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단을 닮은 SUV와 만나다 - 재규어 F-페이스 3.0 S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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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단을 닮은 SUV와 만나다 - 재규어 F-페이스 3.0 S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0.01.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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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SUV 모델, F-페이스(F-Pace)를 시승했다. 재규어 F-페이스는 2017년도에 처음 공개된 재규어 브랜드 최초의 SUV 모델이다. 재규어 F-페이스는 E-페이스, i-페이스 등으로 구성된 재규어 크로스오버 라인업의 형성 과정에서 시금석이 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재규어 F-페이스를 시승하며 재규어가 처음으로 만들어 낸 SUV의 첫 맛을 경험해 본다. 시승한 재규어 F-페이스는 3.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S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기본가격은 9,970만원.

 

F-페이스의 외관 디자인은 날렵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재규어 세단들의 디자인 언어를 교묘하게 SUV의 형태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전반적으로 낮고 넓으면서도 매끈한 형태로 빚어진 차체 형상이 특히 돋보인다. F-페이스는 길이만 4,731mm에 폭은 1,936mm에 달하는 데다, 전반적으로 수평기조의 디테일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데다, 높이는 크로스오버 SUV로서는 상당히 낮은 1,666mm에 불과하여 매우 넓고 안정감 있게 보인다. 휠베이스는 2,874mm에 이른다.

전면부는 XF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XF 특유의 스포티한 인상이 그대로 살아 있음은 물론, 디테일 면에서도 XF의 것을 상당히 닮아 있다. 여기에 시승한 S 모델의 경우에는 전용의 외장 사양이 적용되어 더욱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또한 헤드램프를 비롯한 디테일들이 하나같이 수평향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전용의 블랙 하이글로스 매시타입 라디에이터 그릴과 S 엠블럼 또한 스포티한 분위기를 배가한다.

측면에서는 재규어 고유의 날렵하고 매끈한 스타일링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형태의 SUV라기 보다는 쿠페형 SUV에 한층 가까운 모습이다. 낮은 전고와 긴 길이 및 휠베이스로 시원스러운 프로포션을 보여주며 매끈한 어깨선과 루프라인이 도드라진다. 또한 S 모델 전용의 20인치 알로이 휠은 다이아몬드 커팅이 적용된 5스포크 스타일과 레드 컬러의 재규어 엠블럼이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뒷모습 역시 F-타입에서 가져 온 테일램프와 특유의 낮은 전고, 넓은 차폭이 어우러져 있어 스포티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날렵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라인과 두툼하게 마무리한 범퍼, 그리고 하부의 디퓨저와 듀얼 테일파이프는 F-페이스만의 스포티한 멋을 완성한다. 뒷모습만 놓고 보면 XF의 에스테이트 모델 보다도 더욱 스포티하게 느껴진다.

인테리어 또한 전반적으로 XF의 것과 F-타입의 것을 혼합한 느낌이다. 단순한 스타일로 디자인된 대시보드와 콘솔 등은 깔끔한 느낌을 주며, 아낌 없이 사용한 가죽 마감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스티어링 휠은 여타의 재규어 차종이 두루 사용하고 있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에어벤트로부터 시작해서 플로어 콘솔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또한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는 재규어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오디오는 메리디안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운전석은 두툼한 착좌부와 등받이로 신체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착좌감도 부드러운 편에 속하여 피로감이 적어 상당히 만족스럽다. 앞좌석은 열선과 통풍 기능은 물론, 8방향 전동 조절기능과 4방향 전동식 요추 받침이 모두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은 무난한 수준의 착좌감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등받이 각도는 조절이 가능하고 열선 기능까지 적용되어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낮은 전고로 인해 헤드룸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트렁크 용량은 동급의 SUV에 비해 무난한 편이다. 508리터의 기본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개구부가 넓은 편이어서 짐을 싣고 부리기 나쁘지 않다. 뒷좌석을 접게 되면 1,598리터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상부 공간의 활용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SUV의 트렁크 설계라기보다는 쿠페형 SUV의 트렁크 설계에 더 가깝다.

시승한 F-페이스는 3.0리터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300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71.4kg.m/1,500~1,750rpm에 달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 방식은 상시사륜동을 사용한다.

F-페이스는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SUV로서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갖는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전반적으로 다소 묵직한 박력이 있는 편이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지는 않다. 물론 주행 중에는 정차 중에 느낄 수 있었던 진동은 쏙 들어가고 비교적 부드럽게 구동해 준다. 외부 소음 차단에 있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쓴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조금 더 부각되는 느낌도 든다.

주행을 하다 보면, 날렵한 몸매와는 다르게 의외로 차가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진다. 작은 요철은 그냥 몸무게로 찍어 누르는 느낌마저 들고, 큰 요철에서는 묵직함에서는 연상하기 어려운 의외의 유연함을 발휘한다. 기본으로 적용된 에어서스펜션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필요한 때에는 어느 정도 부드럽게도 반응해 주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동사의 세단형 차종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에 가까우면서도 SUV 특유의 묵직함이 더해져 있는 승차감이다.

300마력급 3.0리터 디젤 엔진을 품은 F-페이스는 가속페달을 세차게 밟아주는 순간부터 묵직하고 힘찬 전진을 시작한다. 출발 가속에서는 묵직하고 진중하게 첫 발을 뗀다. 그러다 강력한 저속토크를 바탕으로 근 2톤에 달하는 몸무게를 지난 차체가 세차게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한다. 71.4kg.m에 이르는 최대토크는 F-페이스의 몸집을 이끄는 데에는 차고도 넘친다. 초기가속에서 힘을 몽땅 들이 붓는 타입에 가깝기 때문에 중저속 영역에서는 힘차게 나아가다가도 본격적인 고속 영역에 돌입할 때 쯤에는  슬슬 힘이 부치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묵직한 느낌을 안겨주는 차는 코너 구간에 접어들었을 때 다소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하지만 F-페이스의 앞에서 이런 걱정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다. 하지만 차 자체가 주는 묵직한 느낌과는 달리, 움직임은 의외로 민첩한 편이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차체 앞부분이 꽤나 빠르게 고개를 돌리며 뒷부분이 쫓아 오는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다. 상당히 탄탄하게 조율된 하체 덕분에 타이트하게 감겨 들어가는 구간에서도 안정감을 쉽게 잃지 않는다. 운전자의 의도를 상당히 정확하게 반영하는 조향 시스템과 묵직하지만 강건한 하체 덕분에 덩치에 비해 다루는 맛이 쏠쏠하다. 덩치가 제법 큰 SUV임에도 다이내믹한 주행 질감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재규어 가문의 일원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시승한 재규어 F-페이스 3.0 S의 공인연비는 도심 10.3km/l, 고속도로 12.9km/l, 복합 11.3km/l다. 시승 중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 8.7km/l, 고속도로 14.9km/l로 3리터급의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SUV 모델로서는 무난한 수준을 기록했다. F-페이스 3.0 S 모델에는 정차 시 시동을 정지시켜주는 스톱/스타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도심에서의 연료 낭비를 막아준다.

재규어 F-페이스는 등장한 지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동급에서 아주 독특한 매력을 지닌 SUV임에는 분명하다. 재규어만의 스타일링 코드로 완성된 날렵하고 매끈한 외관 디자인은 여타의 크로스오버에서 만나기 어려운 멋이 있고, 동사의 스포츠 세단을 닮은 역동성을 강조하는 주행 질감 또한 F-페이스만의 매력이다. 스타일과 주행질감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F-페이스는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SUV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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