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파 아메리칸 포니카와의 만남 - 쉐보레 카마로SS 시승기
상태바
정통파 아메리칸 포니카와의 만남 - 쉐보레 카마로SS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7.09.26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메리칸 머슬카(American  Muscle Car)는 픽업트럭과 함께, 미국 자동차 문화의 가장 큰 갈래 중 하나다. 머슬카는 1930년대의 핫로드(Hot  Rod) 문화로부터 발현된 미국만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다. 미국의 머슬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동력성능을 갖는 2도어 쿠페를 뭉뚱그려 일컫는다.

01.JPG

그리고 머슬카의 전성기인 60~70년대에는 이들의 하위호환에 해당하는 차종 역시 공존했다. 이들은  보통 ‘포니카(Pony Car)’로 일컫는다. 조랑말을 뜻하는 영어 ‘Pony’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포니카는 정통 머슬카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다루기 쉬운 차체 크기를 지닌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등에 의하여, 1980년대  이후로 정통파 머슬카들은 시장에서 사장되었지만 포니카는 현재까지도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이들 정통파  머슬카들의 역할은 현재의 포니카들이 대신하고 있다. 본 시승기의 주인공인 쉐보레 카마로도 그 중 하나다.


02.JPG


쉐보레 카마로는 포드의 머스탱과 직접 경쟁하는 쉐보레의  포니카다. 1967년에 초대 모델이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다섯 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오늘날의 6세대로 발전해 왔다. 시승한 쉐보레 카마로는 지난 2015년에 공개된 신형 모델로, 국내에는 2016년 부산모터쇼에서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시승한 카마로는 V8 OHV 엔진을 탑재한 SS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098만원부터 시작한다.


03.JPG

04.JPG

05.JPG


쉐보레 카마로의 외모는 5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입혀 놓은 듯한 인상이다. 차의 실제 크기는 이전에 비해 조금씩 줄어 들었지만 보다 육감적인 조형을 가미하여, 시각적으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더욱 과장되고  위압감 있는 인상을 표출한다. 트랜스포머 실사영화 시리즈의 범블비의 인상과는 상당히 멀어졌다. 하지만 굳이 범블비를 언급하지 않아도, 카마로의 스타일에는 미국적인  풍미로 가득하다.


06.jpg

07.jpg


카마로의 전장X전폭X전고는 4,784X1,897X1,348mm로, 일반적인 유럽식 스포츠카에 비해 훨씬 긴 차체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 이 체급이면 거진 GT급의 대형 쿠페에 상응한다.  휠베이스는 2,811mm에 달한다. 여기에 휠  아치를 가득 메운 20인치 머신드 알로이휠과 전후 사이즈가 다른 저편병비 타이어는 카마로의 덩치를 튼실하게  떠받치고 있다. 새로운 쉐보레의 디자인 언어에 따라 재구성된 얼굴과 함께 차체를 둘러싼 엣지와 굴곡들은  카마로의 스타일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준다.


08.JPG

09.jpg


실내는 5세대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완성되어 있다. 특히, 감성품질 측면에서의  향상이 돋보인다. 가죽 소재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과 대시보드의 스티칭 처리, 향상된 조립품질 등으로 보다 만족스러운 실내를 완성했다. 디테일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센터페시아다. 이전의 4구  게이지가 있던 자리에는 원형의 송풍구를 배치했고, 그 위로 마이링크 시스템을 배치했다. 하단에 배치된 송풍구는 사용이 편리하고, 상부에 배치된 마이링크  패널은 시선이동이 적다. 4구의 게이지는 중앙을 풀컬러 디스플레이로 처리한 계기반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마로 SS의 계기반 내에서는 차에 가해지는 중력가속도를 기록하는 G-미터와 0-100km/h 가속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미터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10.JPG


앞좌석은 스포츠 시트로, 착좌감이 좋은 편이고 격렬한 주행에서도 몸을 잘 잡아 준다. 허리받침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기본적인 시트의 설계가 좋은 편이어서 용인해줄 수 있다.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다. 동급의 머스탱이 승용차 수준의 시트 포지션을 제공하는 데 비하면, 보다 스포티한 주행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트의 등받이에는  붉은 빛의 SS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열선과 통풍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11.JPG

12.JPG


카마로는 2+2 쿠페에  가까운 구성을 보인다. 뒷좌석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뒷좌석의 콘솔에는 Qi 규격의 무선충전기가 배치되어 있다. 트렁크는 쿠페로서는 작은 편은 아니지만, 개구부가 좁고 좌우 폭도  좁다. 대신 바닥이 깊게 설계되어 있어, 여행용 트렁크 몇  개는 가뿐히 실을 수 있다. 짐공간이 부족하다면, 통째로  접히는 뒷좌석을 이용하여 부족한 공간을 벌충할 수도 있다.


13.JPG


쉐보레 카마로SS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엔진. 쉐보레 카마로SS의 보닛 아래에는  6.2리터 배기량의 V8 LT1 OHV 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엔진은 쉐보레의 LS 기반 스몰블록 엔진의 5세대에 해당하는 유닛으로, 동사의 스포츠카 콜벳(C7)과 공유한다. OHV 밸브트레인을 사용하면서 직분사 기구와 가변밸브타이밍  기구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실린더 헤드와 블록은 전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중량 증가를 억제했다. 최고출력은  453마력/5,700rpm, 최대토크는 62.9kg.m/4,600rpm에  달한다. 이 모든 동력은 GM의 신형 8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를 거쳐, 오로지 뒷바퀴에만 전달된다.


카마로SS의  V8 엔진은 차에 타서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시동을 끄는 순간까지, 카마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냉간에서 카마로SS의 시동을 걸면, V8 엔진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짐짓 놀라게 된다. 기본적으로 배기음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항상 문, 내지는 창을 열고서 시동을 걸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14.JPG


카마로의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찍어 누르기에는 상당한  강심장과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조금만 조건이 맞지 않아도 뒷바퀴가 마구잡이로 헛돌아버리기 때문이다. ESP가 이를 억제하는 과정은 마치 차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소 안전한 조건에서 가속을 시도하면 V8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짐승같은 포효와 함께  공차중량 약 1.7톤의 거구가 힘차게 앞으로 뻗어 나간다. 이  때의 기세는 마치 먹잇감을 쫓는 그리즐리 베어와 같다. 무지막지한 동력성능으로 무거운 몸을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가속시키는 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괴물같은 펀치력, 분노가 극에 달한 맹수의 포효과도 같은  V8만의 배기음의 조화는 그야말로 호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순간의 연속을 만들어낸다. 고전적인 OHV V8 엔진이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은 운전자의  심장 박동마저 엔진과 회전과 함께 하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쉐보레 카마로는 5세대  모델의 등장 이후부터 줄곧 코너링에 신경을 썼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건 반 쯤은 립서비스로 받아들이면  된다. 새로운 고강성 차체구조와 전후륜에 모두 독립식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캐딜락이 그토록 자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까지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마로SS의  움직임은 여전히 전통적인 머슬카 내지는 포니카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15.JPG


일단 차체 구조와 더불어 하체의 설정이 다소 엉성한편이다. 요철을 하나 넘을 때마다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온갖 잡소리와 함께 어딘가 헐겁다는느낌을 받는다. 사방이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을 주는 유럽산 스포츠카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스포츠나 트랙모드에서 MRC는 불필요하게 딱딱한 느낌을 주고, 롤이나피치를 잡아주는 느낌도 잘 들지 않는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마찬가지. 스티어링시스템은 조작감은 무겁지만 실제 작동에서 다소 헐거운 느낌을 준다. 차체와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것을 스포츠카의 미덕으로 전제한다면, 카마로SS는 이와는다소 떨어져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조종하기가 꽤나 까다로운 편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의외의 정숙성에 놀라게 된다. 특히 아이들링과 저회전에서의 정숙성이 우수한 편이다. 거나한 배기음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인 부분이다. 다만, 상기했듯 자잘한 요철에도 실내 곳곳에서 들리는 잡소리가 정숙성을 다소 훼손한다. 승차감 역시 헐겁고 어딘가 모르게 못미더운 느낌을 받는다. 미국산 자동차에 갖는 선입견에 이토록 가까운 차와 만난 것도 꽤나 오랜만이다. 연비는 고심에서 5km/l, 고속도로에서는 10km/l에 채 못미치는 평균연비를 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의 연비가 의외로 상당한 편.


16.JPG


쉐보레 카마로SS는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정통’에 가까운 아메리칸 포니카이자머슬카다. 왕년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함에 더하여 박력까지 갖춘 외모와 대배기량의 V8 OHV 심장만으로도 상남자의 가슴을 뛰게 한다. 물론, 시대에 발맞춤에 따라 몇 가지 현대적인 요소들이 섞여 있지만, 레시피는과거의 것을 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미 대륙의 기백이 흘러 넘친다.


카마로SS에서는유럽식 스포츠카와 같은 세심함이나 정갈함은 부족하다. 단, 무한하게흘러 넘치는 미 대륙의 마초적 감성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카마로를 비롯한 아메리칸포니카, 내지는 머슬카가 지니는 매력의 본질이다. 눈에 보이는모든 것은 현대적이지만, 그 내용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머슬카의 그것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북미 대륙의 마초적인 감성으로 가득 찬 정통파 아메리칸 포니카, 카마로SS와의 만남은 실로 각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