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캠핑카는 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일부 차박형을 제외하면, 대체로 일반적인 승용차나 소형 화물차에 비해 부담스러운 덩치를 자랑한다. 이는 차체를 개조하여 제작되는 클래스C 형태의 캠핑카들의 공통점이다. 이는 내부의 거주 공간과 편의시설이 들어가야 할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차폭과 높이, 심지어 일부 차종은 축까지 크게 늘어나 차량의 전체적인 체적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작고 부담없는 경차를 기반으로 하는 캠핑카는 어떨까? 경차는 그 크기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질 수 없고, 그 덕분에 경험이 다소 부족한 운전자라도 보다 부담없이 운전에 임할 수 있다. 또한, 차량의 크기에 제약이 있는 만큼, 통상적인 캠핑카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지하주차장 출입'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자유롭다. 또한 베이스 차량이 경차인 만큼, 차량의 가격 면에서도 부담이 더 낮아진다.
이렇게 경차를 기반으로 하는 캠핑카들이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곳은 자타공인 '경차 왕국' 일본이다. 현지에서는 '경캠퍼(軽キャンパー)'라고 불린다. 경캠퍼는 일본에서 대중적인 톨박스형의 경차나 경상용차를 토대로 제작되며, 차박캠핑카 수준으로 단순한 구성부터 본격적인 캠핑카의 구색을 갖춘 모델도 존재하며, 심지어는 경트럭에 실을 수 있는 트럭캠퍼 모델까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제는 국내에서도 경차를 기반으로 하는 캠핑카 모델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카라반테일이 지난 해 공개한 기아 레이(Ray) 기반의 로디(RODY)를 시작으로 지난 제 15회 동아 스포츠레저산업박람회에서 공개된 마레의 레이밴(Rayvan) 캠핑카 모델 등이 그 예다. 그런데 5월 하순경에 렉스온 카라반에서 경트럭을 기반으로 개발한 신형의 캠핑카가 나타났다. 이 차의 이름은 '미니미 260'이다.
렉스온 카라반에서 제작하는 미니미 260 모델은 국내 유일한 경형 화물차 기반의 캠핑카다. 한국지엠의 '라보'를 베이스로 하는 이 앙증맞은 크기의 캠핑카는 렉스온 고유의 외관 디자인과 공간 설계가 특징이다.
렉스온이 경차를 기반으로 하는 캠핑카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캠핑카 시장이 급성장을 이루기 시작한 2018년도 전후였다. 그리고 같은 해 곧바로 이를 현실에 구현한 프로토타입을 몇 대 제작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해도 캠핑카의 제작과 관련한 법규가 미비했던 관계로 인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컨셉트카의 선에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캠핑카 관련 법규가 개편되면서 완성차 및 구조변경의 형태로 시판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렉스온의 미니미 260은 길이 3.6m, 폭 1.6m, 높이 2.0m인 국내 경차 규격에 꼭 들어맞게 만들어졌다. 특히 높이는 1,950mm로 이론 상 국내의 모든 지하주차장을 드나들 수 있다. 렉스온은 자사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캠핑카는 지하주차장이 출입 가능해야 한다는 설계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운전실 부위를 제외한 차체 외벽은 난연 처리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여 튼튼한 강도와 안전성을 확보했다.
차체의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면, 렉스온에서 만들어지는 RV들이 갖는 독특한 실루엣이 조그만 몸집에도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렉스온의 RV들은 대체로 뒤쪽으로 갈수록 하강하는 스타일의 측면 실루엣을 가지고 있으며, 전후면부는 모두 라운드 처리가 되어 있어, 마치 레트로 스타일의 미국식 카라반을 연상케 한다.
차량의 측면에는 대형의 카라반용 프레임리스 창이 설치되어 있으며, 하부에는 배터리 케이스 커버와 외부전원 인입구, LPG 가스주입구, 실외용 LED 조명, 그리고 휠베이스의 안쪽에 설치된 주 출입문이 각각 위치해 있다. 출입문은 국내 제작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럽식 도어가 아닌, 미국식 도어를 적용했다.
후면부의 모습에서는 그야말로 레트로 스타일 카라반의 축소판에 가깝다. 단, 차량에 운행에 필요한 모든 등화는 빠짐 없이 챙겼다. 좌우에 각각 세로로 배치된 원형 테일램프와 함께 대형의 카라반 창이 눈에 띈다.
실내는 극강의 단순함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한 공간설계야말로, 이 차에 가장 잘 어울리는 평면 설계로 보인다. 경차 기반의 캠핑카는 캠핑카이면서도 빠듯하기 이를 데 없는 경차의 규격을 지켜야만 비로소 경차로서 인정 받을 수 있는데, 무리하게 편의시설들을 이것저걱 적용하려다 보면, 거주공간이 극도로 협소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내의 상부는 편백나무로, 벽체는 두터운 보온 벽지로 마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렉스온 미니미 260의 실내는 기본적으로 모노륨 바닥재로 이루어진 좌식 실내 공간 구조를 갖는다. 바닥은 딱딱하지 않아, 좌식 생활에 익숙한 경우에는 장시간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조수석측에는 수남함 및 탁자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납함이 설치되어 있다. 구조는 매우 간단하여 다루기 쉽다. 탁자의 크기는 2명의 성인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를 가진다.
미니미 260의 숫자 '260'은 차내의 거주공간 길이를 말한다. 즉, 성인이 세로로 누울 수 있는 공간은 확보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폭은 약 1,300mm 가량으로 총 2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좌식으로 사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실내의 높이 역시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가장 낮은 후미에서도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을 정도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와 좌식 구조를 채용한 지극히 단순한 평면설계로 완성된 렉스온의 미니미 260은 신차출고는 물론,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차량을 구조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량 가격은 신차출고를 기준으로 가격은 부가세 포함 1,8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