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지 2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계 최고의 오프로더로 통하는 차가 있다. 바로 AM 제너럴(AM General)의 허머(Hummer), 혹은 허머 H1다. 이 차는 현대의 미육군을 상징하는 기동차량 험비(Humvee, High-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의 민수용 모델이다.
허머는 일반도로 주행을 위한 몇가지 장치들과 내/외장 사양 일부를 제외하면 험비와 사실 상 같은 차량으로, 여전히 군용 기동차량 가운데 정상급의 험로 주파능력을 자랑하는 험비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 받은 차다. 그런데 이 최고의 오프로더를 캠핑카로 만든다면? 적어도 평범한 화물차 기반의 캠핑카는 명함도 못 내밀 기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오프로드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드림카로 등극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드림카가 마침내 현실에 나타났다. 미국 콜로라도 주(州)에 위치한 울프 릭스(Wolf Rigs)에서 제작하는 패튼(Patton)이 바로 그것이다. 차명의 유래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친 미육군의 명장, 조지 S. 패튼(George Smith Patton Jr.)이며, 개발자의 아버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에 이러한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패튼은 2차대전의 종전 이후 개발된 M46부터 M48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주력 전차 시리즈의 별칭이기도 하다.
울프 릭스는 자사의 패튼을 두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오버랜드 여행을 위한 편안한 성채(Go-anywhere overland comfort castle)"라고 소개한다. 차체 외장은 험비의 기본 사양과 동일한,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부식에 강한 항공기 등급의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다. 차체 폭은 험비와 동일한 86.5"(약 2,197mm)로, 일반적인 캠핑카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캠퍼 부분은 각이 진 상자처럼 디자인되어 있으며, 각 이음새마다 리벳을 촘촘히 박아서 마감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우수한 구조강도를 보장함과 동시에, 군용차량과 같은 감각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캠퍼 부분에 시공된 데칼과 어닝 등을 제거하게 된다면 필시 군용의 다목적 차량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차량의 후방에는 스페어 타이어와 젤리캔, 사다리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대형의 수납 공간이 마련된다. 차체 상부에는 차량 내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800W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다.
인테리어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제한된 공간을 유효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가장 전방에 주침실로 활용되는 벙커베드가 자리하고, 그 뒤로 L자형 소파, 그 뒤로는 주방이 위치하며, 최후미에는 화장실이 위치한다. 또한 중간에 벽을 세우지 않게 연속되게 이어지는 구조로 짜여져, 높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천장과 내벽은 서로 다른 색상의 목재 사이딩으로 마감되어 있고, 욕실의 내벽과 바닥은 타일로 꾸며져 있다.
주침실로 활용되는 벙커베드는 퀸사이즈급의 침대로 만들어져 있어, 2명의 성인이 편안하게 사용 가능하다. L자형으로 만들어진 소파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며, 주방은 분리형으로 제작되어 있어 최대한의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방은 대형의 싱크보울과 거위목 수전, 그리고 2구 가스레인지 등으로 구성되며, 냉장고는 슬라이드 아웃형을 사용한다. 화장실은 샤워실을 겸하는 구조이며, 특허 받은 구조 덕분에 변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바닥으로 숨길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허머 H1 및 험비에 기본으로 탑재된 것과 다른 것을 사용한다. 험비에 탑재된 엔진은 디트로이트 디젤(Detroit Diesel)의 150마력 사양의 자연흡기 6.2리터 엔진에 앨리슨제 3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이고, 허머 H1의 경우에는 험비와 동일한 엔진을 포함해 5.7리터 가솔린 엔진이나 6.5리터 디젤엔진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차에 탑재되는 엔진은 원본의 구식 엔진이 아닌, 최신식의 커민스(Cummins)제 3.9리터 직렬 6기통 디젤엔진과 앨리슨(Alison) 1000 자동 6단 변속기를 사용하여 더욱 우수한 성능은 물론, 원본 대비 더욱 우수한 연비까지 기대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최신 사양으로 변경하였지만, 하체와 뼈대는 오리지널 험비 및 허머 H1과 동일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험비가 가진 16"(약 406mm)의 최저지상고와 강건한 알루미늄 합금 레더 프레임을 가지며, 따라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험로 돌파 능력을 선사한다.
궁극의 오프로더, 허머 H1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캠핑카인 울프 릭스 패튼의 가격은 따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현지의 매체들에 따르면, 대략적으로 35만 달러(한화 약 4억 5,726만원)정도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베이스 차량으로 사용하는 허머 H1의 가격이 현재 미국 내 중고차 시장에서 아무리 못 잡아도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064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니, 일단 베이스 차량을 구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