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1000부터 스타리아까지... 현대자동차 MPV 44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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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1000부터 스타리아까지... 현대자동차 MPV 44년사
  • 모토야
  • 승인 2021.04.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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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승합차를 내놓은 기업이다. 세간에서는 국내 최초의 소형 승합차의 원조를 기아 봉고로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국내 최초의 승합/MPV 모델의 시초는 바로 현대자동차가 1977년 출시한 HD1000 미니버스다.

그리고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현대자동차의 승합차 및 MPV는 한 편으로는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쓰디 쓴 실패를 맛보는 등, 굴곡이 있는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MPV 스타리아를 출격시킨 바 있다. 1977년의 HD1000 미니버스부터 스타리아까지 이어지는 현대자동차 MPV 44년사를 되짚어 본다.

HD1000(1977~1980)
현대자동차가 1977년 출시한 HD1000은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차종이었다. 오늘날까지 캡오버형(1박스) 상용차의 대명사로 통하는 기아 봉고가 등장한 것이 80년도의 일이니 그보다 3년이나 빠른 것이다.

이 차량은 포드 트랜짓(Tranjit)의 하부설계를 기반으로 현대자동차에서 거의 독자 개발한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그 완성도는 후대의 모델들에 비해 매우 떨어졌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개발 소형 상용차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77년 출시된 이 차는 트럭 모델을 포함해서 1980년도까지 3만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1980년, 신군부 정권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라는 폭거로 인해 돌연 단종되고 말았다.

그레이스(1986~2004)
현대차는 HD1000을 통해 힘겹게 소형상용차 시장의 물꼬를 터 놓았지만,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그 과실은 기아의 봉고가 챙겨갔다. 그리고 발을 묶고 있었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가 해제되었으니, 현대자동차가 기아 봉고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현대자동차는 절치부심으로 준비했던 새로운 소형 승합차를 내놓았는데, 이 차가 바로 '그레이스'다. 현대 그레이스는 독자적으로 개발했던 HD1000과는 달리, 이미 개발이 완료된 차량을 라이센스 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 대상은 당시 현대자동차와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었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승합차, 델리카(Delica)의 3세대 모델이다.

그레이스는 미쓰비시 싸이클론 엔진의 뛰어난 신뢰도와 더불어 동급에서 가장 여유롭고 고급화된 실내 공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가족용/레저용 보다는 이동 업무/비지니스 용도에 더 중점을 둔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을 취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기아 봉고의 후속 차종이었던 베스타를 압도하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스타렉스(1997~2007)
1997년 등장한 현대 스타렉스는 세미보닛형 차체를 중~소형 승합차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이 차는 철저하게 실용적인 측면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었던 기존 1박스형 승합차량들과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도 시도했다. 실내의 디자인과 패키징에 공을 들여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승용차에 가까운 감각을 연출한 것이다. 이는 선대에 해당하는 그레이스 시절부터 먹혔던 성공 방정식이었고,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그리고 2004년, 상용 승합차 역할을 하고 있었던 그레이스가 단종을 맞으면서 본격 상용 차종으로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층 달라진 전면 디자인을 적용하는 한 편, 기존 왜건과 밴 모델로 구성되었던 라인업이 대폭 늘어나, 더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상용차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사수하기 시작했다.

트라제 XG(1999~2007)
1999년 등장한 트라제 XG는 EF쏘나타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MPV, 혹은 미니밴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차명을 굳이 트라제 XG로 정한 이유는 고급 차종인 그랜저 XG의 서브네임을 빌려서 '고급 MPV'로 마케팅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트라제 XG는 카니발의 체급에 가까운 모델로,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2.7리터 LPG 파워트레인을 싣고, 6인승, 7인승, 9인승의 좌석배치를 가졌다.

하지만 트라제 XG는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출시 초기에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출시 후 드러난 갖가지 품질 문제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트라제 XG는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잦은 리콜과 함께 차체/하체 부식 문제가 가장 심각한 차종으로 손꼽힌다. 이후 등장한 소형 MPV인 라비타 또한 국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그랜드 스타렉스(2007~2020)
그랜드 스타렉스는 2007년 등장 이래 2020년까지 무려 13년간 대한민국 미니버스와 소형 밴 시장을 독식했다. 승용 미니밴과 승합차 사이를 노렸던 '스타렉스(Starex)'의 후속 차종으로서 개발된 1.5박스형 세미보닛 소형 상용차 모델로, 13년 동안 생산이 이어지다 지난해 12월, 최종적으로 단종을 맞았다.

기존의 스타렉스에 비해 한결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한층 승용 세단의 감각에 가까워진 인테리어, 더욱 효율적으로 구성된 좌석배치와 내부 공간, 그리고 파워트레인에 이르는 모든 면에서 진보를 이룬 그랜드 스타렉스는 1박스형 승합차가 전멸해버린 시장의 상황에서 그야말로 대체재가 없었던 차종으로 기능했다.

그랜드 스타렉스는 13년의 세월 동안 총 두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는 출시 8년 만인 2015년에, 2차 페이스리프트는 단종을 3년 앞둔 2017년에 이루어졌다.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경우,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에 대응하기 위해 승용감각을 크게 강조했으며, 정식으로 리무진 버전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워낙 오랜 세월동안 상용차로 판매되면서 그 이미지가 공고해져버린 탓에, 승용 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둘 수 없었다. 그리고 2021년 4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밴 모델인 스타리아가 그랜드스타렉스의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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