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은 핫로드(Hot Rod), SUV(Sports Utility Vehicle), 머슬카(Muscle car) 등과 함께,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대표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우리나라의 소형 상용차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든든한 일꾼으로서 기능한다.
미국의 픽업트럭은 대개 소형(Compact), 중형(Midsize), 풀사이즈(Full-size), 그리고 헤비듀티(Heavy Duty)로 나뉜다. 그리고 이들 중 풀사이즈급이 미국 픽업시장의 주역이며, 그 다음으로 헤비듀티급이 보다 대중적이다. 중소형의 경우에는 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주류라고 볼 수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풀사이즈나 헤비듀티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다.
현재 미국 픽업 시장의 주류는 뭐니뭐니해도 '풀사이즈'급이다. 풀사이즈급 픽업트럭은 전미의 가정과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통상 1,500lb (약 680kg)의 적재중량을 갖는 이 픽업트럭은 단일 적재량 측면에서는 국내의 1톤급 화물차에 비해 떨어지지만, 견인중량에서 막대한 차이를 드러낸다.
수 톤에 달하는 견인중량을 자랑하는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가정과 산업현장을 막론하고 '만능 일꾼'으로 통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소형 상용 화물차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캡의 형태와 적재함의 사양에 따라 길이만 6미터를 우습게 넘나들기 시작하며 폭은 2미터를 가볍게 넘는다. 이 때문에 풀사이즈 픽업부터는 국내에서 운행 및 주차가 꽤나 까다로워지기 시작한다.
이 세그먼트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포드자동차(이하 포드)의 F-150이다. 포드 F-150은 출시 이래 지금까지 근 반세기에 걸쳐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픽업트럭 모델로, 헤비듀티급 라인업인 F-250, F-350 슈퍼듀티와 함께 포드자동차의 '힘줄'로 통한다. 이 외에도 쉐보레 실버라도, RAM1500, GMC 시에라 등 미국 토종 픽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토요타, 닛산 등의 일본계 제조사에서도 현지 공장에서 풀사이즈급 픽업트럭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이 풀사이즈보다 더 큰 체급의 픽업트럭은 '헤비듀티'급으로 불린다.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은 가정용보다는 산업용으로 더 많이 활용되는 픽업트럭으로, 우리나라의 중형 상용차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은 통상 2,500~3,500lb(약 1,133~1,587kg)의 적재중량을 갖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이 주류를 이루는 풀사이즈 픽업과는 달리, 미국의 중형 트럭 이상의 차종에도 사용되는 6리터 이상의 배기량을 자랑하는 대배기량 디젤엔진이 주류를 이룬다. 또한 이 급에서부터 뒷바퀴를 복륜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차급에 해당하는 차종으로는 포드의 슈퍼듀티(F-250, F-350, F-450 등) 시리즈와 쉐보레 실버라도 HD(Heavy Duty, 2500, 3500), GMC 시에라 HD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세그먼트는 오로지 미국계 제조사에서만 생산을 하고 있다.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은 적재중량은 국내의 1톤급 화물차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지만, 견인중량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급'이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포드 F-350 슈퍼듀티의 경우, 개선된 V8 6.7리터 파워스트로크(Power Stroke) 디젤 엔진이 적용된다. 슈퍼듀티의 6.7 파워스트로크 디젤 엔진에 힘입어 차체 외부로 돌출된 견인장치를 사용하는 컨벤셔널 트레일러는 최대 24,200파운드(약 10,976kg)까지 견인 가능하고 핍스-휠(Fifth-wheel) 방식의 트레일러는 최대 32,500파운드(약 14,741kg)까지, 그리고 구즈넥(Gooseneck) 트레일러는 무려 37,000파운드(약 16,782kg)까지 견인이 가능한 위력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그리고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은 어떠한 등급에 해당할까? 정답은 중형(Midsize)급이다. 중형 픽업들의 경우,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소형 픽업인 토요타 하이럭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픽업트럭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이 체급의 픽업트럭은 국내 도로환경에서 그나마 편리하게 운행 가능한 체급이기도 하다.
이 체급부터는 차체 사양(캡 및 적재함 크기)에 따라 길이 5미터 중후반에서 6미터 초반 사이를 보이며, 차폭도 2미터를 넘지 않아, 국내에서도 운용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역시 풀사이즈나 헤비듀티급에 비하면 적재중량과 견인중량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는 주로 승용 SUV를 대체하는 정도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신흥국이나 제3세계, 그리고 유럽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주력이기도 하다.
이 차급에 해당하는 차종으로는 앞서 언급한 3개 차종 외에도 콜로라도의 형제차인 GMC 캐년 등이 있으며, 미국 외의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조사들에서도 상당한 숫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계 제조사의 차량으로는 토요타 타코마, 닛산 나바라, 혼다 릿지라인, 이스즈 D-MAX 등이 있고, 유럽계 제조사의 경우에는 르노 알래스칸, 메르세데스-벤츠 X-클래스, 폭스바겐 아마록, 푸조 랜드트렉 등이 있다.
국내의 경우,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의 연장형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이 이 체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통상 1.8 이상~1.9 미만인 동급의 픽업트럭 대비 차폭이 1.95m에 달해, 캐빈룸 내부의 공간과 단일 적재용량이 크며, 동급에 비해 우수한 가격 대 성능비를 무기로 내세운다. 견인중량 또한 최대 3톤에 달해, 다양한 레저활동에 활용하기 좋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유럽시장에서도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차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