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사장된 엔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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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사장된 엔진들
  • 모토야
  • 승인 2022.08.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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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자동차를 처음으로 고안한 지 250여년, 자동차를 온전히 실용화하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동차는 우수한 기동성으로 철도와 더불어 육상 운송 수단의 핵심으로 기능해 왔다. 그리고 전세계에 자동차가 보급이 되면서 인류의 생활권을 넓히는 데 막대한 기여를 해 왔다.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 해당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는 증기기관과 같은 외연기관과 가솔린 엔진 같은 내연기관, 심지어 구식의 브러시드 모터와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이 당시의 내연기관은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었기 때문에 다른 동력원과의 공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내연기관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증기기관과 전기 모터가 상용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이후로 근 1백여년 간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내연기관은 1백여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형태가 개발되고 실용화되었다. 그 중에서도 주역은 단연 레시프로 엔진(왕복엔진)이다. 레시프로 엔진은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진화해 온 자동차용 내연기관의 총아로,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자동차의 내연기관은 99% 레시프로 엔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직렬 엔진과 V형 엔진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제조사에 따라 수평대향 엔진이나 W형 엔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쪽은 명백히 주류와는 벗어나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그런데 1백년 남짓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에서는 종종 독특한 형태의 엔진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엔진들은 자동차 산업의 주류에 올라서지 못해 모조리 퇴출을 면치 못해 사장된 엔진들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에 등장했으나 지금은 사장되어버린 엔진 3종을 짚어 본다.

단기통 엔진
단기통 엔진은 하나의 실린더와 연소실을 갖는 형태로, 내연기관으로 분류되는 레시프로 엔진(왕복 엔진)의 초창기에 등장했다. 최초의 내연기관(가솔린 엔진) 자동차로 일컬어지는 다임러-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Motorwagen)의 심장이 바로 954cc의 단기통 엔진이다. 단기통 엔진은 다기통 엔진에 비해 체적을 매우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다기통 엔진 대비 회전하는 부품의 숫자가 현저히 적으므로, 구조 또한 훨씬 단순해서 신뢰도도 높다. 여기에 같은 배기량의 다기통 엔진 대비 저회전 토크가 강력하며 우수한 효율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2차 대전 직후에 나타났던 버블카나 초창기 일본식 경차 등의 작고 가벼운 자동차에는 오토바이용으로 사용하던 단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차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사륜자동차 산업계에서 단기통 엔진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기통 엔진이 갖는 한계점들 때문이다. 단기통 엔진은 다른 실린더를 이용해 진동을 상쇄시켜거 정숙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기통 엔진과는 달리, 실린더가 하나 뿐이므로, 구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여과 없이 차체에 전달된다. 게다가 소음도 다기통 엔진 대비 매우 커서 정숙성이 나쁘다. 단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경운기가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배기량이 커지게 되면, 상술한 '작은 체적'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없게 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자동차에 요구되는 안전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차량의 크기와 중량이 크게 늘어나 단기통 엔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 것도 단기통 엔진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이륜차 부문에서는 명실상부한 주역이다. 이륜차는 자동차에 비해 훨씬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하므로, 작고, 가볍고, 우수한 저속토크라는 강점을 온전히 살릴 수 있으면서도 단기통 엔진의 단점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용으로 만들어지는 125cc 미만의 엔진은 9할 이상이 단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반켈식 로터리 엔진
반켈 엔진은 독일의 기술자이자, 오늘날 아우디의 전신이 된 NSU의 기술자, 펠릭스 반켈(Felix Heinrich Wankel, 1902~1988)박사가 1954년 최초로 고안한 엔진이다. 흔히, 일본에서 쓰이는 용어를 들여온 '로터리(Rotary) 엔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본래 로터리 엔진은 반켈 엔진 외에도 엔진 자체가 직접 회전하여 동력을 생성했던 초기의 성형(星型)엔진(Radial Engine)까지 아우르는 표현이기 때문에 반켈 엔진이라 칭하는 쪽이 조금 더 정확하다. 반켈 엔진은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주류로 사용되고 있는 왕복엔진과는 전혀 다른 구조와 특성을 갖는다. 반켈 엔진은 내부를 특수한 형상의 연소실이 조성된 하우징과 그 내부에서 회전하는 로터(Rotor)로 구성하며, 연소에 따른 로터의 회전운동을 직접 이용한다.

반켈 엔진은 내부가 누에고치 형상으로 설계된 연소실을 삼각형의 로터가 회전하면서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을 진행한다. 또한, (오토사이클 기준)피스톤 왕복 2회에 1행정이 완료되는 4행정 왕복엔진과 달리, 방켈 엔진은 로터가 1회 회전하는 동안 약 3회의 행정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왕복엔진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작은 배기량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이 덕에 엔진을 더 작게 가볍게 만들 수 있어 무게중심까지 낮출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엔진의 진동을 유발하는 왕복 과정이 없으므로 진동이 적은 특성을 가짐과 동시에 고회전으로 출력을 끌어내는 데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엔진은 그리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반켈식 로터리 엔진을 주요 상품으로서 상용화했던 자동차 제조사는 일본의 마쓰다주식회사(이하 마쓰다)가 유일하다.

반켈식 로터리 엔진이 널리 사용되지 못한 이유는 엔진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반켈 엔진의 모든 장점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연소실 내의 기밀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 기밀을 유지하기 위한 실링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인해 연소실 내벽이 마모되는 현상(채터마크 현상, 위 사진 오른쪽 참고)이 심했다. 이 때문에 반켈식 로터리 엔진은 통상의 레시프로 엔진 대비 수명이 턱없이 짧았다. 게다가 폭발행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특성으로 인해 연료소모가 극심하다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이 엔진의 상용화를 과감하게 밀어붙였던 마쓰다조차, 1990년대 이후에는 스포츠카인 RX-7 및 RX-8 등의 제한된 모델에만 이 엔진을 사용했다.

가스터빈(터보샤프트) 엔진
이 엔진은 비록 완전한 상용화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상당한 수준으로 연구가 진척되어 있었고, 1960년대에는 상용화 시도까지 있었던 방식의 엔진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스터빈 엔진이란, 정확히는 '터보샤프트' 엔진을 말하는데, 터보샤프트 엔진이란, 엔진 출력의 100%를 축 동력(Shaft power)으로 발생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이 엔진은 헬리콥터와 같은 항공기는 물론, 선박의 주 기관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육상에서는 철도차량용 엔진으로도 쓰였다.

터보샤프트 엔진은 구조 상 압축기 터빈과 동력축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가스압력을 직접 이용하는 제트 엔진이나, 터빈이 동력축과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터보프롭 엔진과 큰 차이를 갖는 부분이다. 터보샤프트 엔진의 터빈에서 만들어진 추진력으로 동력축에 설치된 자유 터빈(Free Turbine)을 회전시키고, 이 힘으로 동력축이 회전하면서 동력을 얻는다. 터보 샤프트 기관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추력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압축기와 동력축으로 양단되는 단순한 구조 덕분에 기계적 신뢰도가 매우 높고 고속 회전에도 유리해 레시프로 엔진 대비 현저히 작은 체적으로도 고출력을 얻어내기 유리하고 제트엔진 등의 다른 가스터빈형 엔진 대비 빠른 시동과 빠른 가속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불 타는 액체라면 뭐든지 연료로 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엔진은 1950년대 미국 GM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다. 1953년부터 GM이 세 차례에 걸쳐 선보인 파이어버드 컨셉트 시리즈는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한 혁신적인 자동차로, 미래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연료 활용, 레시프로 자동차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내세웠다. 이 뿐만 아니라 영국 로버(Rover)에서는 파이어버드 컨셉트보다 한참 이전인 1949년경에 이미 '제트1(JET1)'이라는 이름의 가스터빈 양산차를 만들어 판매도 했다. 제트1은 벨기에 고속도로에서 240km/h를 넘는, 당시로선 하이퍼카 이상의 성능으로 충격을 주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터보샤프트 엔진을 탑재한 투르비나(Turbina) 컨셉트를 제작했는데, 이 차는 1949년 당시 300마력/22,000rpm에 달하는 성능을 자랑했다.

그리고 1960년, 크라이슬러에서는 '터빈 파워(Turbine Power)' 컨셉트를 내놓았는데, 이 차는 단순한 쇼카가 아니라 사실 상 양산 직전에 있었던 차와 마찬가지였고 실제로 50여대의 차가 선행양산되어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인해 끝내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2006년, GM이 파이어버드 시리즈 이후로 반세기만에 내놓은 에코-제트(Eco-Jet) 컨셉트카가 등장한 바 있고, 2010년 재규어에서는 가스터빈 엔진을 발전기로 사용하는 전기차 컨셉트인 C-X75를 내놓았으나 이 역시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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