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의 전동화 시대는 이제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배출가스 쿼터가 예년 대비 몇 배로 가혹해진 가운데, 세계의 자동차 업계는 승용과 상용을 막론하고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의 전동화는 현재 가용한 기술들 중, 배출가스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 가능하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의 현대자동차도 1톤급 화물트럭 포터2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는 한 편, 자사의 뛰어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대형상용차를 출시해 해외에서도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 버스까지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다. 특히 시내버스와 같이 도심에서 주로 운용되는 차량의 경우, 탁월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더불어 운전사와 승객의 편의까지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 편,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의 상용차 시장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약간 더 앞선 시점에서 중소형급 차종부터 전동화를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총중량 3.5톤급까지 아우르는 LCV(Light Commercial Vehicle, 경상용차)를 중심으로 전동화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자국내 중소형 상용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픽업트럭에 전동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계의 전기 경상용차를 모았다.
르노 마스터 Z.E.
르노는 세계의 자동차 업계에서 전동화 트렌드를 이끌어 온 제조사 중 하나다. 2000년대 후반부터 Z.E.(Zero Emission)라는 이름으로 승용과 상용을 가리지 않고 전동화 모델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마스터 Z.E.도 그 중 하나다. 마스터 Z.E.는 르노가 유럽 시장 최초로 내놓은 총충량 2.5~3.5톤급 순수 전기 경상용차 모델이다. 마스터 Z.E.는 2017년 처음 공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돼 동년 9월부터 판매에 돌입한 바 있다.
현행의 르노 마스터 Z.E.는 WLTP 기준으로 130km의 주행거리를 갖는다. 충전 시간은 유럽식 32A/7.4kW 규격의 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6시간이 소요된다. 마스터 Z.E.는 패널 밴, 플랫폼 캡, 섀시 캡의 3가지 형태로 제공되며, 패널 밴 모델은 3가지 휠베이스(L1, L2, L3)와 2가지 루프 사양(H1, H2)이 조합된 총 4가지 차체 사양이 준비되어 있다. 최대 적재중량은 사양에 따라 970~1,490kg이다. 특장차량용으로 만들어진 플랫폼 캡(Platform Cab) 모델의 경우에는 최대 적재중량은 1,600~1,620kg이다.
푸조 e-엑스퍼트
푸조의 전기상용차 'e-엑스퍼트(e-Expert)'는 동사의 소형 상용차 '엑스퍼트(Expert)'를 완전히 전동화시킨 모델로, 지난 11월 중순께 유럽 시장에 출시되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e-엑스퍼트는 WLTP 기준 330km 이상의 최대주행거리와 레벨 2에 상응하는 자율주행기능을 제공하며, 컴팩트, 스탠다드, 롱의 세 가지 차체 길이 사양이 마련되어 있고, 1,000kg의 최대견인중량과 1,275kg의 최대적재중량을 지닌다. 또한, 내연기관 사양과 완전히 동일한 6,600리터의 최대적재용량을 갖는다.
또한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제원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타협을 하게 되는 종래의 전기상용차 대비 '타협 없는 제로-에미션(Zero-Emission, 배출가스 제로)'을 실현했다. 또한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4.6m, 4.95m, 그리고 5.3m의 세 가지 차체 사양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5~6인승 배치의 접이식 좌석을 설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완성된 푸조 e-엑스퍼트는 지난해 연말, '2021년 인터내셔널 밴 오브 더 이어(International Van of the Year 2021)'에 올랐다.
포드 e-트랜짓
미국 포드자동차(이하 포드)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순수 전기 상용차, 'E-트랜짓(E-Transit)'은 포드의 대표적인 LCV(Light Commercial Vehicle, 경상용차) 모델 트랜짓(Transit)을 전동화한 모델이다. 포드 트랜짓은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며, 양쪽 시장에서 모두 강자로 통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E-트랜짓은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총 3종의 휠베이스와 루프 높이를 제공하여, 각종 산업 현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적재중량의 경우, 패널 밴 모델은 1,616kg, 섀시 캡 모델은 최대 1,967kg이다.
E-트랜짓의 구동을 담당하는 전기 모터는 264마력의 최고출력과 43.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현재 영국 및 유럽 시장에 출시된 동급의 전기 상용차 중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이다. 배터리팩은 67kWh 용량을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WLTP기준 무려 340km에 달하는 최대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배터리팩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11.3kW 수준의 온보드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는 경우, 8시간만에 완충시킬 수 있으며, 전용 115kW 직류 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단 34분 만에 15% 상태에서 80%까지 급속충전이 가능하다.
폭스바겐 e-크래프터
폭스바겐의 e-크래프터(e-Crafter)는 2018년 하반기에 유럽서 출시된 폭스바겐의 LCV 모델, 크래프터(Crafter)의 순수 전기차 모델이다. 이 차량은 동사의 전기승용차, e-골프에 사용되는 134마력의 최고출력을 가진 전동기와 배터리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동력제어 면에서는 상용차의 사용환경에 알맞은 조정을 거쳤다. 최고속도는 88km/h밖에 되지 않지만 1회 충전으로 100~16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1~2톤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충전 시간은 급속충전을 이용했을 때 약 56분, 완속 충전 시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푸조 e-복서
푸조 'e-복서(e-BOXER)'는 세벨(Sevel S.p.A.)에서 생산하는 경상용차(Light Commercial Vehicle, LCV, 적재중량 1.5~3.5톤) 모델 복서(BOXER)를 전동화시킨 모델로, 엔진 대신, 강력한 전기 모터를 심장으로 사용한다. e-복서에 탑재되는 전기 모터는 122마력의 최고출력과 26.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110km/h로 제한되며, 4톤 사양의 경우에는 90km/h로 제한된다. e-복서의 동력계는 기본적으로 제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이 적용되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경우 강력한 회생제동을 걸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
푸조 e-복서는 패널 밴 모델 기준으로 총 4종(L1, L2, L3, L4)의 차체 길이와 3종의 높이(H1, H2, H3)를 가진 서로 다른 규격의 차체가 마련된다. 이는 내연기관 버전인 복서와 동일한 수준의 바리에이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적재용량 또한 내연기관 복서와 동일한 최소 8,000~17,000리터의 용량을 제공한다. 전동화를 이루면서 내연기관 버전과 동일한 적재함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배터리를 적재함 아래에 수납하는 구조로 설계된 덕분이다. 최대적재중량은 차량의 사양에 따라 최대 1,890kg까지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