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중량 1톤 내외의 소형 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캠퍼밴(Campervan)은 현재 캠핑카의 본고장 유럽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의 클래스C형에 해당하는 본격적인 캠핑카 대비 주행과 취급이 용이하다는 장점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기인한 높은 접근성으로 해마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근래에는 일상용 화물차로 사용하다가 필요한 때에 차내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형태, 즉 우리나라에서 통상 '차박캠핑카'로 불리는 차종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유럽 최대의 RV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독일에서는 이러한 캠퍼밴 모델들을 전문으로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는 제조사들이 있다. 그 중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웨스트팔리아(Westfalia Mobil GmbH)다. 웨스트팔리아는 다양한 경상용차(LCV)와 승합/밴 차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캠퍼밴들을 생산하고 있다. 웨스트팔리아의 캠퍼밴들은 뛰어난 패키징과 세련된 인테리어, 우수한 품질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독일 내수 시장에서 폭스바겐 캘리포니아와 쌍벽을 이루는 캠퍼밴, 메르세데스-벤츠 '마르코 폴로(Marco Polo)' 역시 이 회사의 작품이다.
물론, 웨스트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델들 외에도, 피아트 두카토, 폭스바겐 트랜스포터, MAN TGE(폭스바겐 크래프터) 기반의 모델들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폭스바겐 트랜스포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케플러 식스(Kepler Six)' 모델은 서핑, 스키 등, 다양한 레저활동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 특징이다.
웨스트팔리아는 모험가, 혹은 그에 관련된 인명을 자사의 양산차에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령 플래그십 모델인 스프린터 기반의 제임스 쿡(James Cook)은 '캡틴 쿡(Captain Cook)'이라 불리는,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남극권에 도달한 탐험가의 이름을 따왔으며, 피아트 두카토를 기반으로 하는 아문센(Amundsen)은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의 이름을 가져 온 것이다. 또한,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는 '쥘 베른(Jules Verne)'의 경우에는 현대 SF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해저 2만리'의 작가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다.
이번에 소개할 케플러 식스는 '케플러의 법칙'으로 유명한, 17세기에 천체역학의 기틀을 다진 독일의 위대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에게서 가져왔다. 뒤에 붙은 식스(Six)는 총 6명이 승차할 수 있는 구조를 나타낸다. 차체 길이는 5,300mm, 폭 1,904mm, 높이는 1,990mm로, 국내 지하주차장에도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다.
웨스트팔리아 케플러 식스는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의 후예인 현행의 6세대 트랜스포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차량의 기본적인 외형은 통상의 트랜스포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차가 웨스트팔리아의 캠퍼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점은 웨스트팔리아의 상징인 방위표 형상의 데칼이 뒤쪽 창에 적용된다는 것과 팝업텐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팝업텐트는 앞들림 방식을 사용하여, 전실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부 구조는 일견 통상적인 유럽형 캠퍼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운전석측으로는 미니주방과 냉장고, 수납함 등을 갖춘 일련의 편의시설이 일렬로 늘어 서있고 그 옆으로 좌석을 배치한 모습이다. 먼저 좌석 구조부터 살펴보면, 2열에 탈부착식의 독립형 좌석이 설치되고, 그 뒤로도 동일한 독립식 좌석 2개가설치되는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운전석 포함 2-2-2 배열의 좌석구조로 6인승 구조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좌석의 하단에는 케플러 식스 전용의 이동형 수납함이 비치되어 있다. 이 수납함은 이동형이며, 2/3열 좌석의 높이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앞뒤로 옮기거나 하는 경우에도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수납함은 하부의 레일을 이용해 고정 가능하다.
측면에 설치되는 각종 편의시설은 가스레인지를 포함하는 미니주방과 냉장고, 수납함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주방은 소형 싱크보울과 수전, 붙박이형 2구 가스레인지, 하부 서랍형 수납장 등으로 구성되며, 깔끔한 마감처리와 밝은 톤의 색상이 눈에 띈다. 가스레인지 옆쪽에는 상판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는 소형의 냉장고가 내장되어 있다.
회전 가능한 1열 좌석을 독립식 2열 좌석을 활용하면 성인 4명이 사용 가능한 거실 공간이 조성된다. 모두 독립식 좌석을 사용하는 덕분에 각 좌석에 앉은 인원이 모두 충분한 편의성과 거주성을 누릴 수 있다. 주방의 사이드레일에 체결되는 테이블 역시 넉넉한 크기로 충분한 활용성을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앞들림 방식의 팝업텐트를 채용한 덕분에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차내로 드나드는 것이 수월하다.
차체 뒤쪽에 마련되어 있는 수납함은 셔터형 도어를 적용하여 공간 활용성을 확보하는 한 편, 넉넉한 수납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용품을 적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차량 후방의 공간에는 이동식 변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케플러 식스의 진정한 능력은 짐을 실을 때 나타난다. 이는 케플러 식스 고유의 좌석 구조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케플러 식스의 독립형 2/3열 좌석은 탈착이 가능하여, 다양한 시트 바리에이션을 구성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좌석 2개를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승차 인원이 4명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독립식 2열 좌석으로,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긴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한쪽의 좌석을 1개씩만 들어내도, 서핑보드는 물론, 자전거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취침시에는 좌석을 모두 들어내고, 그 자리에 성인 2명을 위한 전용 침대를 설치하여 취침을 해결한다. 금속 구조재로 지지되는 이 침대는 측면의 편의시설과 같은 선상에 위치하게 되며, 이 덕분에 하부에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여 짐을 실어 둘 수도 있다. 침대 크기는 길이 1,900mm, 너비 1,200mm다.
이 외에도 상부에는 팝업텐트를 마련해 부족한 성인 2명을 위한 취침 공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총 4명의 성인이 취침 가능하도록 했다. 상부 팝업텐트 내의 취침 공간은 길이 1,900mm, 너비 1,230mm 크기로 설계되어 있다. 그 외 설비로는 100Ah 용량의 AGM 배터리를 비롯해 청수통 40리터, 오수통 30리터를 적용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전천후 캠퍼밴, 웨스트팔리아 케플러 식스의 가격은 53,890유로(한화 약 7,271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