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형 스노우 체인, 실제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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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형 스노우 체인, 실제상황에서는?
  • 김상혁
  • 승인 2017.12.19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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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18일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 아스팔트 위는 이미 새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도로 위의 차들은 비상등을 켠 채 거북이 주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했겠지만 야속하게도 시계 바늘은 그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고민 끝에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펑펑 쏟아지는 눈은 녹을 새도 없이 도로 위에 쌓여만 갔다. 출발부터 시종일관 30km/h 내외의 속도로 주행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내리막길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앞차의 제동등을 인식하고 평소대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진동을 동반한 ‘드르륵’거리는 소음과 함께 차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눈으로 인해 불규칙한 상태로 변해버린 노면과 구동력 때문에 ABS 기능이 작동한 탓이다. 눈길 운전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다행히 통행량이 적어 스티어링 휠을 감고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줘서 원래 상태로 돌아왔지만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오르막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쌓인 눈은 점차 굳어져 빙판길로 변했고 타이어는 접지력을 적절히 발휘하지 못하며 미끄러졌다. 헛바퀴가 돌면서 언덕 구간을 오르지 못했고 주변 차량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스노우 체인이 구비된 상태도 아니었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눈길을 그냥 주행하기에는 운전자뿐 아니라 주변 차량의 안전까지 위협할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차를 길가에 세우고 트렁크 한 구석에 챙겨 두었던 패브릭(직물형) 스노우 체인을 꺼내들었다. 패브릭 스노우 체인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쇠사슬 체인이 아닌 타이어를 감싸는 형태를 가진 섬유 소재의 커버다. 타이어에 씌우는'덧신'과도 같다.

패브릭 스노우 체인의 가장 큰 장점은 손쉽게 장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선풍기에 커버를 씌우듯이 타이어를 감싸며 덮어주면 된다. 덮개의 개구부는 고무줄로 되어 있어서 설치 시 타이어의 안쪽 면을 잡아준다. 노면과 타이어가 맞닿아 있는 부분은 차량을 앞이나 뒤로 약 1m 정도 이동시켜 마무리 시켜주면 된다. 전륜 구동의 경우 앞바퀴, 후륜 구동은 뒷바퀴 타이어에 사용해주면 된다.

패브릭 스노우 테인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타이어가 노면과 접지되는 면이 패브릭 스노우 체인과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커버를 씌운 상태에서 한쪽으로 크게 치우지지만 않는다면 주행 중에 원심력에 의해 중심을 잡아 제 자리를 찾는다.

패브릭 스노우 체인을 장착하고 눈길을 달려보면 확실히 안정감이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사슬형 체인에 비교하면 승차감 저하나 소음 증가도 현저히 적다. 그러나 직물을 사용하는만큼,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직물로 제작되어 있는 만큼, 고전적인 사슬형 체인처럼 눈밭을 찍어 누르는 수준의 그립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눈길 주행 중에 일어나는 미끄러짐을 완화시켜주는 데에는 꽤나 도움이 된다. 다만 어디까지나 섬유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속도를 올리거나 장시간 장착된 상태로 주행하면 찢어지거나 구멍이 날 수 있다. 또한 주행 중에 들러붙은 눈이 얼어서 고착될 수 있다.
 
​​패브릭 스노우 체인은 직물 표면의 마찰계수를 이용해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때문에 접지면에 살얼음이 낄 경우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패브릭 스노우 체인은 저속, 눈길에서만 사용해야 하고 주행이 끝났을 때는 곧바로 제거 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직물표면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둬야 한다.

현재 시중에는 패브릭 스노우 체인뿐 아니라 금속 체인이나 스프레이형 체인 등 다양한 스노우 체인이 있다. 하지만 눈길에서의 운전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수반한다. 눈길에서는 도로 규정속도의 50% 이하를 유지해야 하며, 시속 약 30km 이하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차량 제어에 수월하다. 또한 되도록 물리 풋브레이크 보다는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풋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러 번 나누어 밟아야 안정적으로 제동이 할 수 있다.​
 
​또한 이미 눈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마른 노면보다 제동거리가 현저히 길어지기 때문에 차간 거리는 최소 2~3배 더 두고 주행해야 한다. 따라서 눈길에서 운전을 할 때에는 기계와 장비를 맹신하지 말고 평소보다 안전에 주의를 더욱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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