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명실상부한 'SUV(Sports Utility Vehicle)'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SUV는 1930년대, 지붕을 씌운 픽업트럭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2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민간에 불하된 군용 사륜구동 지프들이 농업 및 각종 잡역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유틸리티 차량들이 미국의 민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1930년대 만들어진 '지붕을 씌운 트럭'의 개념과 '사륜구동 다목적 차량'의 개념이 융합되어 현대적인 SUV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SUV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고급 SUV 모델들도 다수 출시되고 있다. 또한 그 종류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포드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링컨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유지해 왔던 세단 라인업보다 크로스오버 및 SUV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링컨의 신형 SUV 에비에이터(Aviatior)도 그 중 하나다. 링컨 에비에이터는 중형급 SUV인 노틸러스와 풀사이즈 럭셔리 SUV인 내비게이터의 사이에 위치하는 준대형~대형급의 SUV 모델이다.
링컨 에비에이터는 본래 2002년도에 포드 익스플로러를 바탕으로 한 모델로 출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급의 고급 SUV에 대한 수요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포드 익스플로러와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단 3년 만에 단종을 맞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0년,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한 완전신형 모델로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링컨의 새로운 에비에이터를 시승하면서 어떤 매력이 있는 지 알아 본다.
링컨 에비에이터는 MKC의 뒤를 이은 신모델 코세어(Corsair)와 함께, 링컨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된 외관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일단 외관 먼저 살펴보면, 컨티넨탈의 것을 닮은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더불어 날개를 형상화한 듯한 신형의 헤드램프, 하단에 별도로 나뉘어진 LED 주간상시등, 극단적인 수평기조, 그리고 간결하고도 한 형상을 그리는 형상이 눈에 띈다.
특히 측면에서 에비에이터를 보고 있으면 5m를 넘는 길이를 그대로 체감할 수 있다. 길고 늘씬하게, 그리고 유연하고 우아하게 뻗어있는 선과 면에서 60년대의 미국이 사랑했던 유선형(Stream-Line) 디자인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 정도다. 뒷모습은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테일램프로 수평기조를 극단적으로 강조하여, 차량을 시작적으로 한층 더 커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외관보다 더욱 깊이 인상에 남는 것은 바로 인테리어다. 특히 극단적인 수평기조를 취하고 있는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눈에 들어 온다. 심지어 링컨 특유의 세로로 배열되어 있었던 버튼식 변속장치마저, 가로배열로 바꿨을 지경이다. 이와 더불어 바짝 치켜 올라 온 플로어 콘솔이 후륜구동 기반의 자동차임을 암시하며, 전반적으로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실내 곳곳은 고급스러운 질감의 소재들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마감품질도 과거의 링컨 자동차들에 비해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며 남다른 만족감을 안겨 준다.
앞좌석은 링컨이 자랑하는 30방향 퍼펙트 포지셔닝 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과거 포드 멀티-컨투어 시트가 한 차원 높게 진화된 형태로, 다양한 부위를 사용자의 신체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이론 상 최적의 편안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조절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여, 처음 시트를 조절할 때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요추받침은 상/중/하 3개 부위로, 허벅지 받침은 좌우 별개로 조절이 가능하며, 착좌부의 볼스터와 등받이의 볼스터를 각각 따로따로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착좌부쪽 볼스터가 타이트한 편이라, 엉덩이가 큰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앞좌석은 각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한 에비에이터는 2-3-2 배열의 3열 7인승 좌석 배열을 가지고 있다. 3인승 2열 좌석은 기본적으로 벤치형이지만 대략 4 : 2 : 4 비율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고, 이 3개 부위는 모두 개별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단, 등받이 각도조절의 폭은 예상 외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2열 좌석은 성인에게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여,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전혀 없다.
3열 좌석은 동급의 SUV 대비 나쁘지 않은 착좌감과 공간을 제공하지만, 기본적으로 2열 좌석 탑승자의 배려가 필요하다. 트렁크 공간은 2열좌석을 펼친 상태에서도 해치백 승용차 이상의 공간을 제공하며, 3열좌석을 접으면 한층 여유로운 적재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링컨 에비에이터는 정숙성 면에서 여타의 고급 SUV와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일단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은 대체로 잘 차단해주는 편이며, 파노라마 루프의 차양을 모두 걷어내도 외부 소음 유입이 큰 편은 아니다. 하부에서 소음이 다소 올라오는 편이긴 하지만, 나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엔진 소음의 유입이 의외로 크다고 느껴진다. 물론, 귓전에 거슬릴 정도로 소음이 심하지는 않지만, 종합적인 소음대책이 요구되는 고급 SUV로서 점수가 깎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파워트레인에서 비롯된 잔 진동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덩치에 맞는 묵직함과 더불어 편안한 느낌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형적인 미국제 자동차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시승한 에비에이터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어, 여기에 약간의 탄력과 안정적인 질감이 가미되어 있다.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과 더불어, 스티어링 휠 등의 조작감도 상당히 느슨한 편에 속해, 일상에서의 편안한 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세차게 내리 밟는 순간, 이러한 쾌적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힘차게 전진을 시작한다. 40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57.7kg.m의 최대토크를 가진 3.0 V6 트윈터보 엔진은 공차중량만 2톤을 훌쩍 넘는 에비에이터를 힘차게 앞으로 밀어내는 막강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파워풀한 엔진의 반응과 빠른 스로틀 응답성을 지녀, 체감 상 느껴지는 가속감이 상당하다. 자동 10단 변속기는 괄괄한 엔진에 비해 상당히 여유를 부리는 편이지만, 과거 포드자동차의 변속기들처럼 시종일관 여유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직진 안정성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다만 타이트하게 감겨 들어가는 코너에서는 역시 덩치와 몸무게를 여실히 실감할 수 있는 몸짓을 보여준다. 실로 전통적인 미국식 SUV 혹은 크로스오버의 그것에서 1mm도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시종일관 여유를 부리고 종종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마저 주며, 하체 역시 무거운 몸무게를 능히 감당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움직임이 꽤나 둔중한 편이기 때문에 타이트한 커브 구간에서는 주행의 템포를 낮출 필요가 있다. 편안한 운행환경과 직선주로에서의 안정성 등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이고도 전통적인 대형 SUV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국내에 수입되는 링컨 에비에이터에는 전차종에 포드자동차의 최신 능동안전 패키지 '코-파일럿 360 플러스(Co-Pilot 360 Plus)'가 기본으로 적용되어있다. 코-파일럿 360 플러스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스탑 앤 고(Stop and Go), 차선 유지 시스템(Lane-Keeping System), 충돌 회피 조향 보조(Evasive Steering Assist), 후방 제동 보조 기능 등이 포함되며, 자동 긴급 제동이 포함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Pre-Collision Assist),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까지 포함돼 안전하고 쾌적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링컨 에비에이터는 그야말로 미국식 고급 SUV의 전형에 가까운 차라고 말할 수 있다. 일상에서는 편안한 주행감과 더불어 넉넉한 공간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며, 직선주로에서는 덩치를 순간적으로 잊게 만들어 주는 상쾌한 가속성능과 뛰어난 직진 안정성을 제공한다. 가장 미국적인 고급 대형 SUV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링컨 에비에이터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