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자동차가 5세대로 거듭난 프리우스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해 일본에서 시판을 개시한 지 1년 만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신형의 프리우스는 2세대 글로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기존까지의 프리우스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고 개발된 모델이다. 완전히 새로워진 토요타 프리우스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번에 시승한 프리우스는 국내에 수입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HEV) 모델 두 가지이며, 트림은 각각 상위 트림인 XSE, XLE 트림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PHEV XSE 4,990만원, HEV XLE 4,370만원이다.
새로운 프리우스는 외관부터 이전까지의 프리우스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이 돋보인다. 2세대부터 시작된 '트라이앵귤러 모노폼(Triangular Monoform)' 컨셉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2~4세대 프리우스가 위쪽으로 부풀어 오른 형태를 취한 반면, 5세대는 납작하게 눌러 놓은 모양새를 취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스포티한 모습이 돋보인다.오직 효율과 내부공간 확보를 위해서 사용해 왔던 2~4세대와는 달리, 5세대는 이를 역이용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포티한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다.
특히 측면에서는 루프의 꼭대기에 해당하는 지점을 훨씬 뒤쪽으로 밀어내고 전고를 크게 낮췄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의 4세대와 대비되는 매끈하고 단순한 차체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휠 또한 트레드는 유지하면서 직경을 19인치로 키워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명료하고 직선적인 형상 덕분에 차가 더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프리우스의 뒷모습은 기자의 관점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다. 완전한 세단형이었던 1세대를 제외한 2~4세대까지의 프리우스들은 공기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면서 내부 공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형상을 취하기 위해 뒷유리를 상하 2개로 나눠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후방 시야가 극도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후방카메라 장착이 일반화된 지금은 딱히 큰 단점은 아닐 수도 있지만, 주행 중에도 룸미러를 보았을 때 가장 잘 보여야 할 곳이 꽉 막혀 있는 관계로, 사실 상 화물차처럼 도어미러에만 의존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형의 프리우스는 차체가 크게 낮아지면서 꼬리 부분을 더욱 하향시켰고, 이 덕분에 2~4세대 대비 한층 개선된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물론, 일반적인 세단이나 해치백 승용차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시야이기는 하지만, 한가운데가 가로막혀있지는 않다. 물론, 이와 같은 후방시야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카메라를 이용한 전자식 룸미러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그린하우스가 끝나는 부분은 2~3mm 정도 접혀진 형상으로 디자인하여 스포티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프리우스의 개발 총책임자인 오오야 사토키(大矢 賢樹) 치프 엔지니어에 따르면, 이 부분은 새로운 프리우스의 스타일링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라고 한다.
인테리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독자적인 방식을 취하던 이전과 달리, 수평기조에 충실한 대시보드와 더불어 대형의 돌출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바짝 치켜 올린 플로어 콘솔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세단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변화했다.
계기판은 이전과 달리, 돌출된 디스플레이 형태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상향배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방식은 푸조의 i-cockpit 디자인 개념과도 유사하다. 별도의 HUD 없이 보다 적은 양의 시선 이동으로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한다. 오오야 사토키 치프 엔지니어는 이 부분에 대해 기존 프리우스들에서 대대로 채용되었던 중앙에 상향배치된 계기판을 운전석쪽으로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변속장치도 센터페시아 좌측하단에 붙어 있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일부 렉서스 차량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플로어 마운트 타입의 시프트-바이-와이어 변속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전방에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수납공간은 기존 4세대 대비 다소 줄어들었다.
운전석은 이전과는 달리, 탑승자의 신체를 더욱 탄탄하게 지지해 주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시트 포지션이 30mm나 낮아진 덕분에 더욱 안정감 있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시트 레일이 차체의 바닥에 직접 결합되어 있는 방식이기에 차량과의 일체감이 더 높다. 이번에 시승한 XSE, XLE 트림의 모델은 운전석 8방향, 조수석 4방향 전동조절 기능이 적용되며, 운전석은 전동식 요추받침이 적용된다. 여기에 양쪽 좌석 모두 3단계의 열선과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누워있는 A필러로 인해 운전자에 따라서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2세대 이후의 프리우스는 1.8리터 엔진을 채용하면서 체급이 커지기 시작했고, 뒷좌석의 공간도 그만큼 넓어져, 성인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뒷좌석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프리우스의 고향인 일본에서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프리우스 택시들이 영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프리우스는 영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할 듯하다. 휠베이스의 확대로 레그룸은 충분하지만 깎아지른 루프라인으로 인해 헤드룸이 상당히 부족하다. 이렇게 이전 세대 대비 협소해진 실내공간은 아무래도 스포티한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크게 양보한 결과로 보여진다.
트렁크 공간 또한 기존 프리우스 대비 작아졌다. 물론, 기본적으로 해치백형 모델인 덕분에 뒷좌석을 접어서 추가 적재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새로운 프리우스는 2세대 글로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여기에 더욱 뛰어난 주행성능을 위해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한 편,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연료탱크 위치도 바닥까지 낮춰서 무게중심을 낮췄다. 서스펜션은 글로벌 아키텍처 고유의 서스펜션 구조를 갖는다. 여기에 기존과 달리, 기계식 브레이크와 직결된 온디맨드 펌프를 적용한 제동장치를 채용하여 응답성도 높이고 고속에서의 제어력도 높였다.
새로운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HEV) 파워트레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출시한다. PHEV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합산 22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데, 이는 기존 프리우스 프라임 대비 80%가량 향상된 성능이다. 주력이 될 HEV의 경우에는 196마력으로 향상되었다. 이는 기존 HEV 대비 60%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성능이 향상된 프리우스 PHEV는 6.7초에, 프리우스 HEV는 7.5초만에 0-100km/h 가속을 끝낼 수 있다. 기존의 프리우스에 비해서 월등히 향상된 순발력이다.
먼저 시승하게 된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프리우스 PHEV 모델이다. 프리우스 PHEV는 훨신 강력한 모터를 장비하고 있는 덕분에 배터리에 여유만 있다면, 도심에서의 일상적인 운행에서 모터만으로 주행하게 된다. 배터리 용량도 유럽이나 국산 PHEV 차량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는 60km대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못 잡아도 70~80km 정도는 여유롭게 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잠시 국내에 수입되었었던 PHEV 모델인 프리우스 프라임에 비해서 한층 개선된 부분이기도 하다.
새로운 프리우스는 PHEV와 HEV 모델 가릴 것 없이, 시승 내내 그동안 기자가 경험해 왔던 프리우스의 모습과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바로 정숙성이다. 그동안의 프리우스는 시리즈 대대로 '압도적인 연비'를 0순위에 두고 개발해 왔던 차종이었기에, 정숙성이나 승차감과 같은 요소는 확실히 배제되어 왔었기 때문이다. 물론 4세대에 들어서는 상당한 개선을 이루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프리우스는 다르다. 정숙성을 분명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PHEV 모델의 경우에는 이러한 면이 조금 더 부각된다. 특히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철저히 차단하는 한 편으로 외부 소음의 차단 정도에서는 중형세단인 캠리를 넘보는 수준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엔진의 소음 및 진동도 기존에 비해 한층 정숙할 뿐만 아니라 더욱 정제되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용해왔던 전용 1.8리터 엔진 대신 장비한 2.0리터 엔진은 기존 대비 한층 깔끔한 회전질감과 더불어, 고회전에서도 안정되게 구동해주는 덕분에 엔진에게 심각한 무리를 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한다. 단, 정숙성 자체는 HEV보다는 PHEV쪽이 조금 더 정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달라진 모습 중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승차감이다. 앞서 언급했듯, 연비를 최우선으로 개발했던 모델인 만큼, 승차감 역시 다소 배제되어 있었던 요소인데, 새로운 프리우스는 승차감 면에서도 일반적인 준중형급 해치백은 물론, 중형세단에 근접한,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더블위시본(이라고 주장하는)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한 편으로, 한층 강건해진 2세대 글로벌 아키텍처와 더욱 낮아진 시트포지션이 주는 안정감이 서로 좋은 시너지를 이루며, 한층 타이트하면서도 쾌적해진 승차감을 선사한다. 하체가 주는 느낌만 보면, 선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든든함과 여유에 짐짓 놀랄 정도다.
가속성능도 마찬가지로 이전의 프리우스가 아니다. 기존의 프리우스 보다 배기량이 크면서 더 강력해진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덕분에 2리터급 엔진을 장착한 준중형 해치백 이상의 뛰어난 순발력을 경험할 수 있는 덕분이다. 물론, 순수 내연기관 해치백처럼 아주 경쾌한 맛은 아니지만 충실한 힘으로 꽤나 기운차게 밀어주는 덕분에 이전의 프리우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가속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PHEV 모델의 경우에는 한층 강력한 모터가 착실하게 동력을 보태주는 덕분에 200마력 내외의 고성능 해치백에 준하는 감각의 가속을 맛볼 수 있다.
핸들링 면에서도 이전의 프리우스가 아니다. 기존 대비 월등히 낮아진 차체와 무게중심에 더해, 한층 직관적인 조작감을 제공하는 스티어링 시스템, 그리고 승차감에서부터 깊은 인상을 준 하체와 더욱 옹골차게 진화한 섀시가 어우러져, 이전의 프리우스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탄탄하고 스포티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물론 정통파 경량 스포츠카인 동사의 GR86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럽식 해치백이 전혀 부럽지 않은, 절도 있고 맛깔진 핸들링 감각이 아주 인상적이다. 한층 스포티해진 외관에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휠 직경은 굉장히 커졌지만 트레드는 4세대 프리우스와 동일한 규격의 전용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부분이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달라진 프리우스지만,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 바로 연비다. 이번 시승행사에서 기자는 연비는 전혀 고려치 않고 교통 흐름에만 맞춰서 주행했음에도 PHEV는 19.5km/l, HEV 모델은 17.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는 PHEV쪽이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배터리를 사용하고 충전하는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동력제어 시스템 덕분에 오히려 더 높은 기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만나게 된 새로운 프리우스는 "이름 빼고 다 바꿨다"라는,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기자 생활에서 처음으로 단독 시승하게 된 차가 3세대 프리우스였고, 4세대 프리우스도 여러 차례에 걸쳐 시승을 진행했었던 기자의 입장에서는 아예 '근본부터 다른 차'로 다가온다. 이름만 같이 사용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출발점부터 다른 차가 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의 프리우스가 가지고 있었던 장점들 중 일부를 잃기는 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실' 보다는 '득'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변화라고 생각된다.
특히, 과거부터 프리우스는 자동차를 오직 '이동수단'으로서만 접근하는 이들에게 프리우스는 가장 이상적인 '상품'이었다. 그렇지만 자동차에 관심이 있고, 운전을 즐기며, 자동차를 단순한 운송수단 이상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결코 "내가 갖고 싶은 차"가 아니었다. 남에게는 권할 수는 있어도, 내가 갖고 싶은 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새로운 프리우스를 경험하게 된다면, 오오야 치프 엔지니어가 강조한, "'애차(愛車)가 될 수 있는 차'를 목표로 했다"는 말의 의미를 공감할 수 있게 된다. 5세대에 이르러,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에서 자신만의 남다른 언어와 감각을 가진 하나의 스페셜티카로 완성된 프리우스는 올해 경험한 신차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