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지상을 달리는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을 공유한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 역사의 초기부터 공존하면서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본질은 같을 지 몰라도, 기계적으로는 전혀 다른 구조로 이루어지며, 그 때문에 의외로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세계에는 이 두 분야를 모두 다루는 제조사들도 존재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기업이 존재했었다. 舊 기아산업(現 기아) 산하에 있었던 기아기연이 바로 그 예다. 기아기연은 기아산업의 자전거와 이륜차 부문으로, 1980년대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자전거 사업부는 독립하여 오늘날의 삼천리자전거가 되었고, 이륜차 부문은 대림에 인수되어 오늘날의 대림오토바이가 되었다. 오늘날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까지 만드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어떤 기업이 있을까?
BMW
오늘날 독일계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BMW는 1916년 창업 초기만 해도,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아니었다. BMW는 본래 항공기용 엔진 제작을 주업으로 삼았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엔진 제조소(Bayerische Motoren Werke)'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의 본래 전공분야는 '엔진' 그 자체였다.
이들이 바퀴 달린 탈 것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917년 한 설비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BMW의 이륜차 사업부인 'BMW 모토라드(Motorrad)'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BMW의 사륜 자동차 사업은 제 1차세계대전의 종전 이후로 한찬 지난 1928년에서야 시작된다.
BMW의 사륜 자동차 부문과 함께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벌리고 있는 BMW 모토라드는 고급/고성능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손꼽힌다. 특히 편안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투어러 스타일과 듀얼 퍼포즈 스타일의 모델들이 인기가 좋으며, 클래스 톱급의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들도 유명하다.
혼다기연공업
일본의 혼다기연공업(이하 혼다)은 지상에서부터 시작해서 해상, 심지어 하늘까지 무대로 삼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종합 운송수단 제조사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설립한 혼다기술연구소(本田技術研究所)의 줄임말을 사용하는 사명(社名)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혼다는 예부터 '기술력'을 특히 중요시하는 사풍을 토대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혼다는 사륜자동차는 물론, 소형 선박용 선외기 분야에서도 이름이 높으며, 심지어는 창업주의 꿈을 실현한 첫 번째 비즈니스 제트 여객기 '혼다 제트(Honda Jet)'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알아주는 부문은 그들의 사업 초기부터 시작한 '이륜차' 분야다.
혼다의 이륜차 사업 규모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혼다의 이륜차들은 우수한 성능은 물론 뛰어난 신뢰도를 자랑하며, 그 중에서도 언더본 바이크의 선구자인 혼다 수퍼 커브(Super Cub)시리즈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혼다 커브는 국내의 대림오토바이가 '대림혼다'였던 시절 '씨티100'이라는 이름으로 라이센스 생산한 바 있으며, 현재는 국내 시장에서도 혼다코리아가 직접 판매 중에 있기도 하다.
혼다는 이뿐만 아니라 스포츠 바이크, 투어러, 네이키드, 엔듀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델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스포츠 바이크로는 혼다 기술력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CBR 시리즈, 네이키드 라인업인 CB 시리즈 등이 유명하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대형 투어러 모델, 골드윙(Goldwing) 시리즈도 유명하다.
스즈키주식회사
스즈키주식회사(이하 스즈키)는 국내에서는 자동차 부문보다는 이륜차 부문이 훨씬 더 유명하다. 스즈키는 모국인 일본 시장에서는 다이하쓰와 쌍벽을 이루는 경차 제조사로 유명하지만 여기서도 사륜차 부문보다는 이륜차 쪽이 더 유명하다.
이륜차 제조사로서의 스즈키는 혼다, 야마하, 카와사키 등과 함께 일본 4대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손꼽힌다. 스즈키의 이륜차는 뛰어난 성능의 대배기량 엔진과 독특한 기계적 특성을 가진 스포츠 성향의 바이크들이 유명하다. 특히 'GSX'로 시작하는 스포츠 바이크 라인업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스즈키는 고성능의 스포츠 바이크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대와 뛰어난 연비를 겸비한 상용 이륜차는 물론, 버그만 시리즈로 대표되는 대형 스쿠터, 독특한 매력의 크루저 바이크 인트루더 라인업, 그리고 유니크한 매력을 가진 스포츠 바이크 '카타나(KATANA)' 시리즈 등, 다양한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다.
푸조
프랑스의 푸조 역시 사륜차 사업과 함께, 이륜차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푸조의 이륜차 사업은 1882년에 시작한 자전거 사업에서 비롯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푸조의 이륜차 사업부는 '푸조 스쿠터(Peugeot Scooters)'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푸조 스쿠터는 저배기량부터 대배기량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고, 우수한 실용성을 겸비하여, 유럽 지역에서의 인기가 좋다. 현재 푸조 스쿠터는 50~125cc급 스쿠터와 모패드(원동기장치자전거), 대형의 맥시 스쿠터는 물론, 3륜 오토바이('트라이크(Trike)'라고도 한다)까지 제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고(Django)'가 대표적이다. 푸조 스쿠터 장고는 1950년대에 출시한 스쿠터, 'S 55'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스타일의 외관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