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오염이 심화되면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차의 선택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수소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친환경차를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런 와중에 1인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캠시스의 쎄보C, 대창모터스의 다니고같은 시티카를 표방하는 전기차를 출시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전기차가 아니다 보니 선뜻 구매하길 꺼리는 소비자가 많았다. 프랑스의 자동차 제조사 르노가 만든 트위지는 이러한 시티카의 장점을 살린 초소형 전기차다. 시티카(City car)는 말그대로 도시에서 출퇴근을 주로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다. 유럽에서는 A세그먼트로 분류되며 국내에서는 경차로 불린다. 유럽에서 경차는 2017년 기준 8%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인기차종이다.
시승일정을 잡고 실제로 마주하게된 트위지. 그런데 그 외모를 보자 당황스러운 기분이 밀려 온다. 경차보다도 작은 전장 2,338mm 전폭 1,237mm 전고 1,454mm의 계란형 차체는 성인남성 2명이 탈 수 있을 지 걱정스럽기까기 할 정도다. 그나마도 오픈 휠 타입에 가까운 외형 때문에 차체 자체의 폭은 제원에 비해 더 좁다. 참고로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의 크기가 전장 3,595mm 전폭 1,595mm 전고 1,485mm다.
트위지의 외관 디자인에서는 귀여운 인상과 미래지향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동그란 전조등과 르노의 로쟝쥬 엠블럼이 가운데에 위치했다. 방향지시등이 연지 곤지 마냥 앞범퍼 끝단 위에 달려있다. 트위지를 옆에서 본다면 계란형태에 가깝다. 천천히 후면 디자인을 살펴봤다. 트위지 영문 로고와 방향지시등 상단 가운데에 브레이크, 후진등을 배치해 시인성을 높였다. 트위지에 적용된 시저도어는 카트만한 트위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실내에 들어서니 운전대와 운전석 대시보드 양쪽 2개의 글로브 박스가 마련되었다. 시동을 걸면 파란색 조명이 비춰진 액정 계기판이 켜진다. 집에서보던 디지털시계를 트위지 계기판에서도 보는듯한 익숙한 느낌을 준다. 계기판에 표시된 내용은 속도, 배터리 게이지, 주행가능거리와 현재시간을 표시해준다.
트위지의 운전석에는 왼쪽에도 안전벨트가 있고 뒤 오른쪽에도 벨트가 있다. 양쪽 두개의 안전벨트를 착용함으로써 4점식 구조를 이루어,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운전석은 전후 거리조절만 가능하며, 등받이의 각도는 고정되어 있다.
시승차인 트위지 인텐스는 뒷좌석까지 있는 2인승 모델이다. 뒷좌석은 마치 오토바이처럼 좌석이 앞뒤로 배치된 탠덤식이다. 여기에 사람이 탑승하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앞좌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어내야만 탈 수 있다. 뒷좌석까지 힘겹게 몸을 욱여넣고 앉아보니 의외로 사람의 신체구조나 앉는 자세를 고려한 설계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자동차에 오른 느낌이라기 보다는 놀이기구에 올라 탄 느낌과 더 비슷하다. 그러나 심각하게 작은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이정도의 공간을 확보한 것이 한 편으로는 놀랍게 느껴지기도 한다.
순수 전기자동차인 트위지의 전기모터로 추진된다. 최고출력 17마력, 최대토크 5.8kg.m의 성능을 내는 전기모터와 6.1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충전은 앞 범퍼에 위치한 전면 충전케이블로 이루어진다. 가정용 220V 전원을 기준 완전충전하는데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80% 충전에는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55km다.
트위지를 이용해 인근 공원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트위지의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차를 밀어 젖히는 느낌의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반응도 즉각적이기 때문에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출발단계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전기차의 특성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경쾌한 가속감은 속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제한속도인 80km/h에 다다를 즈음에는 슬슬 인내심 테스트가 시작된다. 빠르게 소진되는 배터리 잔량 또한 운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짧은 오버행 덕분에 카트같은 코너링을 발휘하며 경쾌하게 돌아나간다. 빠르고 경쾌한 초기 가속력 및 응답성과 함께 트위지의 운전을 한층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오픈 휠 타입에 가깝게 만들어진 트위지는 기본적으로는 사방이 뚫려 있는 카트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오토바이와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다.
탠덤식으로 배치된 개방형 좌석 구조와 함께, 의외로 민첩한 운동성능 덕분이다. 트위지는 도로를 달리는 가운데에서도 마치 테마파크에 놀러 온 것만 같은 기분을 안겨준다. 반면 다소 거친 승차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트위지를 시승하며 부족한 성능에 아쉬움을 느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F1 레이싱팀 르노스포츠에서는 2013년 4월 27일 트위지를 이용해 트위지 르노 스포츠 F1 컨셉트카를 개발했다. 엔진으로는 73kW의 전기모터를 사용했고 시스템 최고출력 100마력의 성능을 자랑한다. F1에서 사용되는 회생 에너지 제동 시스템(KERS: 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을 사용해 전기모터와 연결했다. 0-100km/h까지 6초가 소요되고 최고속도는 110km/h에서 제한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트위지는 최고속도 80km/h까지만 나오도록 만들어진 '저속'전기차다. 따라서 주행하는 구간을 잘 살피며 저속전기차 통행제한 구간에 진입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도심 운행에 포커스를 맞춘 초소형 시티카로 제작된 만큼, 단거리 출퇴근이나 장 보기에 제격이다. 공차중량은 475kg으로 캐이터햄 세븐보다 100kg무겁다.
트위지 인텐스의 가격은 1,500만원이며 'ZE 보이스'라는 이름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과 운전석 에어백, 회생제동 시스템을 포함한 가격이다.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5백만원대의 가격으로 트위지를 구매할 수 있다.
트위지는 짧은 만남이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남긴 차다. 트위지는 그동안 시승했던 그 어떤 자동차들보다 많은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자동차의 '이동성(Mobility)'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도 되었다. 트위지는 어디에서든 주목받으며 근거리를 이동하기에 좋은 교통수단으로 활용 할 수 있다.