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SUV 기대주! -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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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SUV 기대주! -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0.01.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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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1월 16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쉐보레의 새로운 글로벌 SUV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를 전격 공개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SUV 이쿼녹스 사이에 위치하는 신형의 크로스오버 SUV 모델로, 대한민국의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주도로 개발되었다고 알려진 전략 모델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직접 체험하며 어떠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 살펴 본다. 기자가 시승한 트레일블레이저는 AWD가 적용된 RS(Rally Sport)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2,620만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크기부터 여타의 소형급 SUV들 중 가장 크다. 트레일블레이저의 등장 이전까지 국내서 가장 큰 소형 SUV로 통했던 기아 셀토스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총 길이는 4,425mm로 50mm 더 길고, 폭은 1,810mm로 10mm 더 넓으며, 높이는 1,660mm로 55~60mm 더 높다. 휠베이스 또한 2,640mm로, 셀토스에 비해 10mm 더 길다. 이 때문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처음 마주하게 되면 유달리 큰 크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차급이 의심될 정도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외관은 2019년 미국서 공개된 쉐보레의 새로운 중형급 SUV 모델, 블레이저(Blazer)를 통해 나타난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대폭 반영되어 있다. 새로운 외관 디자인은 방향지시등과 전조등이 상하로 분리된 컴포짓 헤드램프 구조와 더불어 중앙을 가르는 굵직하고도 날카로운 스타일의 메탈 바와 쉐보레의 듀얼포트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등으로 대담한 인상을 드러낸다.

특히 시승하게 된 RS 모델은 고성능을 지향하는 스포티하고 속도감 있는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에서는 쉐보레 카마로의 프론트를 연상케 하는 스포티한 스타일로 마무리 지은 것이 눈에 띄며, 티타늄 피니싱을 적용한 메탈 바와 입체적인 스타일의  대형 매시 그릴, 그리고 강렬한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RS 로고 등이 인상적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차체의 엣지와 굴곡 또한 기존에 비해 더욱 과감하게 사용하여 풍부한 볼륨감을 끌어내고 있다. A필러와 C필러 일부를 하이글로스 블랙 페인팅으로 마감하여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 한층 스포티하고 대담한 이미지를 만든다. 휠 역시 전용의 5-스포크 스타일로 속도감을 강조한다.

뒷모습에서는 수평 기조의 디자인을 비롯하여 한층 입체적인 조형을 통해 SUV의 듬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감각을 연출한다. 또한 RS 전용의 디퓨저와 듀얼 원형 테일파이프 등을 통해 온로드 지향의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모델은 루프와 바디 색상을 투 톤 컬러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개성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는 그동안의 쉐보레 모델들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풍부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특히 시승한 RS 모델의 경우에는 차분한 블랙 원톤 컬러를 기반으로 요소요소에 '레드'를 악센트로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뿐만 아니라 대시보드를 다층식으로 구성하고 층마다 서로 다른 표면처리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중앙부는 흡사 직물로 착각할 정도의 질감을 갖는 표면처리를 적용하여 감성품질을 높였다. 또한 크롬 장식을 상당히 절제한 것은 물론 악센트로 사용된 레드 컬러도 지나치게 튀지 않는 색상을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령 기존 쉐보레 차종의 열선/통풍 기능의 경우, 조명의 컬러가 동일했었던 데 반해 트레일블레이저는 열선은 선명한 빨강, 통풍은 선명한 파란색 조명을 사용했다. 이는 사실 굉장히 사소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쉐보레 차종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여기에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도 적용되어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우, 쉐보레의 최신 버전을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차종 최초로 '무선'으로 연결 가능한 최신의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시승차량의 경우에는 반사판형 HUD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적용되어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운전석은 차급에 비해 수준급의 착좌감을 제공한다. 시트의 경도는 대체적으로 적당히 탄탄한 느낌이지만 불편함을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다. 마감재로 사용된 가죽의 품질도 나쁘지 않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함께 2방향의 전동식 요추받침 또한 내장되어 있다. 조수석은 앞뒤 거리와 등받이 각도만 수동 레버로 조절한다. 앞좌석은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은 공간 면에서 성인에게도 크게 부족함 없는 모습이다. 레그룸과 헤드룸도 적당한 편이고 폭도 충분하다. 센터터널이 약간 올라 와 있는 편이지만 다리를 두는 데 불편함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특이한 점은 전륜구동 모델을 선택할 경우, 이 센터 터널이 사라지고 거의 평탄면에 가까운 바닥이 주어져, 더욱 넓은 다리 공간을 갖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등받이의 각도가 약간 서 있는 편에 속하고, 등받이 각도조절 기능이 없다는 점 정도다.

트렁크 용량은 충분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본 460리터의 트렁크 용량을 제공하며, 트렁크 바닥을 상하 2단계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또한 6:4 분할접이식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470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일부 차종은 조수석까지 완전히 접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더욱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승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모델은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동사의 중형 세단, 말리부에 사용된 그 E-터보 엔진이다. 직렬 3기통 레이아웃을 갖는 이 엔진은 156마력의 최고출력과 24.1kg.m의 최대토크를 갖는다. 변속기의 경우 구동방식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륜구동을 선택하게 되면 말리부와 동일한 VT40 CVT 변속기가 적용되고, 시승한 AWD 모델은 GM의 자동 9단 변속기가 맞물리게 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3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은 3기통 엔진의 취급이 유난히 좋지 않은 편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숙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홀수 기통 엔진은 짝수 기통 엔진과 다르게, 폭발 행정에서 나오는 관성에 따른 진동을 상쇄시켜주는 설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3기통 터보 엔진을 실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정숙성은 4기통 엔진을 탑재한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3,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에서부터는 소음과 진동이 부쩍 늘기는 하나, 소위 '실용영역'으로 표현되는 2,000~3,000rpm 사이의 구간에서는 여타의 4기통 차종들과 비교해도 달리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개발 주체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연구진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다. 물론, 3기통 엔진의 구조적인 한계인 '진동'은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적어도 4기통 엔진과 대등 혹은 근접한 수준의 소음을 실현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여기에 소형 SUV 중 흔치 않게, 윈드스크린에 소음저감 어쿠스틱 글라스를 적용하는 한 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적용되어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운행환경이라면 소음이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토션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AWD 모델도 예외가 아니다. 사륜구동 모델은 후륜에 차동기어와 추진축이 존재하기 때문에 토션빔을 사용하기 어렵지만,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에는 옛 쉐보레 크루즈에서 사용했던 Z-링크 구조와 A자형으로 굽어 있는 형상의  독특한 토션 빔 구조를 채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승차감은 탄탄함과 부드러움 사이에 걸쳐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상 주행에서는 적당한 수준의 융통성으로 일관하면서도 고속 주행에서는 뛰어난 안정감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하체가 나약하다는 느낌은 거의 주지 않는다. 다만 뒷좌석에서는 토션 빔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을 받는다.

가속력은 배기량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충실한 수준이다. 이 엔진은 중형세단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엔진인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심지어 9단 자동변속기가 물려진 경우라면 말리부에 비해 월등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3기통 엔진 특유의 묘하게 박력 있는 엔진 소음도 받아 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력포인트로 비춰질 수 있다. 적어도 엔진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느낌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토크감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형 차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한 느낌은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코너링에서는 동급 대비 큰 차체와 다소 높은 무게중심, 그리고 융통성을 전제로 하는 하체 설정으로 인해 기대치가 높지 않았지만 의외로 수준급의 몸놀림을 선보인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롤을 조금씩 허용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불안하게 출렁이는 법은 없다. 또한 든든한 차체구조 덕분에 안정감이 상당한 수준이며, 뒷바퀴가 따라오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작은 차의 경쾌한 몸놀림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은 컬럼 마운트 타입이지만 피드백이 준수한 편이어서 자신감 있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VAT 포함 LS 1,995만원, LT 2,225만원, Premier 2,490만원,  ACTIV 2,570만원, RS 2,620만원이다. 가격대가 현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기아 셀토스와 거의 겹쳐져 있다. 이 쯤 되면 거의 대놓고 노린 수준이다. 또한 다양한 편의 사양을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공격적인 가격 책정까지 더해졌다는 것은 현재 한국지엠이 트레일블레이저에 걸고 있는 기대가 매우 크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 나타난 또 다른 기대주다. 국내 소형 SUV의 원조, '트랙스'를 내놓은 바 있는 쉐보레에서 트랙스의 모델체인지가 아닌, 새로운 모델로서 '추가'된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의 쉐보레 차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디테일과 더불어 풍부한 안전/편의사양을 채용하는 등, 전례 없는 상품성을 지닌 모델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진보를 이루었음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쉐보레의 새로운 기대주로서 등장한 트레일블레이저가 현재 전례 없는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지엠의 구원투수가 되어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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