어 최악의 난코스 중 하나다. 특히 강 모래와는 달리, 바닷모래는 알갱이가 매우 곱고 서로 흩어지기 때문에, 진창이나 도강과는 또 다른 환경이다. 이러한 곳에 함부로 차를 들이밀었다가는 순식간에 바퀴 한쪽이 마치 개미지옥에 빠져드는 것만 같은 아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랭글러 루비콘은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도 훌륭한 돌파력을 선보인다. 전용의 트랙션 모드와 저속 트랜스퍼케이스가 포함된 기계식 사륜구동을 갖춘 덕분이다. 특히 바퀴의 회전 수 자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저속 트랜스퍼케이스가 빛을 발한다. 여타의 SUV들도 함부로 뛰어들기 어려운 모래사장을 수월하게 돌파하고 나니, 랭글러가 가진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해변의 특설코스를 마치고 시승팀은 인근의 임도로 향했다. 깊은 산중의 비포장 도로에서 지프는 그 이름에 흠집 하나 내지 않는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앞서 언급한 기계식 사륜구동과 저속트랜스퍼케이스, 그리고 뛰어난 지형 대응 소프트웨어 덕분에 마치 온로드에서 승용차를 주행하듯 편안하게 시승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전날 비가 내려 노면의 상황이 매우 나쁜 가운데서도 일련의 지프들은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코스를 완주했다.
랭글러 2도어 모델은 요즘 말로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차다. 랭글러 2도어는 그 옛날 윌리스 MB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지프 본연의 모습을 가장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랭글러의 직계 조상인 민수용 지프들이 그러했고, 초대 랭글러부터 지금까지, 랭글러의 순수한 핏줄은 단연 2도어 모델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4도어 모델이 주류 중의 주류이기는 하지만, 기자에게 단 하나의 지프 랭글러를 고르라고 한다면 한 순간의 주저함 없이 2도어를 선택할 것이다.
비가 개고 화창한 날씨 속, 서퍼들의 성지 양양 해변에서 진행된 지프캠프 2021은 루비콘 2도어와 함께였기에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양양의 모래사장에서도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즉, 산과 바닷가를 가리지 않는 돌파 능력을 오롯이 선보인 것이다. 진정한 모험과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프 랭글러 루비콘, 그 중에서도 2도어 모델은 그 갈망을 가장 확실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