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엔지니어, 폴 윌리엄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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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엔지니어, 폴 윌리엄스 인터뷰
  • 김기범
  • 승인 201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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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의 섀시와 파워트레인 개발을 총괄하는 엔지니어 폴 윌리엄스를 영국 크루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99년 폭스바겐 남아공 지사에 입사해 2007년까지 섀시 및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8년 벤틀리로 옮긴 뒤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신형 컨티넨탈 GT 및 GTC V8이 그의 최신작이다.



Q: 벤틀리의 신형 V8 엔진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A: 새 V8 엔진 개발은 2007년 시작됐다. 실제 엔진 개발은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프로토타입에 얹은 시점은 2009년이었다. 올해 초부터 V8 엔진을 얹은 신형 컨티넨탈 GT 및 GTC의 인도가 시작됐다. 4년 정도 테스트와 수정 작업을 거친 셈이다.


Q: 신형 V8 엔진 이전에는 어떤 엔진들이 있었나?


A: 기존 벤틀리는 두 가지 엔진을 사용했다. 첫째는 컨티넨탈 시리즈의 W12 6.0L, 또 하나는 뮬산의 V8 6.75L 엔진이다.


Q: 기존 아우디의 V8 4.2L 엔진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A: 완전히 다른 엔진이다. 리터 당 출력이 훨씬 높고, 효율성도 한층 뛰어나다.



Q: 신형 V8 엔진 개발 시 사운드에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단순히 강력한 배기음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다. 평소에는 럭셔리 카에 걸맞은 조용한 사운드를 내야하고, 스포츠 드라이빙 모드에서 웅장한 사운드를 내는 게 목표였다. 특히 신경 거슬리는 기계음이 아닌, 운전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터로 사운드의 주파수를 측정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Q: 벤틀리 R&D 조직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A: 벤틀리의 엔지니어링 팀 대부분은 크루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부 조직은 공장 인근의 별도 건물에서 일한다. 스타일링 스튜디오 인원을 포함해 약 1천 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한다. 벤틀리만을 위한 고유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폭스바겐 그룹과의 협력도 강화하는 추세다. 가령 벤틀리의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폭스바겐 그룹에서 개발된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신형 V8 엔진 역시 아우디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엔진은 아우디 S8도 얹는다.



Q: 벤틀리 컨티넨탈 시리즈는 W12 엔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V8 엔진을 얹기 위해 어떤 점이 바뀌었나?


A: W12 엔진은 최대 640마력을 뿜는다. 그러나 결코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다. GT카의 성격에 충실하다. 반면 신형 V8 엔진을 얹은 컨티넨탈 시리즈는 좀 더 스포츠카에 가깝다. 그리고 기존 고객보다 젊은 층을 겨냥했기 때문에 사운드 등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V8 모델의 또 다른 차이점은 벤틀리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는 점이다. 변속 타이밍도 더욱 빨라졌고, 효율성 역시 개선되었다.


Q: 밸런스 측면에서 V8 엔진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는가? 무게는 어떤가?


A: 두 엔진 모두 밸런스는 흠잡을 데 없다. W12 엔진은 피스톤을 12개나 품었지만 아주 컴팩트하다. 그래서 전반적인 밸런스를 높이기 유리하다. W12 엔진과 비교하면 V8 엔진이 80㎏ 정도 가볍다. 또한, V8 엔진은 터보차저를 엔진 안쪽에 담았다.



Q: V8 모델의 최고 속도는?


A: 시속 303㎞다.


Q: 최근 컨셉트카로 선보인 새 SUV EXP 9 F엔 어떤 엔진을 얹을 계획인가?


A: 신형 SUV는 아직 컨셉트카 단계다. 때문에 어떤 엔진을 얹을지 확정되지 않았다. W12 엔진 및 V8 엔진 모두 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나 디젤 엔진도 얹을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SUV일 것이라는 점이다.



Q: 신형 V8 엔진을 뮬산이나 신형 SUV에 사용할 계획은 없는가?


A: 신형 V8 엔진은 강력한 엔진이기 때문에 신형 SUV는 물론 뮬산에도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뮬산의 경우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차는 아니다. (물론 뮬산은 초대형 플래그십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스포츠 드라이빙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이긴 하다) 때문에 신형 V8 엔진은 컨티넨탈 시리즈에 가장 적합한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Q: 컨티넨탈 GT 모델에는 하이브리드나 디젤을 탑재할 계획은 없나?


A: 친환경이 트렌드이다 보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취향이다. 벤틀리의 고객이 원하는 첫번째는 강력한 파워다. 그리고, 장거리 운전을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다른 옵션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Q: 폭스바겐그룹 하에서 협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벤틀리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보다 앞선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동시에, 벤틀리 만의 전통과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아우디와 공동 개발한 신형 V8 엔진이 좋은 예다. 신형 V8 엔진에 적용된 기통 제어 시스템은 벤틀리가 개발해 아우디에 전수한 기술이다. 반면, 직분사 시스템은 아우디에서 가져왔다. 상호 협력 덕분에 벤틀리는 최초의 직분사 엔진을 탑재할 수 있었다. 아우디 역시 최초로 기통 제어 기능을 품은 엔진을 얹게 됐다. 같은 엔진이지만 사양은 서로 다르다. 벤틀리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토크를 중시한다. 따라서 최대토크를 67.3㎏·m까지 끌어 올렸다. 또한, 벤틀리 고유의 사운드도 새롭게 만들어내 적용했다. 벤틀리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한 차별화 요소도 많다. 일상적인 운전 땐 편안하면서도 조용하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고성능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나아가 하이테크 느낌의 복잡한 구성 대신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구성을 유지했다. 벤틀리 고객들은 수많은 버튼이 줄지어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벤틀리는 가장 럭셔리하고 우아하며, 동시에 가장 파워풀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철학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Q: 신형 V8에 기통 제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기통 제어 시스템은 이미 타 브랜드에서 개발한 적 있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전환 시 충격이 발생하고 소음이 심했기 때문이다. 벤틀리는 이 두 가지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했다. 운전자가 4기통 모드인지 8기통 모드인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전환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갈수록 거세지는 친환경 트렌드 때문이다.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하지만 벤틀리의 고객들은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성능을 희생하길 원치 않는다. 친환경성과 드라이빙 파워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해결책이 바로 기통 제어 시스템이었다.



Q: 엔진을 개발할 경우 통상적으로 성능과 기능에 중점을 두게 된다. 엔진 개발 전문가로서 엔진의 외관 디자인, 즉 스타일링 측면에서도 신경을 쓰는가?


A: 물론이다. 벤틀리는 모든 요소가 우아해야 한다. 고객이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바라봤을 때 우아함을 느껴야 한다. 당연히 우아한 외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추가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기술적으로 우수한 엔진이 외관도 멋지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엔진은 군더더기가 없다. 나아가 컴팩트하다. 자연스럽게 멋진 외관을 갖추게 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벤틀리는 엔진 뿐 아니라 작은 부분 하나까지 완벽함을 추구한다. 가령 배기 파이프는 내부 깊숙한 곳까지 팁처럼 반짝거린다. 고객들이 고개를 숙여 머플러 속을 들여다 볼 일을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부분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게 벤틀리의 정신이자 철학이다.



Q: 벤틀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를 짧게 설명한다면?


A: "Simple, Easy and Comfortable." 럭셔리는 완벽해야 한다. 완벽하다는 것은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결함에서 나오는 우아함도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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