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인해 여행수요가 크게 위축되어버린 가운데, 국내 RV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카라반과 캠핑카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들에서도 '차박'을 강조하는 등의 풍조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기존에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차박형 캠핑카'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차박형 캠핑카는 주방이나 화장실 등의 생활 공간을 배제하고 취침 기능에 집중하여 차를 텐트처럼 활용하는 개념에 가깝다. 또한 베이스 차량에서 개조되는 부분이 상당히 적고, 가격적인 접근성이 높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차박형 캠핑카 시장은 대체로 현대자동차의 그랜드스타렉스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실 상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밴/승합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오토홈스의 트랜스밴 5 역시 현대자동차 그랜드스타렉스 기반의 차박형 캠핑카 제품군이다. 트랜스밴 5는 오토홈스의 트랜스밴 시리즈에 속해 있는 모델로, 그랜드스타렉스 5인승 밴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모델이다.
트랜스밴은 카라반과 1톤 트럭을 결합한 홈스밴(Homesvan) 시리즈로 모터홈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오토홈스가 새롭게 내놓은 차박형 캠핑카다. 차명인 트랜스밴은 '변환하다'의 의미를 가진 트랜스폼(Transform)과 밴(Van)을 합성한 것으로, 다양한 형태로 변신이 가능한 캠퍼밴을 의미한다. 트랜스밴 5는 외형 상으로는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에 앞들림형 팝업 텐트와 피아마(FIAMMA)제 F45S 어닝, 그리고 세계지도를 접목한 트랜스밴 고유의 데칼을 추가한 정도다. 그나마도 어닝과 데칼은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근래 들어 캠핑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생활 침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 때문에 이른 바 '스텔스 모드'로 차박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 제작/출고되는 트랜스밴 시리즈는 두 가지의 팝업텐트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중 몰드 구조로 구조강도와 단열성이 높은 기존의 팝업텐트이고, 다른 하나는 단일 구조를 사용하지만 높이가 훨씬 낮은 신규 팝업텐트다. 신규 팝업텐트는 차량의 기본구조와 매끈하게 이어지는 일체감이 인상적이다. 이는 '스텔스 모드', 혹은 더욱 깔끔한 외관을 요구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트랜스밴 5는 같은 라인업의 트랜스밴 11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내부 구성을 가지고 있다. 5인승 밴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트랜스밴 5는 적재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자리에 평상과 수납함, 그리고 트랜스밴 11과는 다른, 가구장이 설치되어 있다. 트랜스밴 11은 좌측(운전석측)에만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설치를 위해 가구장이 설치되지만, 트랜스밴 5는 좌우 양쪽에 모두 가구장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5인승 밴 모델을 위한 접이식 벤치형 시트가 설치되어 있다.
가구장을 먼저 살펴보면, 좌측(운전석측)은 트랜스밴 11에 사용되는 구조를 대부분 그대로 유용하되, 내부 공간은 모조리 비워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내부를 깨끗하게 비워놓은 결과, 다양한 크기의 수납공간이 확보되었다. 우측(조수석측)의 경우에도 운전석측과 같은 구조를 적용하여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가구장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해, 심미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췄다.
적재공간측은 취침을 위한 평상이 설치된다. 그리고 평상 하부는 전체를 수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납장의 형태는 하부 공간 전체를 서랍형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덕분에 적재공간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용이한 편이다. 수납함과 평상은 전체가 철제로 제작되어 뛰어난 내구성과 함께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아울러 서랍 구조의 핵심인 레일의 경우에는 각 100kg씩 최대 2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수납함의 하단에는 테일게이트를 전개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2열의 벤치형 시트는 평상시에는 승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에 훌륭하다. 또한 벤치형 시트의 등받이를 뒤로 눕히고 그 위로 매트를 배치하면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는 규모의 침대가 완성된다. 평상의 높이가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덩치가 다소 큰 성인도 앉아 있을 때 헤드룸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트랜스밴 11 모델과 공용하는 팝업텐트는 전개하기 전, 운전실측에 마련된 2중의 안전장치를 해제해야 한다. 먼저, 운전석 오버헤드 콘솔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텐트의 잠금이 1차적으로 해제된다. 그 다음에는 슬라이드형 패널로 이루어진 취침공간 출입구를 열어서 내부의 금속 버클 2개를 풀어주면 된다. 이 과정을 모두 마쳐야 팝업 텐트를 전개시킬 수 있다. 팝업텐트를 전개하고나면, 성인 최대 2명이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팝업텐트 내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1열좌석에 위치한 센터콘솔과 시트의 등받이를 밟고 올라가면 된다.
오토홈스 트랜스밴 5는 기본적으로 수도와 관련한 시설은 설치되지 않지만 전기 관련 시설들은 적정한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트랜스밴 5는 100Ah 용량의 인산철배터리와 한전충전기, 주행충전기, 그리고 2KW 규격의 인버터가 기본사양으로 마련되어 있다. 선택사양으로는 270Ah 용량의 인산철 배터리와 300W 태양광 패널이 있다. 난방 시설은 에버스패커 D2 무시동 히터를 선택 사양으로 적용 가능하다.
오토홈스 트랜스밴은 현재 신차로는 출고가 불가능하다. 베이스차량이 되는 현대 그랜드스타렉스가 지난 해 12월에 단종을 맞아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고차 구조변경을 통해 제작된다. 중고차를 매입 또는 기존에 소유하고 있다면 구조변경을 통해서 제작된다. 제작 비용은 부가세 포함 1,890만원이다.
오토홈스 트랜스밴 5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짐이 많은 캠퍼들에게 적합한 구성을 띄고 있다. 그랜드 스타렉스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넉넉한 공간과 뛰어난 접근성을 두루 갖춘 적재공간에서 이러한 면모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 덕분에 낚시와 같이, 필연적으로 짐이 많아지게 되는 각종 아웃도어/레저활동에서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처음부터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데다, 5인승 탑승구조로 인해 가족용, 그리고 일상용 자동차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유연함'도 큰 장점이다. 차박 캠핑카가 가져야 할 필요 최소한의 것은 갖추면서 적재공간확보에 주력한 캠핑카를 원한다면 트랜스밴 5가 그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