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민간으로 나온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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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민간으로 나온 자동차들
  • 모토야
  • 승인 2020.05.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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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틀어 군대와 자동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8세기에 등장한 최초의 자동차로 여겨지는 니콜라-죠셉 퀴뇨(Nicolas-Joseph Cugnot)의 증기자동차부터 본래 무거운 대포의 포가(砲架)를 견인할 군마를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20세기 초를 전후로 본격적인 자동차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동차는 세계각국의 군대에서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도 자동차는 군대와 함께 하고 있다.

군대, 특히 지상군에게 있어서 자동차는 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이다. 지상군의 입장에서 자동차는 전투 병력의 전개는 물론, 물자의 보급에 있어서 핵심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자동차가 없는 지상군은 병력의 신속한 전개와 보급 모두 심각한 제한이 생기게 된다.

군대에서 사용되는 자동차는 공통적으로 뛰어난 험지 주파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일반 민수용 자동차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도로'를 달리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지만, 군용의 기동차량 같은 경우에는 전략/전술적인 필요에 따라 '도로가 아닌 곳'을 돌파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당초부터 군용으로 설계되었던 자동차들은 민수용 자동차들에 비해 대체로 높은 험로 주파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군용 차량 특유의 터프한 외관 디자인까지 더해져, 군용으로 사용되는 자동차들은 민수 시장에서도 적지만 꾸준하게 수요가 있다. 거친 환경에서도 강인한 힘을 보여주는 진짜 상남자, 군 기동차량 기반의 자동차들을 소개한다.

패러마운트 그룹 머로더(Marauder)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패러마운트 그룹(Paramount Group)에서 생산 중인 육중하기 이를 데 없는 차량은 한 눈에 봐도 군용차량의 모습 그 자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습 거의 그대로 민수용으로 팔리기도 한다. 이렇게 상식 외의 몸집을 지니게 된 까닭에는 이 차량의 기본적인 설계사상부터 일반적인 군용 기동차량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패러마운트 머로더는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vehicle)'으로 설계된 차량이다. MRAP이란, 지뢰나 IED(급조폭발물) 등에 대한 방호 성능을 갖춘 차량을 말한다. 그리고 이 MRAP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만들어지게 된 나라가 남아공이기도 하다. 이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백인 정권 시절, 남아공군이 흑인 게릴라와 지속적인 비정규전을 치르면서 얻은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MRAP은 여타의 기동용 차량에 비해 훨씬 대형의 차륜을 사용하고 매우 높은 차체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V’자 형상을 이루는 특유의 차체 하부 구조를 지닌다. 이 V자 형상의 차체 하부 구조는 폭발물에서 발생하는 폭발압력을 분산시킴으로써 차량 손상을 억제하고 내부 탑승 인원을 보호한다. 이러한 MRAP 차량들은 아프간과 이라트 등지에서 IED에 시달리고 있었던 미군들 역시 대량 채용하여 사용한 바 있다.

민수용 머로더는 군용 사양에서 무장만 제거했을 뿐, 거의 군용 사양과 동일한 구성을 가진다. 차내에는 소총을 거치할 수도 있다. 최대적재중량은 4톤에 기관총 내지는 자동소총탄으로 사용되는 7.62X51mm NATO탄을 방어할 수 있으며, 차량 하부를 기준으로 최대 8kg의 TNT를 견딜 수 있다. 가격은 485,000달러(한화 약 5억 9,163만원)부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AM 제너럴 허머 H1(HUMWVV)
AM제너럴 허머 H1은 최초의 지프인 윌리스 MB 이래, 미육군의 발이 되어 준 험비(Humvee, High-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의 민수용 버전이다. AM제너럴 허머 H1의 모태인 험비는 80년대 이후부터 현대 미군의 발이자, 미 육군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AM제너럴의 걸작 군용 차량이다. 험비는 전쟁의 양상이 국가간의 전면전에서 테러리스트와의 저강도분쟁(Low Intensity Conflict)으로 변화함에 따라,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일선에서 퇴역 수순에 들어간 지 오래지만, 현재도 험비의 험로 주파 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허머 H1은 험비의 제작사인 AM제너럴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민간시장으로의 판로를 열기 위해, GM과의 협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1992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허머 H1은 일부 사양을 제외하면, 군용 험비와의 차이점이 거의 없었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외장에 일반적인 자동차들이 사용하는 유광 도장 적용, 방음재 추가, 가죽 등의 고급 내장재 사용,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한 승용차의 편의사양을 적용한 점 정도다.

하지만 성능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차체 설계나 동력계통은 험비의 것과 같은 것을 사용했다. 이 덕분에 일반적으로 군용 차량을 민수용으로 전용(轉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양의 변경과 그로 인한 성능 저하가 없었다. 이 덕분에 험비와 동일한, 당대 최고 수준의 험로 주파 능력을 자랑했다. 이 차는 후일 GM이 독자적으로 론칭한 허머(Hummer) 브랜드의 자동차와는 이름만 사용했을 뿐, 기술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G-바겐)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는 現 독일연방군(Bundeswehr)의 군용 기동차량인 겔란데바겐(Geländewagen)에서  파생된 차로 유명하며, 겔란데바겐을 줄인 'G바겐'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이 차는 팔라비 왕조 치하의 이란 정부가 독일에 고기동성 군용차량 제작 의뢰를 넣으면서 처음 만들어진 자동차로, 배지는 메르세데스의 것을 달고 있지만, 생산은 오스트리아의 마그나 슈타이어 사가 전담하고 있다. 이 군용 차량은 독일군 뿐만 아니라 인접국인 프랑스 육군에서도 푸조 P4(Peugeot P4)라는 이름의 라이센스 버전을 생산하고 있다.

G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 SUV 기술의 `정수(精髓)`로 일컬어지며, 정통 오프로더의 기본 소양인 높은 접근각과 이탈각, 그리고 램프각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며, 프레임-온-바디 형식의 차체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파워트레인의 넉넉한 동력성능과 전/후륜  구동력을 선택적으로 제어 가능한 3단계의 차동기어 잠금장치로 우수한 험로 주파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는 2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한층 세련된 스타일과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게 되었다. 2세대 G-클래스는 현재 국내서 메르세데스-AMG G63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2억 3,960만원이다.

쌍용자동차 코란도(카이저 지프 CJ)
쌍용자동차의 초대 코란도는 미국에서 생산된 민수용 지프 중 카이저(Kaiser)社의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윌리스 MB'로부터 뻗어 나온 미국의 민수용 지프들은 농업을 보조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고, 도로사정이 열악한 후진국들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차명의 유래는 널리 알려진 대로, "한국인은 할 수 있다"를 영역한 "KORean cAN DO"에서 가져 온 것이다.

1969년 신진지프자동차의 인천 부평 공장에서 처음 생산을 시작한 코란도는 장장 26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풀 모델 체인지 없이, 단일모델로 끊임 없는 개량을 거듭하며 판매되었다. 그리고 코란도를  통해 쌓은 SUV 제작 경험은 오늘날 SUV를 전문으로 하는 쌍용 자동차의 이미지와 기술적 기반을 닦는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2011년 등장한 코란도C 이후로 지금은 일반적인 크로스오버 SUV 모델에 이 이름이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의 코란도를 기억하는 세대로부터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으며, 초대 모델과 같은 정통 오프로더 스타일의 코란도를 부활시켜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아자동차 레토나(K-131)
기아자동차 레토나는 민수용 지프 기반의 K-111을 대체하기 위한 신형 기동차량, 'K-131'을 민수용으로 전환시킨 차다. 레토나는 본래 K-131이 설계 기반이지만, 민수용 모델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탓에, 국군의 K-131이 '군토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판인 K-131은 도입 후 상당히 오랜 세월이 지난 상태이며, 지난 2012년도부터는 신규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현재는 신형의 전술기동차량 K-151과 일부 민수용 차량으로 대체되고 있다.

K-111 기반의 록스타를 대체하는 후속 모델로 등장한 레토나는 전기형인 '레토나(Retona)'와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후기형 모델 '레토나 크루저(Retona Cruiser)'로 나뉜다. 레토나는 K-131을 하드톱 구조로 변경하고 등화관제등의 삭제, 일반적인 형태의  범퍼 채용, 사이드 미러 변경, 알로이 휠을 적용하는 등, 군용차량의 느낌을 지워낸 형태로 완성되었다. 엔진은 2.0리터 디젤 엔진과 군용에 적용했던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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