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GS 25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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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 250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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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매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세단을 경쟁자로 지목하며 힘을 잔뜩 주었지만, ‘부드러운 렉서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신형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매끄럽게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기본기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정도의 완성도라면 렉서스 고유의 색깔로 인정할 만하다. ‘GS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렉서스의 자신감이 납득이 간다.  




렉서스의 중형세단 전략은 독특하다. ES와 GS, 두 모델로 나뉜다. ES로는 ‘최고의 패밀리 세단’을 꿈꾼다. 앞바퀴 굴림 방식에서 비롯된 넉넉한 공간에 렉서스의 핵심 가치인 정숙성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어울린다. 반면 GS는 뒷바퀴를 굴린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을 경쟁자로 삼고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 목적이 다른 만큼 몸놀림과 모양새도 한결 날렵하다.  

 

신형 GS에도 렉서스의 이런 전략이 스며들었다. 이번에도 ‘독일차 타도’의 선봉장이다. 안팎 디자인은 역시 과격하다. 이번 GS는 4세대, 그간 등장한 GS 중 파격의 수위가 가장 높다. 앞모습은 코끝을 잔뜩 찌푸리고 입을 쩍 벌린 듯한 인상이다. 모서리를 뾰족하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모래시계 모양의 ‘스핀들 그릴’을 씌워 과격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옆모습에도 박력이 넘친다. 어깨선을 한껏 끌어올린 차체에 납작한 지붕을 더했다. 거우듬히 부푼 앞 펜더와 두툼한 C필러 덕분에 숨을 잔뜩 들이켠 듯한 분위기다. 뒷모습도 빠듯하다. 구석구석 반듯한 선들을 그어 짜임새를 높였다. 디자인의 완성도를 떠나, 전반적으로 존재감이 높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실내 역시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전 GS의 실내는 스포츠 세단이라기엔 다소 겸연쩍었다. 패밀리 세단인 ES와의 경계도 애매모호했다. 하지만 신형은 확실히 ‘스포티’하다. 납작한 대시보드와 넓적한 센터콘솔, 한층 두툼해진 스티어링 휠과 변속레버가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풍경을 빠듯하게 담는 얄따란 창문 때문에 분위기도 흉흉하다. 

 

 


 

 

그러나 막상 차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레이아웃만 보면 실내에 파묻힌 듯한 기분이 들 법 한데, 시트가 높직한 까닭에 짐작보다 여유롭다. 빠듯한 분위기가 스포츠 세단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방식도 다소 전통적이다. 가령 은은한 광택의 가죽과 밋밋한 질감의 패널, 아날로그 시계 등이 그렇다.  

 

신형 GS의 실내에선 렉서스의 고심이 느껴진다. 모양새와 쓰임새의 경계에서 방황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렉서스 고유 색깔을 고집한 것도 한 몫 한다. 이런 애매한 조합이 이전 세대의 뼈대를 활용한 ‘메이저 체인지’ 때문인지, 렉서스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렉서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상반된 가치를 아울러 렉서스의 개성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구석구석에서 묻어난다.  

 

 


 

 

이런 렉서스의 자신감은 시트에 몸을 포개보면 알 수 있다. ‘스포티’하되 ‘클래식’한 실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며 렉서스 특유의 쾌적함이 살아난다. 경쟁 모델에선 느끼기 힘든 매력이다. 운전대와 계기판은 살짝 아래쪽에 놓인다. 긴장감은 조금 떨어질지언정 주도권을 쥐었다는 확신을 준다.

 

시승차는 GS 250. 동생 IS 250의 V6 2.5L 엔진을 얹는다. GS에 3.0L 미만의 엔진을 얹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승 전엔 힘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최고출력 208마력, 최대토크 25.6㎏․m의 힘은 GS를 가뿐하게 밀어냈다. 제원 상 가속성능도 필요충분 이상이다. GS 250은 0→ 시속 100㎞ 가속을 8.6초 만에 끝낸다. 일상적인 운전에선 3.5L 엔진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정숙성은 역시 렉서스답다. 아이들 때는 소리와 진동만으로 시동 유무를 확인하기 힘들다. 회전 감각도 매끈하다. 그런데 회전에 살을 붙이면 꽤 거친 소리를 낸다. 소리의 근원지는 ‘사운드 크리에이터’와 ‘사운드 머플러’. 엔진 회전수가 상승하면 엔진과 머플러의 소리를 실내로 전달하는 장치다. 엔진 흡기계와 머플러에 손을 대 의도적으로 ‘사운드’를 만들었다니, ‘이게 렉서스가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변속기는 여전히 6단 자동이다. 효율 면에서 볼 때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기어를 내려 물 때 회전수 보정까지 마친다. 운전대에 붙은 시프트 패들로 변속의 템포를 쥐고 흔들 수도 있다. 물론 엔진과의 찰떡궁합도 그대로다. 가속페달 깊이에 따라 변속기가 매끈하게 반응한다. 오른발의 움직임에 따라 샘솟는 쫀득한 가속감각은 기존 GS의 자랑이었다.   

 

 


 

 

반면 몸놀림은 한결 민첩하다. 조작과 반응 사이의 간격이 이전보다 빠듯하다. 차체를 14% 더 단단하게 다진 결과다. 또한 차체가 타이어를 짓누르는 감각도 확연하게 개선됐다. 무게중심이 높고 거동도 여전히 크지만 각 바퀴의 움직임이 손끝과 허리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희미한 정보로 불안감을 높였던 이전 GS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거동도 한층 더 솔직하다. 차체 움직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운전대를 꺾고, 가속과 감속을 하는 과정에 자신감을 실어 주기 때문이다. 실제 코너에서의 한계도 높아졌다. 좌우 바퀴 간격을 앞뒤 각각 40, 50㎜ 벌린 까닭이다. 브레이크 성능도, 고속 안정성도 확연하게 개선됐다.  

 

 


 

 

기본기 다지기. 신형 GS에 담긴 변화의 핵심이다. 렉서스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향해 꺼내든 카드이기도 하다. 이런 렉서스의 전략은 GS를 성공적으로 진화시켰다. 사실상 뼈대를 대물림했지만, 이전과 전혀 다른 차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파워트레인만 준비된다면, 렉서스의 야망이 점차 현실로 거듭날 수도 있겠다.  

 

글, 사진 |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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