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대우 '더 쎈'의 등장, 국내 상용차 시장에 새 바람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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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대우 '더 쎈'의 등장, 국내 상용차 시장에 새 바람 부를까?
  • 모토야
  • 승인 2020.12.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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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대우상용차(이하 타타대우)가 지난 10일, 신형의 준중형급 화물차 '더 쎈(the CEN)'을 선보였다. 타타대우 더 쎈은 적재중량 3톤~5톤급을 아우르는 준중형급 화물차로, 현대 마이티와 메가트럭, MAN TGL, 이스즈 엘프, 이베코 데일리 등과 경쟁하게 된다.

타타대우 더 쎈의 출시는 국내 상용차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바로 1991년 단종된 구 대우자동차의 준중형급 화물차 엘프(Elf)의 뒤를 잇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즉, 범 대우자동차 계열에서 엘프의 단종 이래 30년 만에 준중형급 화물차가 부활한 것이다.

구 대우자동차 시절, 대우자동차 상용차부문은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닦아 왔던 탄탄한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대형상용차 부문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였다. 하지만 중소형급 화물차 시장에서는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고배를 들어야만 했다. 과거 대우자동차가 생산했던 엘프는 GM과 탄탄한 협력관계로 묶여 있는 일본의 상용차 전문 제조사 이스즈(Isuzu)가 생산하고 있었던 동명의 화물차를 라이센스 생산한 차량이다.

새한자동차 시절에 출시되었던 엘프는 출시 초기,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다. 특히 3세대 모델부터는 세련된 외관과 더불어 1.4톤, 2.5톤, 3톤 등, 다양한 적재중량에 대응했으며, 1977년도부터는 더블캡 모델까지 추가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 또한, 선진적인 플로어 체인지 방식의 기어박스를 채용해 쾌적한 운행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 경쟁상대였던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의 타이탄(Titan) 보다 고출력을 자랑하는 85마력의 이스즈 4BA1 엔진을 제공한 것은 물론, 승용 세단의 구조를 일부 차용한 인테리어로 편의성도 높였다.

하지만 엘프는 1982년, 전두환 정권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1톤~5톤급의 중소형 상용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되면서 강제로 단종을 맞았다. 그리고 엘프는 5년이 지난 1987년, 이스즈 엘프의 4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한 엘프 II로 시장에 돌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중소형 상용차 부문을 독점하면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기아자동차의 '복사'와 '타이탄',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와의 기술제휴로 야심차게 내놓은 '마이티' 등과도 경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 대우자동차는 시장의 변화된 요구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이렇게 엘프는 1970년대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1991년에 후속차종 없이 단종을 맞게 되었고, 지금은 아예 본가인 이스즈에서 최신형의 엘프를 직접 수입해서 판매되고 있다.

이스즈 엘프의 굴레 벗어난, 30년 만의 독자모델
대우 엘프 이래 30년 만에 등장한 범 대우자동차 계열의 준중형급 화물차 더 쎈은 구 엘프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순수한 독자개발 모델이다. 타타대우는 2018년도부터 준중형 화물차 시장에 진출할 것을 천명한 바 있고,  이미 프로젝트명 'LD'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여 만인 2020년 12월, 더 쎈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더 쎈은 정말로 오랜만에 등장한 우리말 이름을 가진 자동차이기도 하다. 타타대우측에서는 ‘완벽한(Complete)’, ‘효율적인(Efficient)’, 그리고 ‘니즈(Needs)’의 알파벳 이니셜을 조합한 작명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상 역두문자어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상용차에 요구되는 '힘'이라는 이미지를 가장 짧고도 굵직하게 표현한, 센스 있는 작명이라고 본다.

더 쎈은 내용물도 충실한 편이다. 엔진은 186~206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ED45(Euro Dynamic 45)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 엔진은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최신 ‘Hi-SCR’ 배출가스 제어기술을 적용해 배출가스를 크게 줄여,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한다. 또한 현재 소형급 이상의 상용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자동변속기' 또한 준비했다. 더 쎈에 탑재되는 자동변속기는 독일 ZF의 자동 8단 변속기로, 다단화를 통한 최적의 효율과 더불어 주행의 피로감을 크게 경감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적재중량 또한 세분화했다. 더 쎈의 경우, 통상 2.5톤급부터 시작하는 준중형급 화물차 시장에서 이보다 500kg을 더 얹은 3톤이 기본사양이며, 여기에 4톤과 5톤을 더해 총 세 가지 적재중량 바리에이션을 준비했다. 이 덕분에 준중형~중형급까지 대응 가능한 커버리지를 자랑한다. 이렇게 다양한 적재중량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언덕길 발진 보조 장치’를 기본 적용해 경사로에서 정차 후 출발 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고, 긴급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차량 자세 제어 시스템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을 추가 적용해 안전 기능을 강화했다.

상용차 시장의 현실적인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 쎈은 타타대우의 중소형 상용차 시장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일단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을 종합해 보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출시 초기부터 3톤, 4톤, 5톤의 세 가지 적재중량을 가진 모델들을 일제히 선보인 데다, 휠베이스(축간거리) 또한 동급 최장의 길이를 제공하여 개별 적재량을 크게 늘렸다. 특히 5톤 펜타 모델의 경우에는 3,300~5,30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고루 적용한 것은 물론, 중형급 이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운전석과 풀 에어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알차게 갖춰져 있는 더 쎈은 그만큼 시장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 쎈이 또 주목되는 이유는 그동안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사실 상의 독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었던 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파맥스, 라이노 등이 단종을 맞으면서 이 시장은 현대자동차의 마이티 시리즈가 거의 십 수년째 독점해 오고 있었다. 이러한 틈을 잘 파고든다면, 더 쎈은 현대 마이티, 혹은 메가트럭의 대안으로서 크게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용차 시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과 더불어 현실적인 가격정책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시장의 상황을 잘 이용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차를 가지고 생업의 전선에 뛰어 들고 있는 소비자의 요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더 쎈이 성공할 수 있는 키 포인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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