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AM 제너럴 허머
상태바
[특별했던차]AM 제너럴 허머
  • 모토야
  • 승인 2022.11.24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M제너럴 허머 H1은 `험비(High-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 Humvee,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의 민수용 모델이다. 허머 H1의 토대가 되는 험비는 80년대 이후부터 현대 미군의 발이자, 미 육군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AM제너럴의 걸작 군용 차량이다. AM 제너럴(AM General LLC)은 소형차 및 민수용 지프를 생산한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로부터 독립하여 세워진 회사였다.

AM 제너럴의 험비는 높은 최저지상고와 넓은 전폭 대비 매우 낮은 차체 높이를 가져 무게중심 상승을 억제하는 한 편, 포탈 액슬 방식을 적용해 험로 돌파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우수한 차체 밸런스와 신뢰성 등을 보이며, 지프의 뒤를 잇는 미군의 발로 채용되었으며, 21세기까지 활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험비를 민간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차가 바로 허머(Hummer)다.

험비의 혈통을 그대로 계승한 최강의 오프로더
AM제너럴 허머는 미 육군에 납품하고 있었던 험비의 민수용으로 기획되었다. AM제너럴이 이미 수많은 양의 험비를 생산해 미군에 공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민수용으로 전용하고자 했던 것은, 민간시장으로의 판로를 열어 수익성을 더욱 높이기 위함이었다. 또한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AM 제너럴에 강력한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1990년, AM제너럴은 미국 최대의 자동차기업 제너럴 모터스(GM)와 손을 잡고 험비의 민수화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부 사양이 변경되었다. 차량의 외장에는 군용의 무광 도료가 아닌, 인수용 자동차에 널리 사용되는 유광 도장을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음 유입을 줄이기 위한 흡/차음재 적용, 그리고 고급 승용차에 사용되는 천연가죽 등의 내장재와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 등의 편의사양을 적용했다. 이 뿐만 아니라 GM의 도움을 받아, 시장에서 성능이 검증된 GM의 파워트레인 일부를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험비의 민수 전환에 더욱 기대를 걸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바로 1991년 발발한 '걸프전'이다. 물론 당시 걸프전의 스타는 단연 M1 에이브람스 전차였지만 이라크의 사막을 종횡무진 누비는 험비 역시 언론 매체 곳곳에서 등장하며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륜구동 차량으로서 정상급의 험지돌파 능력을 자랑하는 험비를 그대로 민수용으로 전환하여 민간에 판매한다면, 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1992년 출시된 '민수용 험비'는 허머(Hummer)라는 이름을 달고 미국의 민간 자동차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그리고 양산 1호차 출고식에는 앞서 언급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직접 초청해 차량의 열쇠를 건네는 출고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AM제너럴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했다.

허머는 '차(Car)도, 트럭(Truck)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4륜구동차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992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허머는 원본에 해당하는 험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차체 형태로 판매되었다. 차체 뒤쪽을 완전히 적재함으로 사용하는 2도어 픽업트럭형 모델은 물론, 4도어 픽업트럭 모델, 그리고 왜건형태의 모델 등이 존재했다.

허머는 험비의 정상급 험로 돌파능력을 그대로 보존했다. 특히 섀시의 경우에는 험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험비는 최저지상고를 높이기 위해 일반적인 사륜구동 차량과는 차축부터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포탈 액슬(Portal Axle)이 바로 그것이다. 포탈 액슬은 차축과 바퀴 사이에 별도의 기어박스를 적용하여 차축을 바퀴의 중심축보다 위쪽에 위치시키게 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험비의 바퀴 사이에는 일반적인 오프도르 차량에서 나타나는 차동기어박스가 위로 올라가 있어,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바퀴와 차축 사이의 기어박스를 이용해 한 번 더 감속을 걸어줄 수 있는 덕분에 최고속도는 다소 낮아지는 대신, 더욱 강력한 견인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파워트레인의 경우에는 초기에는 험비에 사용했던 6.2리터 자연흡기 디젤 엔진과 3단 자동변속기조합, 혹은 GM의 5.7리터 V8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 조합을 사용했으며, 이후 더욱 강력한 성능의 6.5리터 디젤 엔진도 추가되었고, 2006년 출시된 고성능 모델 허머 H1 알파에는 고성능을 자랑하는 듀라맥스 6.6 V8 디젤 엔진과 엘리슨 5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AM제너럴 허머의 판매는 기대와는 달리 아주 성공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단가가 높았던 험비를 민수용으로 전환한 차량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는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점이 대중화에 있어서는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기본적으로 험비의 가격이 상당히 고가였던 데다, 아무리 유가에 덜 민감한 미국 시장이라고 해도 유지비 부담이 큰 차종 중 하나로 손꼽혔으며, 민수용 차량만큼의 편의성도 갖추지 못했다. 특히 1992년의 초도생산분은 전동조절식 사이드미러는 커녕, 파워 윈도우나 전자식 도어락 기능조차 없었을 정도로 편의장치가 부족했다. 물론 후기형으로 갈수록 편의장치는 지속적으로 보강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차는 대중성보다는 매니악한 시장을 위한 모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익성을 높이려다가 역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 AM 제너럴은 2002년, 허머를 GM에 넘기게 된다. 그리고 이 때부터 허머는 '허머 H1(Hummer H1)'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GM은 허머의 판매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감은 물론, 허머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허머를 인수한 그 해에 허머 H2라는 이름의 신차를 출시하는 한 편, 허머 H1의 판매는 계속 이어 나갔다. 허머 H1은 2006년 알파 버전을 끝으로 단종되었다. 민수용 험비로 태어났던 허머 H1은 최종적으로 단종되는 그 날까지 총 11,818대가 판매되었다.

한편, 허머를 인수한 GM은 허머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계속 밀어왔다. 하지만 H2 이래로 등장한 모든 허머 브랜드의 차량들(H2, H3 등)은 단순히 디자인의 모티브만 가져온 패션카에 가까운 차량이었으며, 원본에 해당하는 H1과의 접점은 전혀 없다. 원가절감을 위해 쉐보레의 픽업트럭에 사용되는 섀시를 바탕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GMC 산하의 브랜드로 재편되면서 초고성능 전기 SUV로 거듭나 그 이름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