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로서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의 역사를 이끌어 온 토요타의 플래그십 고급 세단, 크라운이 단 4년여 만에 풀 체인지를 단행했다. 16세대를 맞은 토요타 크라운은 일본의 세단 시장을 지켜오고 있는 터줏대감으로, 우리나라에 대입하지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와 같은 존재하고 할 수 있다.
신형 크라운의 개발을 총괄한 나카지마 히로키(中嶋裕樹) 중형차 컴퍼니 부사장은 당초 크라운의 개발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현행 크라운의 마이너 체인지(페이스리프트)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획안을 사장인 토요다 아키오에게 보고했더니 토요다 아키오 사장 曰, "정말 이 정도로 크라운이 진화를 이룰 수 있겠나? 마이너 체인지를 아예 건너뛰어도 좋으니, 좀 더 진심으로 임해 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 한 마디에 16세대 크라운이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나카지마 부사장은 "애초에 크라운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것으로 돌아와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초대부터 현행의 15세대까지의 크라운에 대해 돌아 보면서 도출해 낸 결론은, "크라운이란, 애초에 정해진 형태나 구동방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 "역대 크라운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확신'과 '도전'이라는 '정신'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신세대의 크라운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여러가지의 차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신형의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세단, 해치백, 심지어 왜건의 4종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소개된 크라운의 '크로스오버' 모델은 세단과 SUV의 특징을 결합한 모델로, 마치 BMW의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GT)나, 볼보자동차의 옛 S60 크로스컨트리와 유사한 스타일의 모델이다. 지상고가 세단형 대비 높아 승/하차가 편리하며, 신개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여 '세단을 뛰어넘는 세단'이라는 목표 하에 만들어졌다.
그 다음으로 소개된 모델은 강렬한 레드 외장 색상이 인상적인 SUV형 모델 '스포츠'다. 이 차는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가진 '스포츠 SUV'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세 번째로 소개된 세단 모델의 경우에는 정통파 고급 세단의 품격과 선도적인 디자인과 함께, 오너 드리븐 뿐만 아니라 쇼퍼 드리븐 수요까지 고려해 쾌적함과 주행질감, 감성품질 등에 집중해 만들어졌다. 사실 상 이 차가 선대인 15세대 크라운의 직계 자손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에스테이트'의 경우에는 기능성을 추구하는 SUV형 모델로 만들어졌다. 여유로운 달리기와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공간활용도 등이 특징이며, 순정 상태로도 시트를 풀플랫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나카지마 부사장은 이 에스테이트 모델을 두고, "왜건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크로스오버"라고 말한다.
나카지마 부사장은 "새로운 크라운은 토요타자동차 그룹이 2016년도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인하우스 컴퍼니(In-house Company) 제도와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가 없었다면 개발될 수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하우스 컴퍼니 제도 하에서 소속 직원들은 차량에 애착을 갖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조직의 낭비요소를 최소화함과 더불어, 높은 포텐셜과 설계적 유연성이 뒷받침되는 글로벌 아키텍처(TNGA) 덕분에 어떠한 형태의 차량에도 대응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4개 차종이 동시에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16세대 크라운은 하나의 차종을 넘어, 세단 포함 4종의 차종을 거느린 하나의 '서브 브랜드'로 거듭났다. 토요타는 크라운 크로스오버 모델부터 먼저 일본 내수시장에서 시판할 예정이며, 스포츠, 세단, 에스테이트 등 나머지 3개 차종은 추후 1년 반 정도의 기간 내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세대의 크라운들 중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될 크로스오버 모델은 세련된 쿠페형 실루엣과 더불어 역동적인 스타일을 강조한 디테일이 특징이다. 또한 좌우 일체형을 이루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그리고 강렬한 볼륨감을 이루는 전후 펜더와 캐릭터라인을 중심으로 블랙컬러로 처리한 점도 독특하다. 또한 SUV 등에서 볼 수 있는 하단의 블랙 몰딩은 크로스오버의 멋을 살리는 요소다.
실내는 수평형의 대시보드와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등이 눈에 띄며, 지나치게 장식적인 요소들은 절제하여 보다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고 있다. 또한 완전히 전자식 변속기이지만, 통상적인 변속레버 형태로 만들어져서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크라운 크로스오버에는 TNGA 기반의 신규 플랫폼과 더불어 신규 개발된 2.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가 적용된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신개발 바이폴라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며, 토요타자동차 양산차 중 최초적용사례가 된다. 모터는 후륜 차축에 설치되며, 엔진이 앞바퀴를, 모터가 뒷바퀴를 각각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상시사륜구동 시스템, 'E-Four 어드밴스드(Advanced)'를 구성한다. 또한 여타의 토요타식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다르게, 전용으로 조정을 거친 6단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판매량의 주력이 될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5리터 다이나믹 포스 엔진 기반의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 역시 바이폴라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한다.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과 더불어 충실한 동력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현행의 토요타/렉서스 모델에 사용되는 것보다 더욱 진보한 방식이라고 한다.
아울러 새로운 크라운에는 더욱 진보된 토요타의 능동안전시스템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oyota Safety Sense, TSS)와 고도의 안전운전 지원기능인 토요타 팀메이트(Toyota Teammate)가 적용된다. TSS의 경우에는 전차종에 기본으로 적용된다. 여기에 원격 조작 기능을 통해 비좁은 주차공간에서도 원활한 주차를 도와주는 어드밴스트 파크 등의 기능이 적용된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크라운의 1타자로서 등장한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일본 내수 시장 기준으로 435만~640만엔(한화 약 4,159~6,119만원)에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