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대우자동차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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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대우자동차 엘프
  • 모토야
  • 승인 2020.10.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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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우자동차는 대형상용차 부문에서 탄탄한 기반을 닦고 있었다.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독일(당시 서독)의 MAN과 기술제휴관계를 맺고 국내 기술진을 서독 현지에 파견하여 MAN의 선진기술을 착실하게 습득해 나갔다. 좋은 스승을 만난 대우자동차는 국내 대형 상용차 업계에서 뛰어난 신뢰도를 가진 엔진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우자동차는 버스나 대형화물차 뿐만 아니라 중소형 상용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제너럴모터스코리아자동차(GMK) 시절이었던 1973년도에 2.5~3.5톤급의 화물차를 내놓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차의 이름은 '시보레 2.5톤 트럭'이었다. 그리고 이 차는 '바네트'와 함께 대우자동차의 실패사례 중 하나인, '대우 엘프'의 시작이었다.

대우 엘프는 GMK 시절, 모회사였던 GM과 연이 닿아 있는 일본의 상용차 전문 제조사 이스즈(Isuzu)가 생산하고 있었던 동명의 화물차를 라이센스 생산한 차량이다. 1973년 '시보레 2.5톤 트럭'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던 모델은 1968년 처음 출시된 이스즈 엘프의 2세대 모델을 생산한 것으로, 1976년도부터는 이스즈 엘프가 3세대로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치게 되면서 비로소 '엘프'라는 원래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기 시작했다. 

새한자동차 시절에 출시된 엘프는 출시 당시에는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3세대 모델부터는 세련된 외관과 더불어 1.4톤, 2.5톤, 3톤 등, 다양한 적재중량 사양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1977년도부터는 더블캡 모델까지 추가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 또한, 선진적인 플로어 체인지 방식의 기어박스를 채용해 쾌적한 운행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 경쟁상대였던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의 타이탄(Titan) 보다 고출력을 자랑하는 85마력의 이스즈 4BA1 엔진을 제공한 것은 물론, 승용 세단의 구조를 일부 차용한 인테리어로 편의성도 높였다.

이 덕분에 엘프는 기아자동차가 틀어쥐고 있었던 중소형 화물차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다. 이 당시 현대자동차는 독자모델인 바이슨을 내놓은 상태였지만 상품성과 완성도가 매우 떨어져 엘프와는 경쟁조차 힘들었다. 따라서 엘프는 1970년대 국내 중형급 화물차 시장을 기아와 양분하는 정도의 입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1톤~5톤급의 중소형 상용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되면서 강제로 단종을 맞은 것이다.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업체 간 경쟁 구도와 산업의 생태계가 망가졌다. 1982년 시작된 이 조치는 1986년에서야 끝나게 된다. 이로 인해 대우자동차는 기존의 대형 상용차 라인업은 유지할 수 있었으나, 중소형 상용차 생산이 완전히 끊기게 되어, 한동안 대우 엘프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동차공업 통합조치가 해제된 해제된 다음해인 1987년, 대우자동차는 이스즈 엘프의 4세대 모델을 라이센스 생산한 ‘엘프2’를 내놓으며, 엘프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대우 엘프는 기존 대비 한층 강력해진 엔진과 쾌적한 주행환경,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우며 시장에 다시금 진입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자동차공업 통합조치가 발효되었던 지난 시간 동안 소형 상용차 봉고 시리즈와 더불어, '복사', '타이탄' 등으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던 기아자동차는 물론,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와의 기술제휴로 야심차게 내놓은 '마이티' 등과도 경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때와는 달라진 시장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엘프2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이 당시 대우 엘프2는 2.5톤도, 3.5톤도 아닌, 2.75톤의 어중간한 적재중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2.5톤, 3.5톤, 4.5톤 5톤 등의 단위로 세분화되어 있었던 국내 상용차 시장의 환경에 맞지 않는 사양이었다. 특히 주요 경쟁상대로 지목된 현대 마이티와 기아 트레이드는 전폭이 엘프2 보다 더 넓었기 때문에 적재용량과 캡 내부 공간 등의 요소에 있어서도 훨씬 유리했다.

이 때문에 대우 엘프2는 1970년대에 누렸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1991년에 후속차종 없이 단종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이후로 대우자동차는 두 번 다시 중소형 상용차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한편, 과거 대우자동차의 상용차 부문에서 트럭 디비전이 분리 독립한 타타대우상용차는 지금까지도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카고트럭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0년 현재에는 인도 타타자동차의 준중형급 화물차종을 출시할 수도 있다는 설이 돌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어, 대우 엘프의 맥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끊어져 있는 상태다.

반면, 엘프의 본가인 이스즈에서는 2017년도부터 국내의 큐로모터스를 통해 최신형의 3.5톤 엘프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현행의 이스즈 엘프는 편의적인 측면에서는 동급의 국산 화물차 대비 부족하지만, 고성능의 파워트레인과 운전의 피로도를 크게 줄여주는 자동화수동변속기(AMT)를 기본적용하는 등의 장점이 부각되어, 적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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