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코리아가 렉서스의 전기차 UX300e와 세대교체를 마친 중형 크로스오버 SUV, RX의 시승행사를 제주도에서 진행했다. 본 행사는 제주시와 서구포시 일대를 아우르는 왕복 150여 km의 코스로 진행되었으며, 같은 날 출시한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UX300e의 시승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번 시승기에서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렉서스의 중형 크로스오버 SUV, NX를 다룬다.
완전히 새로운 외관
외관 디자인은 기존 대비 직선적이면서도 기존 대비 절제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 현행 렉서스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NX대비 한층 균형감 있고 안정감 있는 외관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 NX의 오버행을 좀 더 줄이고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더욱 안정감 있는 자세를 연출한다.
전면부에서는 UX와 유사한 스타일의 헤드램프를 채용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수직형 매시패턴이 돋보이는 차세대 스핀들 그릴은 한층 대형화된 크기와 더불어 기존 대비 선과 면을 더욱 깔끔하게 다듬었다.
기존에 극단적으로 직선적이면서 지나치게 과장된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던 차체 형상을 다소 슬림하게 가다듬었다. 또한 기존 대비 연장된 휠베이스와 대폭 가다듬어진 전면부 형태, 그리고 더 낮아진 지상고 등으로 한층 늘씬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더욱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 뿐만 아니라 NX에는 렉서스 최초의 전자식 도어래치가 적용되어 있다.
후면부에서는 수평기조를 특히 강조하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테일램프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차량을 시각적으로 더 넓어 보이게 함으로써 안정감 있는 모습을 자아낸다. 차량의 길이는 4,660mm로 기존 대비 20mm 길어졌고, 폭은 1,865mm로 기존 대비 20mm 넓어졌으며, 전고는 1,660mm로 기존대비 15mm 높아졌다. 휠베이스는 2,690mm로 기존 대비 30mm 길어졌다.
더욱 새롭고, 넓어지고, 현대화된 인테리어
NX의 실내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실내가 인상적이다. 운전석과 그 주변은 렉서스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 사상을 더욱 고등한 형태로 구현한 '타즈나(Tazuna)' 컨셉트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고도로 연계시킨 설계와 함께 플로어 콘솔부터 I/P를 거쳐 도어패널까지 감싸는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몰입감 있는 주행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중앙의 돌출되어 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계기반(I/P)과 일체화된 모습인데, 이는 2019년에 발표한 컨셉트카 LF-30 일렉트리파이드(LF-30 Electrified)의 것을 양산차의 스타일로 구현한 모습이다. 이것을 통해 그동안의 렉서스 차량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이 뿐만 아니라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더욱 넓어진 실내공간을 제공하며, 시트 포지션도 더욱 낮아져 안정감 있는 느낌을 준다.
새로운 설계기반과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
렉서스의 새로운 NX는 설계기반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구형의 RAV4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던 NX와는 달리, 글로벌 아키텍처(Global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정확히는 GA-K 플랫폼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글로벌 아키텍처는 한층 높은 기본성능과 더불어 차체 하부와 일체화된 시트레일, 저중심 설계 등의 특징과 더불어,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부터 순수 전기차까지 모두 대응 가능한 유연함을 자랑한다. GA-K 플랫폼은 중형 이상의 전륜구동 차종을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으로, 렉서스를 대표하는 볼륨모델 ES에 적용되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 또한 일신되었다. 이미 구식화된 기존 NX의 파워트레인 대신, 글로벌 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파워트레인으로 모두 교체되었다. 신형 NX에 적용되는 파워트레인은 신개발 2.4 가솔린 터보 엔진과 신형 2.5리터 엔진 기반의 풀-하이브리드 시스템 2종(FWD, AWD), 그리고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총 4종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NX는 풀-하이브리드 2종과 PHEV의 3종이다. 이들 중 기자가 시승한 NX350h는 AWD가 적용된 풀-하이브리드 버전이다.
신개발 2.5리터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현행의 ES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THS-II의 성능개선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5리터 다이나믹 포스 엔진을 주 동력원으로 하면서 전륜과 후륜에 모터-제너레이터(Motor-Generator)각각 1기씩 총 2기 장착한 형태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차체의 중앙 하단을 지나는 추진축(Driver Shaft)과 차동기어(Differential)없이 사륜구동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같은 GA-K 기반의 토요타 RAV4와 시에나 등에 사용되고 있다.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242마력으로, ES에 사용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24마력 더 높으며, 기존 NX와 비교하면 43마력이나 상승한 성능을 제공한다.
격이 달라진 주행성능과 질감
이렇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바뀐 렉서스 NX는 실로 '격이 달라진' 주행성능과 질감을 갖는다. 일단 렉서스의 아이덴티티이자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정숙성과 승차감 면에서 한층 '렉서스다워진' 느낌을 준다. 여기서부터 이미 초대 NX 대비 완전히 격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데, 초대 NX의 경우에는 설계적 밑바탕이 된 4세대 RAV4와 차이점을 느끼기가 조금 어려웠다. 물론 렉서스의 차라는 당위성을 세우기 위해 방음설계 면에서 더욱 신경을 쓰기는 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체감 상으로 큰 차별화 포인트를 잡아내기 어려웠었다.
하지만 새로운 NX는 다르다. 초대 NX는 물론, 같은 설계 기반을 공유하고 있는 현행의 5세대 토요타 RAV4와도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정숙성의 수준은 한 등급 위인 현행의 RX(4세대)에 버금가는 수준이고, 승차감의 경우에는 초대 NX가 보여줬었던 느슨했던 부분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더욱 치밀하게 단련된 느낌을 준다. 이 덕분에 기존 NX 대비 월등히 높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층 고급스러워진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비약적으로 향상된 안정감과 더불어 기존 대비 낮아진 시트포지션과 지상고 등으로 동사의 세단에 오른 듯한 착각을 종종 불러 일으킨다. 전반적으로 현행의 ES에 느낌에 더 가까운 승차감이다.
동력성능 역시 기존 대비 달라진 느낌을 준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이 전개되는 감각에서부터 훨씬 자연스러워진 느낌을 준다. 기존의 경우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들 특유의 이질감이 아직은 남아 있었던 데 반해, 신형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한층 정교해진 동력제어 덕분에 이 느낌이 훨씬 덜하다. 이러한 덕분에 한층 부드러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기 응답성 및 순발력도 더 좋아진 느낌을 준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전환하고 가속 페달을 채근하면 이전보다 한층 기운 찬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 또한 초대 NX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다.
이렇게 기반부터 철저하게 변화되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은 바로 '핸들링'이다. 기존의 NX는 당대 크로스오버 SUV의 정석으로 통했던 RAV4의 성향이 거의 그대로 이어져 있었던 느낌을 준 데 반해, NX는 그보다 더 탄탄하고 안정된 조종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차는 주행질감에 더욱 집중한 F-스포츠 버전도 아니다. 그런데 이전 세대 NX의 F-스포츠 버전보다도 더 직관적이고 더 자연스러운 응답성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아키텍처의 핵심인 '저중심 설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기존 대비 한층 탄탄해진 섀시와 하체설정, 그리고 더욱 정교해진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일궈낸 결과라고 본다. 딱히 운전자의 조작에 격렬하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그 의도는 충직하게 반영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지 않는 정교함이 시승 내내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았다.
충실해진 안전장비
렉서스 NX는 최신의 글로벌 아키텍처 기반으로 개발됨에 따라, 능동안전장비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 역시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야간 자전거 감지, 주간 오토바이 감지 기능, 그리고 가속제한 기능까지 추가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을 시작으로, 주행중인 도로의 속도표지판을 감지하는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하차 시 다가오는 자전거, 오토바이, 차량 등을 감지해 알려주는 안전 하차 어시스트(SEA)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앞좌석에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까지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편의사양 또한 기존 대비 더욱 증강되어 고급 SUV로서 상품성도 더욱 강화되었다.
한 세대 만에 완전히 격이 달라진 SUV
"불과 한 세대 만에 이 정도로 달라진 차가 또 있을까?" 렉서스 NX의 시승을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이제 막 역사를 시작한 렉서스의 중형 크로스오버는 '환골탈태(換骨脫態)'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실현한 차라고 할 수 있다. 기반설계부터 갈아 치우면서 더욱 정돈된 외관과 트렌드에 충실한 구성을 갖췄으며, 주행성능과 질감은 한 단계 이상의 발전을 보여줬다. 그리고 렉서스만의 색감은 더욱 진해졌다.
그 중에서도 주력 차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풀-하이브리드 모델인 NX350h은 초대 NX300h에서 느꼈었던 모든 아쉬움들을 깨끗하게 지워내고 격이 달라진 수준으로 변화에 성공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물론, 직접 운전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부분들까지 구석구석 마다 '다른 차'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워진 NX는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중중형~중형급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이라면 경험해 볼 가치가 있는 SUV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