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캠핑카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유럽이나 미국의 캠핑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몇몇 업체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의 다양한 캠핑카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디젤 엔진을 장착한 캠핑카의 수입은 인증에 따른 기준치가 높아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모터홈코리아에서 처음으로 환경안전공단의 대표인증 절차를 통과하며 본격적으로 유럽의 캠핑카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캠프야에서는 국산 캠핑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내부 디자인을 가진 유럽의 멋진 캠핑카 4종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영국의 오토슬리퍼스(Auto-Sleepers)라는 제조사에서 개발한 심벌 플러스(Symbol Plus)라는 모델이다.
'비범한 기업, 비범한 모터홈(No ordinary company. No ordinary motorhomes.)'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영국의 오토슬리퍼스는 1961년, 모터홈 여행을 사랑한 한 가족과 그 두 아들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60년의 세월 동안 영국에서 다양한 모터홈을 개발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심벌 플러스 모델 역시, 오토슬리퍼스의 브랜드 슬로건에 착실히 부합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심벌 플러스는 푸조 복서(Peugeot Boxer)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베이스차량인 푸조의 복서(BOXER)는 세벨(Sevel S.p.A.)에서 생산하는 경상용차(Light Commercial Vehicle, LCV, 적재중량 1.5~3.5톤) 모델이다. 세벨은 피아트와 PSA 그룹이 공동 출자하여 1978년도에 세운 상용차 전문 제조사로, 형제차인 피아트 두카토(FIAT Ducato), 시트로엥 점퍼(Citroën Jumper) 외에도 소형 상용차인 엑스퍼트(Expert), 시트로엥 점피(Citroën Jumpy) 등을 생산한다. 푸조 복서는 멀티젯 엔진을 사용하는 피아트 두카토와 달리, PSA 그룹의 HDI 디젤엔진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외형은 푸조 복서 하이루프 모델을 바탕으로, 외형을 거의 손대지 않은 유럽식 캠퍼밴의 전형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루프에 설치되는 형식의 어닝과 더불어, 전용의 데칼로 멋을 낸 것이 눈에 띄며, 소형버스 모델과 동일한 널찍한 창이 돋보인다. 전장은 5,998mm, 전폭은 2,260mm, 전고는 2,640mm다.
하지만 심벌 플러스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실내'다. 평면 구성부터 기존의 캠퍼밴들과는 개념 자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심벌 플러스의 실내 구조는 고정식 침상을 과감하게 포기한 대신, 운전실과 그대로 연결되는 널찍한 전실 공간을 거실 및 침실 겸용으로 활용하고, 후방의 공간에 각종 편의시설들을 몰아 넣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유럽식 캠퍼밴이 운전실 및 거실-주방 및 화장실-고정형 침실의 3개 구획으로 나뉘어지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고정형 침실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실과 편의시설의 2개 구획으로 나눠, 한정된 공간을 더욱 넓게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대다수의 르노 마스터 기반 캠핑카들의 평면 구조를 거꾸로 돌려놓은 형태에 좀 더 가깝다. 하지만 심벌 플러스의 평면 구조는 내부 공간의 활용성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승차 정원은 총 3명이며, 취침 정원은 2명, 그리고 내부 높이는 최대 1,900mm다.
먼저, 후방 슬라이드 도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전실 공간은 성인 1명이 눕거나 성인 2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길다란 소파와 앞보기형 시트 등으로 구성된다. 이 덕분에 차내로의 출입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운전실 공간과 그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비교적 중~소형에 해당하는 캠퍼밴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널찍한 공간과 편리한 동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180도 회전이 가능하여, 거실의 일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 전실 공간은 취침시에 성인 2명이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침대로 변신한다. 취침 방향은 가로로 눕게되며, 푸조 복서의 넉넉한 실내폭을 활용해 1860x1660(mm) 크기를 갖는다. 이 뿐만 아니라 선택 사양으로 트윈베드를 설치할 수도 있다. 트윈 베드의 경우, 각각 1920x740(mm), 1800x650(mm)의 크기를 갖는다.
차량의 편의시설이 몰려 있는 후방에는 주방과 옷장, 화장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먼저 화장실의 경우에는 후방의 측면에 자리하여, 통상적인 캠퍼밴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코너 세면대, 타월 걸이, 수납장 등이 일체로 압출성형되어 있는 자재를 사용해 방수성과 수밀성을 모두 확보한 것이 눈에 띈다. 변기는 고정형을 사용하며, 별도의 샤워기까지 마련되어 있다.
주방 또한 상당히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ㄱ자'형으로 설계된 주방은 필요한 모든 것이 빈틈없이 잘 갖춰져 있다. 3구 가스오븐레인지와 대형의 싱크대 및 수전,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알찬 구성을 갖추고 있다. 상부에는 반투명 창을 적용한 수납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방 내 환기를 위한 전용 창 2개가 배치되어 있다.
냉장고 위로는 옷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맞은편으로도 다양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제공하여, 수납 공간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2명의 성인이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 없는 수납공간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한 까닭은, 차량의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해 후방으로 큰 짐을 수납하기 어렵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통상의 독일식 캠퍼밴들처럼, 후방 도어를 열고 침대 일부를 접어서 그 안에 자전거 등의 긴 짐을 실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장비가 없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토슬리퍼스의 심벌 플러스는 고정형 침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실 공간 구조와 독립된 후방 편의시설로 한정된 공간을 스마트하게 활용했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방식의 공간 설계는 국내 캠핑카 제조사, 특히 르노 마스터를 기반으로 캠핑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제조사에서 충분히 참고할 만한 설계라고 보여진다. 오토슬리퍼스의 심벌 플러스의 차량 가격은 영국 기준으로 57,200파운드(한화 약 8,945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