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M30d 시승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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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M30d 시승기_
  • 류민
  • 승인 201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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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는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다. 1989년 미국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다. 목표는 토요타의 렉서스, 혼다의 아큐라 등과 같았다. ´중저가 차´ 이미지 지우기, 당시 일본차 회사들이 고급차 브랜드를 앞 다투어 출시했던 배경이다. 그런데 인피니티의 전략은 독특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만 강조하지 않았다. ´기술의 닛산´ 답게 높은 성능도 내세웠다.  


가령 인피니티의 시작을 알린 Q45가 좋은 예다. Q45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의 가속을 6.7초 만에 마치는, 길이 5.1m짜리 대형세단이었다. BMW 750i(코드네임 E32, E38)보다 가속이 빠르다는 사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인피니티가 밝힌 278마력이 엉터리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 Q45의 실제 최고출력은 300마력이 넘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인피니티의 첫 10여 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높은 성능으로 주목은 받았을지언정 흥행은 시원치 않았다. 제품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케팅 전략 및 닛산 모델과의 차별 실패가 원인이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당시 닛산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90년대 후반, 닛산의 부채는 2조 1,000억 엔에 달했다. 연간 이자만 1,000억 엔이었다.  


결국 인피니티를 포함한 닛산은 1999년 르노의 품에 안겼다. 르노는 닛산을 이끌 경영자부터 바꿨다. 르노의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던 전문 경영인, 카를로스 곤을 닛산 꼭대기에 앉혔다. 그는 닛산의 실태를 파악하자마자 서슬 퍼런 칼을 꺼내들었다. 직원 2만1천 명을 감원하고 공장 5곳의 문을 닫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돈의 흐름 또한 갈아엎었다. 8%에 달하던 구매비용을 6.5%로 낮추고 필요 없는 주식과 계열사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아울러 플랫폼과 부품공유도 체계화했다. 모두 3년 안에 부채 7,000억 엔을 털어내겠다는 ´닛산 리바이벌 플렌(NRP)´의 일환이었다. 카를로스 곤의 계획은 곧 효과를 냈다. 부임 19개월 만에 닛산을 흑자 기업으로 돌려놨다. 



인피니티 역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카를로스 곤은 닛산과 인피니티의 성장에 집중했다. 다시 한 번 ´고성능´ 이미지에 주목했다. 그리고 2003년 발표한 G와 FX 시리즈를 통해 이런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전략은 성공이었다. G와 FX는 탄탄한 주행 성능과 자극적인 스타일을 뽐내며 인피니티의 도약을 이끌었다.  


인피니티에서 4기통 엔진과 전륜구동 세단이 자취를 감춘 것도, 닛산 GT-R이 부활을 선언한 것도 모두 이즈음부터다. 맥시마와 DNA를 나눈 I 시리즈를 단종 하는 등, 닛산과 인피니티의 연결고리도 이 때 부터 희미해졌다. 이후 인피니티는 ´고성능´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자극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왔다. 300마력 이상을 내는 모델을 최전선에 내세웠다. 물론, 높은 품질은 기본이었다.



이런 인피니티의 특성은 2011년 등장한 디젤 모델로도 맥을 이었다. 여전히 작은 엔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238마력짜리 V6 3.0L 디젤 엔진을 떡하니 내 놓았다.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경쟁자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엔진의 출처는 르노, 2008년 라구나 쿠페에서 처음 선보였다. 인피니티는 현재 FX와 M 시리즈에 이 엔진을 얹는다. 국내에는 모두 2012년 데뷔했다.    


시승차는 M30d. 인피니티의 중형 세단이자 기함인 M 시리즈의 디젤 모델이다. 외모는 가솔린 모델과 같다. 꽁무니에 붙은 엠블럼만 다르다. 곡선을 어울린 탄탄한 근육질 차체 그대로다. 심지어 휠 디자인도 M37 기본형과 같다. ´M30d는 M 시리즈의 엔트리 트림´이라는 의도였을까. 3.0L 디젤 엔진이면 경쟁자처럼 과격한 디자인의 범퍼와 휠 등으로 박력을 강조할 법한데, 무뚝뚝한 인피니티는 그런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실내 역시 가솔린 모델과 같다. 좌우를 오목하게 따낸 좌우 대칭 대시보드에 위쪽이 불거져 나온 센터페시아를 어울렸다.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웅장한 분위기도 그대로다. 안팎 디자인에 굴곡이 많은 까닭에 실제보다 큰 차에 오른 느낌이다. 각각의 요소가 큼직한 것도 이런 느낌에 한 몫 한다. 특히 큰 시트에서 비롯된 넉넉한 느낌이 압권이다.   


편의 장비는 BMW 520d, 아우디 A6 2.0 TDi 등 가격으로 가늠해 본 경쟁자보다 풍성하다. ´보스(Bose)´사의 오디오와 ´시트 통풍´ 기능, 운전대 조작에 따라 광원을 비틀어 시야를 확보하는 ´어댑티드 헤드램프´ 등을 기본으로 단다. 또한 음파를 쏴서 소음을 줄이는 ´능동 소음 제거 장치´도 갖춘다.  



아이들 때는 조용하다. 소음과 진동만으로는 디젤 엔진이란 사실을 눈치 채기 힘들 정도다. 가속 페달을 툭 쳐보니 회전 상승도 매끄럽다. 가솔린 엔진과 마찬가지로, 4기통의 질감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디젤 엔진에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숨통을 틀 때, 힘찬 회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솔린 엔진의 호전적인 태도가 조금 그리울 뿐이다.   


4기통 경쟁자와의 차이는 가속 감각에서 한결 뚜렷해진다. ´선´이 한층 더 두툼하다. 최대토크 56.1㎏․m의 90%가 1500rpm부터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박력이 넘친다. 이런 느낌엔 ´사운드´도 한 몫 한다. 회전에 살이 붙어 갈수록 디젤 엔진 답지 않게 우렁찬 소리를 낸다. 물론, 실제 성능도 경쟁자를 앞선다. M30d의 0→ 시속 100㎞ 가속 시간은 6.9초, 최고속도는 250㎞/h로 경쟁자대비 1.2초 이상 빠르고 25㎞/h 이상 높다.    



짐작과 달리 거동은 솔직하다. 엔진을 앞 차축 안쪽에 얹는 ´프런트 미드쉽´ 구조 덕분일까, 디젤 엔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늘어난 무게가 고스란히 차체 가운데에 담긴 느낌이다. 한계 속도가 조금 낮을 뿐, 자극적인 몸놀림과 핸들링도 여전하다. 운전대를 ´슥´하고  꺾으면 커다란 차체가 타이어를 짓누르며 코너를 깔끔하게 먹어치운다. 육중한 몸집이 의도대로 몸을 비틀 때의 희열이 상당했다.   


변속기는 자동 7단. 정차 중에는 스스로 기어를 빼 진동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변속레버 아래쪽에 붙은 드라이브 모드로는 운전감각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 엔진과 스티어링 휠의 반응, 변속시점 등이 바뀐다. M30d의 복합 표시 연비는 11.7㎞/L. M37에 비해 약 28.5% 높다. 하지만 BMW 520d, 아우디 A6 2.0 TDi 등의 경쟁자보다는 낮다. 



M30d는 역시 인피니티였다. 디젤 모델이지만 인피니티 고유의 ´성깔´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자극이 희석되진 않았을까?´라는 걱정은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M30d의 매력은 이처럼 ´성능´에 주목했을 때 꽃피웠다. M30d는 인피니티의 핵심가치를 가장 경제적으로 누릴 수 있는 모델이었다. M30d의 가격은 6,310만 원. 가치판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격이 비슷한 경쟁자보다 성능도, 편의장비도 앞선다. 


글, 사진 |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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