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분야]마이바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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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다른 분야]마이바흐 편
  • 박병하
  • 승인 2019.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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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드는 수많은 자동차제조사들이 존재한다. 이들 제조사들 중에는 ‘자동차만’ 만드는 제조사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만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공업은 기본적으로 중공업의 가장 큰 대분류 중 하나이며, 여기서 파생된 기술들은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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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규모가 큰 기업들 중에서는 자동차 제작을 본업으로하되, 이를 활용한 기타 육상용 중장비나 엔진, 혹은 대형기업인 경우, 상당수가 방위산업에도 손을 대고 있으며, 그역도 존재한다. 또한, 자동차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보이지않는 분야에 손을 대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기만 한 경우도있지만, 지금은 이름만 같을 뿐, 현재는 분사되어 각각 제갈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본 연속 기획에서는 자동차 기업이 벌인 다른 분야의사업들을 다룬다. 이번 회차에 다루게 될 기업도 지난 스바루에 이어,전쟁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과거에는 독일 최고의 엔진 제작사이자, 그 엔진을 활용한 럭셔리카로 유명했다. 그러다가 제 2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항공기 및 전차 등에 사용되는 엔진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고, 전후에는 21세기에 다시 부활했다가 지금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서브브랜드로 다시금 자리잡았다. 이 기업의 이름은 바로마이바흐(Maybach)다. 이번 기사에서는 마이바흐의 간략한역사와 함께,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서 마이바흐의 활동 내용과 현재의 모습을 다룬다.

독일 최고의 엔진 기술자가 세우다

마이바흐는 1909년빌헬름 마이바흐(Wilhelm Maybach)와 그의 아들, 카를마이바흐(Karl Maybach) 의해 세워진 기업이다. 빌헬름마이바흐는 1864년부터 고들리프 다임러(GottliebDaimler)의 아래에서 엔진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던 엔지니어였다. 그는 1884년, 다임러와 함께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우면서도고속을 낼 수 있는 내연기관을 발명했다. 이를 통해 그는 현대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설계 및 생산에있어 큰 역할을 해냈다. 이후 마이바흐는 다임러 벤츠의 기술 부문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는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는 데 특출한 재능을 발휘했고, 이를 통해초기 다임러-벤츠는 엔진 기술에서 경쟁자들을 앞서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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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했던 그가 아들과 함께 자신의 회사를 차린 것은고틀리프 다임러의 사후, 경영진과의 마찰로 인해 다임러-벤츠를떠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마이바흐는 독일 남동부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에스스로 회사를 설립한 그는 ‘LMG(Luftfahrzeug-Motorenbau GmbH, 항공기 엔진제작유한회사)’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그의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는 엔진에 집중하여 사업을 전개하기시작했다. 자동차의 내연기관을 만들던 그가 항공기 엔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이 당시 자동차와 항공기모두 왕복엔진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만큼 기술적인 공통분모도 오늘날에 비해 훨씬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엔진 하나로, 지상과 창공을 모두 누비다

초창기 마이바흐의 항공엔진이 사용된 사례 중 가장유명한 사례로는 바로, 독일의 유명한 비행선(Airship), ‘LZ127 그라프 체펠린(LZ 127 Graf Zeppelin)’을 들 수 있다. LZ 127 그라프 체펠린은 독일의 경식 비행선으로, 전장 236.6m, 체적 105,000입방미터로, 당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선명은 독일 비행선의 아버지라고 할수 있는 체펠린 백작의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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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Z 127 그라프 체펠린은 1928년에 초도 비행에 성공한 이래대서양을 정기 횡단하는 항로에 투입되었다. LZ 127 그라프 체펠린에 사용된 마이바흐 엔진은 550마력(자료에 따라 53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VL-2 수랭식 12기통 대향피스톤 엔진으로, 총 5기가이 거대한 비행선의 추진체로 사용되었다. 마이바흐의 최고급 자동차를 일컫는 이름인 ‘체펠린’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바흐는 제1차세계대전 이후, 자동차와 철도차량용 엔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이 시기를 즈음하여 회사명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1919년을 기점으로 자동차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마이바흐는 자동차 사업 보다는 여전히 엔진 사업에 더 주력했다. 이들은 항공기/지상장비를 위한 가솔린엔진 뿐만 아니라, 함선이나 철도 차량을 위한 대형 디젤엔진도 생산했다. 그리고 이외에도 독일 육군의 각종 지상장비들을 위한 수많은 엔진들을 생산해 냈다.

이들 중 철도차량에 주로 사용된 마이바흐의 디젤엔진들은뛰어난 고속운전성능으로 호평을 얻었다. 1933년, 독일의고속철 함부르크 플라이어(Hamburg Flyer)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유럽에서 처음으로 고속열차 시대의 문을 연 차량으로 평가 받고 있다. 마이바흐의 GO 5 고속 디젤엔진을 실은 함부르크 플라이어는 함부르크로부터 베를린까지 약 287km의 거리를 138분만에 주파,평균 125km/h, 최고 160km/h의 속도를기록했다. 이는 당시의 기준에서 경이로운 수준의 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가솔린 엔진 분야에서는 또 다른 혁신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이바흐는 신형의 하프트랙(반궤도형 수송차량)을 위한 엔진을 새로 개발했는데 이 엔진은 종래의 가솔린 엔진에 비해 높이가 낮고 길이도 적정한 수준이었으며, 독일군에서 요구했던 우수한 성능으로 약 14만여기가 생산되어 독일군에공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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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마이바흐의 엔진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의 각종 전차의 심장으로 사용되었다. 3호전차부터시작해서 4호전차, 5호전차 판터(Panther), 그리고 서부전선의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6호전차티거(Tiger)에 이르기까지, 독일군의 주력급 전차들에는모두 마이바흐의 V12 엔진이 사용되었다. 3호전차와 4호전차에 사용된 마이바흐의 HL 120 엔진은 약 11.87리터의 배기량으로 300마력/3,000rpm의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이바흐의 엔진은 2차대전 독일군 최고의 전차이자,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모두에서 연합군의공포의 대상이 된 6호전차 티거(Tiger)에도 마이바흐의HL 210 엔진과 HL 230 엔진이 사용되었다. 이 엔진들은 독일군의 또 다른 주력 전차인 5호전차 티거에도 사용되었다. 배기량 21리터의 HL 210 엔진은600마력, 배기량 23리터의HL 230 엔진은 7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MTU의 탄생

하지만 전쟁은 독일의 패배로 끝났고, 전쟁 중 마이바흐의 공장은 폭격의 대상이 되어, 공장의 대부분이파괴되었다. 또한 그나마 남아 있던 설비들조차 전쟁 배상 명목으로 프랑스에서 몰수하다시피했다. 마이바흐는 2차대전 당시 독일의 대표적인 전범기업 중 하나로 남았으며, 회사의 입지는 그야말로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회사를 재건하고자했던 카를 마이바흐는 종전 이후 프랑스군의 전차를 위한 엔진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너져 내린 회사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기 위해노력했다. 이 때부터 마이바흐의 방향성은 선박 등에 사용되는 대형 디젤엔진의 개발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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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노력 끝에, 마이바흐는 1950년대 초반에 자사 독자설계의 대형 디젤 엔진인MD 시리즈를 발표했다. 마이바흐 MD 시리즈 엔진은 전후 신생 서독군의 군함 등에 채용되면서 마이바흐 재기의 단초가 되었다. 자국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마이바흐는 MD 시리즈 디젤 엔진의해외 수출에 나서며, 본격적인 부활의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마이바흐 혼자서는 해외 시장에 섣불리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1960년대, 마이바흐는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임러-벤츠의 산하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1969년, 다임러-벤츠 AG와 만(MAN) 그룹의 디젤엔진 및 제트엔진 사업 부문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방향성을 가진 기업으로거듭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MTU(Motoren und Turbinen-Union)다.

MTU는 디젤엔진을 담당하는 MTU 프리드리히스하펜 GmbH.와 제트엔진을 주로 담당하는 MTU 뮌헨 GmbH.의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마이바흐가 소속되어 있던 곳은 MTU 프리드리히스하펜 GmbH.다.(이후의서술에서는 편의 상 MTU 프리드리히스하펜 GmbH.를 MTU로 지칭한다)

마이바흐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MTU는 마이바흐 시절 생산하고 있었던 대형 디젤엔진에 더하여 메르세데스-벤츠의산업용 엔진 라인업까지 넘겨 받게 되었다. MTU의 디젤 엔진은 다양한 라인업과 더불어 우수한 성능으로산업용 디젤 시장은 물론, 방위산업 부문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산하로 들어간 MTU는 1980년대에이르면 이미 산업용 디젤엔진 시장의 거물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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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U는 다양한 산업용 엔진을 생산한 것과 더불어, 서독군, 그리고 통일 이후 독일연방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전투차량과 군용장비에 사용되는 엔진들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MTU의 엔진들은 대한민국 국군에서도 주력전차 K1 및 K1A1은 물론, 신형전차K-2 흑표(초도생산분 한정), K-9 자주포 등에 탑재된 엔진이 바로 MTU의 디젤엔진이다. 이 외에도 장보고급 잠수함(209급 잠수함)과 손원일급 잠수함(214급 잠수함)에도MTU의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경용 경비함 등에도MTU의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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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U는 이후에도 복잡한 인수합병 과정을 겪다가 2011년, 영국 롤스로이스 plc가 다임러 AG로부터MTU의 지분을 인수, 롤스로이스 plc의 일원이 되었다. 현재는 롤스로이스 파워 시스템즈(Rolls-Royce Power Systems)의 산하 기업이 되었으며, 여전히다양한 엔진을 생산 중에 있다. 현재는 발전기를 중심으로 한 산업용 엔진의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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